약과 집청과 즙청의 차이

집청? 즙청? 어느 말이 맞을까

약과는 1,600년대 고조리서부터 1,900년대의 기록까지 빈번히 기록되어 있어 조선시대에 많이 성행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기록의 약과 만드는 법은 주로 밀가루에 참기름을 먹이고 반죽하여 기름에 튀겨 집청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J of the East Asian Soci. of Dietary Life., 2018). 이 때 '집청'이라 함은 유과를 만들 때 유과 바탕에 꿀 등의 시럽을 바르는 것을 의미한다. 

오랫만에 약과가 당겨서 쿠팡에서 약과를 뒤지다가 어떤 리뷰에서 '즙청이 많이 들었다.'고 표현한 문구를 보았다. 심히 거슬렸다. 😂 그래서 찾아봤더니 즙청이라는 말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집청'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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즙청은 집청과 달리 한자를 명시한 경우가 눈에 띄는데, 물기가 들어 있는 물체에서 짜낸 액체 또는 국물을 뜻하는 즙(汁), 꿀을 의미하는 청(淸)을 한자로 쓴다. 

약과의 반죽에 사용되는 시럽은 조선시대 궁중의 기록인 의궤(儀軌)에서 꿀이 사용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약과가 약과인 것은 약(藥)이 되는 꿀이 재료가 되었기 때문으로 고조리서에 꿀은 청(淸) 또는 청밀(淸蜜)로 표시되며 즙청이라고 명시하는 경우는 없다. 꿀은 원래가 액체이므로 한자어 즙(汁)을 붙일 필요가 없다. 억지로 즙청(淸)의 의미를 풀어내자면 '액체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뭔가 매우 어색하다. 명사+명사의 조합이기 때문에 '즙청한다.' 라고 쓸 수 없다. 조청은 엿의 일종이며 造淸(인공적으로 만든 꿀이라는 뜻)이라는 한자를 사용하므로 즙청이 조청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시럽에 절여 만드는 약과


집청의 한자어를 명확하게 명시한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한글 '집' + 꿀을 뜻한 '청(淸)'의 혼종어로서 조청의 경상도 방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는 보았는데,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필자는 경상도에서 20년 넘도록 살면서 조청을 집청이라고 하는 경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집청이라는 단어에 대한 올바른 의미와 용례에 대해 공식적으로 연구 및 정립되어 있지는 않은 듯 하다. 국립국어원과 여러 전문 학술 자료에서조차 집청과 즙청을 혼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과에 진심인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

#약과 좋아해

약과를 다룬 여러 고조리서들에서 즙청이라는 단어가 쓰인 일이 없고 각종 특허, 논문 등 전문자료에서도 집청이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즙청이라는 표현은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아마도 약과가 시럽(즙, 액체)에 절인 과자이다보니 집청이 즙청으로 와전되어 오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근거도 유래도 없는 주구장창이라는 말이 표준어인 주야장천(晝夜長川)보다도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보통 '집청에 담그다'가 아니라 '집청한다.'라고 표현하므로 집청이라는 단어는 명사+동사가 합쳐진 것으로서 한자어는 합칠 집(輯), 꿀 청(淸)의 조합(시럽에 담그다; Soaking in syrup)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약과에 집청이 많다.', '집청에다가 담그다.' 등 명사처럼 쓰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며 '집청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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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4. 06. 11)

한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閨是議方)에서 약과법으로 '눗게 복근 진 말의 쳥밀 되 다솝 기 다솝 쳥주 서 홉 석거 라 기의 지져 식지 아니야셔 즙쳥의 녀허 쓰라.' 고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번역하면 '누런빛이 나도록 볶은 밀가루 1말에 맑은 꿀 1되 5홉, 참기름 5홉, 청주 3홉을 섞어 반죽한 다음 기름에 지지고 식지 않았을 때 즙청을 묻힌다.' (출처=lampcook.com)이다. 


17세기 후반에 저술된 한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

이 고조리서는 한글로 된 도서로 즙쳥의 한자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17세기 후반의 옛말로 쓰인 것으로서 '즙쳥'의 현대식 발음도 즙청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말은 19세기에 이르면 전설고모음화로 구개음인 지찰음 'ㅈ'밑에서 '으'가 '이'로 표기되거나 함께 혼기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현재 여러 전문자료에서 즙청과 집청이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두 단어 모두가 맞는 용어일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음식디미방에서 '즙쳥의 녀허 쓰라'고 되어 있는 부분으로 보아 즙청은 물을 타 묽게 만든 꿀(또는 생강즙 등을 넣어 맛을 낸), 즉 시럽을 뜻하는 명사, 집청은 시럽에 담그는 것을 뜻하는 동명사로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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