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약이란
곤약은 구약 감자(Amorphophallus konjac)의 근경 부분을 건조시켜 분쇄하여 얻어진 복합 다당류(Glucomannan)를 말합니다. 일본에서 곤약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대로 알려져 영어로도 곤약(Konjac)이라고 불립니다.
구약감자의 근경 (출처=위키피디아) |
글루코만난은 물을 흡수하면 특유의 겔(Gel)을 형성하는 팽윤성으로 포만감을 유지시켜주고, 난소화성(Nondigestible)으로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분해가 안되기 때문에 직접 영양원으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식이섬유처럼 정장 및 배변활동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어 약제로도 쓰입니다.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을 낮추고, 장내 이물질을 배설해주며, 저칼로리로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품이죠.
나이가 드니 굶는 다이어트는 못하겠어요. n십년간의 다이어트 트라우마인지 배고픈 거 넘나 싫은 것..
그래서 굶는 대신 먹는 종류를 조금 바꿔볼까 싶어 곤약을 구입했습니다. 아래 제품은 실곤약인데요, 묵 형태보다 간편할 것 같았어요. 칼로리부터 확인해보니 100g당 15kcal라고 되어 있네요. 1kg 다 먹으면 150kcal입니다. 어, 생각보다 많네? 싶은데요, 공기로 만든 것이 아니니 칼로리는 있지만 사람이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논 칼로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곤약 칼로리 |
예전에 곤약 한번 먹어볼까 싶어 한 봉지 구입했다가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하면서 못 먹고 버렸던 기억이 있어요. 역시나 봉지를 오픈하자마자 삭힌 홍어 냄새 비슷한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곤약의 냄새는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TMA) 성분 때문인데 곤약을 제조할 때 구약 감자 전분 풀을 쑨 것에 알칼리(수산화칼슘, 응고제 역할)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생성됩니다. TMA는 실제로 부패 어육의 냄새 성분이에요.
냄새 제거를 위해 물에 충분히 헹군 후 후 끓는 물에 데칩니다. |
곤약의 냄새는 알칼리취이기 때문에 냄새에 민감하다면 끓는 물에 식초(산)를 한스푼 넣어주면 냄새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곤약 냄새 없애려고 식초를 사기는 좀 그래서 데치기만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남은 1%의 냄새는 양념 맛으로 커버가 되거든요. 데친 곤약은 다시 찬물 샤워를 해주고요. 자르지 않아도 되지만 저는 이로 잘 안 끊어지고 소화가 잘 안되어서 가위로 잘게 자른 후 물기를 뺐습니다.
식초를 넣어 데치면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 |
가위로 잘게 자르면 먹기가 편합니다. |
먼저 곤약 볶음면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채소는 아무거나 좋아하는 걸 넣으면 되고요, 저는 대파가 있어서 넣었습니다. 요즘 대파 맛있더라고요. 겨울 대파는 한의학에서 동총(冬葱)이라고 하는데 여름 대파보다 맛이 좋습니다.
양념은 라오깐마 펑웨이도츠입니다. 라오깐마는 대륙의 소스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에서 아주 인기가 있는 소스인데요, 산초분이 들어가지만 마(麻)한 맛은 전혀 없고요, 건더기가 있고 간이 된 고추기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설탕, MSG가 많이 들어가서 달고 자꾸 당기는 맛입니다. 라오깐마 소스는 땅콩, 돼지고기, 대두 등 들어간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저는 땅콩 들어간 걸 제일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대두가 들어간 펑웨이도츠를 사용했습니다. 소금이 들어있지만 짠맛이 적으니 소금 간은 따로 해야 해요.
대파와 곤약면만 있으면 휘리릭 볶아 완성되는데 특별한 재료 없이도 간단하면서도 맛있었어요.
곤약 대파 볶음면 |
라오깐마 소스를 밥에 비벼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럼 저는 곤약면을 비벼보겠습니다. 라오깐마가 치트키이긴 하지만 브로콜리가 들어갔으니 이만하면 건강식입니다. 펑웨이도츠는 대두 알갱이가 짭조름해서 가열해서 먹는 요리에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이것도 맛있네요. 1%의 곤약 냄새는 양념으로 싹 가려집니다. 기름진 게 싫다면 라오깐마 대신 한국인의 국민 소스인 초고추장도 있습니다. 곤약은 무미(無味)에 가깝기 때문에 아무 소스나 다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곤약 브로콜리 비빔면 |
두 끼 해결하고도 많이 남았네요. 데쳐서 먹고 남은 실곤약은 냉장 보관하면 됩니다.
곤약 냉장보관 |
이건 묵곤약입니다. 실곤약보다 조금 저렴해요. 100g당 10kcal네요. 한 봉지 다 먹어도 60kcal지만 곤약 칼로리는 의미 없는 거 아니까~
묵곤약 |
묵곤약 칼로리 |
흐르는 물에 샤워하고 끓는 물에 데쳐주세요. 묵곤약은 실곤약보다 냄새가 강한데 과탄산소다 넣고 빨래 삶을 때 나는 냄새와 약간 비슷합니다. 저는 덩어리째 데쳤는데 냄새 제거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데치는 것이 좋아요. 덩어리는 표면적이 낮아서 속에 들어있는 냄새가 완전히 제거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묵곤약은 식초의 힘을 빌리거나 편 썰어서 데치는 것이 좋습니다.
묵곤약은 실곤약보다 냄새가 강하니 식초를 쓰거나 잘라서 데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데쳐낸 곤약은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저는 좀 두껍게 썰었는데 사진보다 얇게 써는 것이 좋아요. 한치회 포 뜨는 느낌으로요.
한치회 느낌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얇게 써는 게 식감이 좋습니다. |
이건 곤약 사시미로 먹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곤약을 숙회처럼 먹기도 한다는군요. 수분함량이 많아 약간 설컹한 듯 쫀득한 식감이네요. 와사비 간장과도 잘 어울려요. 시작은 초고추장으로 예쁘게 데코를..
곤약 사시미 |
잠시 후 라오깐마와 초고추장에 칠갑해서 먹었습니다. 소스가 다했네요.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다이어트 식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럴 거면 밥을 조금 먹는 게 나은 것도 같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곤약 채소 수프 끓여볼게요.
채소는 감자, 당근, 양파, 주키니 호박, 가지, 새송이 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 아무거나 넣으면 되는데 감자, 양파, 당근, 호박 4가지는 꼭 들어가야 맛있어요.
채소는 떠먹기 좋게 깍뚝썰어 준비합니다. |
제가 좋아하는 캠벨스 토마토 주스를 붓습니다. 토마토와 소금만 들어간 주스인데 맛있더라고요. 캠벨스 토마토 주스만 넣으면 소금 간 따로 더 해야 하고요, 아니면 시중에 토마토 파스타 소스나 토마토 퓨레 또는 토마토 페이스트를 써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를 채소가 잠길 정도로 붓습니다. |
플랜대로 움직이면 참 좋을 텐데요..손이 미끄러져서 라오깐마를 넣어버렸습니다. 채소가 숨이 죽으면 데쳐서 준비한 곤약을 넣고 끓입니다. 저는 너무 크게 썰었는데 곤약도 채소 크기에 맞춰 잘게 써는 게 떠먹기 좋아요. 손이 미끄러져서 라오깐마를 넣어버렸습니다.
수프를 끓였는데 청국장 찌개 비슷해졌네요. 채소 욕심이 과했습니다. 그래도 맛있었어요. ㅎㅎ 묵곤약은 역시 조금 시간을 두고 끓이는 요리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설컹한 식감은 수분함량이 많아서 그런 거라 간간하게 양념해서 졸이는 방법으로 요리하면 수분이 빠지면서 쫀득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따끈하게 한 그릇 먹으니 몸도 따뜻해지고 좋네요.
(라오깐마는 넣지 마세요. 소근소근) |
채소 수프의 건더기가 많으니 냉장고에 있는 실곤약을 꺼냈습니다. 채소 건더기 조금, 초고추장 조금, 깨 조금 얹어 비빔면도 만들어 먹으려고요. 한 젓가락 먹어보니 실곤약은 초고추장하고 짝꿍이었습니다. 초고추장이 들어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네요.
곤약 비빔면은 초고추장이 진리네요. |
이번에는 곤약 떡볶이 만들어볼게요.
떡볶이 떡 모양으로 썬 곤약은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찬물 샤워해서 준비합니다.
묵곤약을 떡볶이 모양으로 썰어 준비합니다. |
떡볶이 소스는 집에 있는 양념 쓰셔도 되는데, 저는 간편하게 파우치에 든 것을 사용했습니다. 어묵, 소스, 곤약 넣고 끓이다가 대파 넣고 뒤적거린 후 불에서 내리고 통깨로 마무리합니다.
떡볶이 소스 넣고 재료 다 넣어 끓이면 완성 |
아아니, 묵곤약은 떡볶이로 먹어야 하는 거였네요? 역시 간이 조금 간간하니 식감이 더 쫀득해졌습니다. 이건 좀 맛있었어요. 곤약은 떡볶이로 먹는 게 가장 맛있네요.
곤약 떡볶이 |
묵곤약도 데쳐서 먹고 남은 것은 냉장보관하면 됩니다. 다만 실곤약과 달리 묵곤약은 냉장고에서 다시 서서히 냄새가 강해지고 조리를 한 상태에서도 시간이 경과하면 양념 맛을 뚫고 홍어님의 존재감이 뿜뿜 올라옵니다. 냄새에 민감하다면 식초를 꼭 사용해서 데치고 먹을 만큼 만들어 바로 먹거나 실곤약을 추천합니다.
먹고 남은 묵곤약도 냉장보관하면 됩니다. |
곤약은 칼로리가 없어서 먹어도 금방 배가 꺼질 줄 알았는데 조금만 먹어도 정말 배가 불러서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기분 좋게 배부른 것이 아니라 좀 더부룩한 느낌이에요. 그러다가 소화되어 내려가면 갑자기 배가 급 고파지고요.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곤약을 설사약으로 썼고 우리나라에서는 배변 원활 기능성의 건강기능식품 원료이기도 한 만큼 변비에는 차전자피처럼 분명한 효과가 있어요. 소화흡수가 거의 안되는만큼 칼로리가 낮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으로 인해 체한 것처럼 어지럽거나 메스껍고 설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변비 환자에게는 유익한 효과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곤약 먹고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도 있으니 양 조절은 필히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하면서 한 1주일 정도 곤약만 먹었더니 처음엔 배가 안고파서 좋았는데 점점 소화불량으로 가더니 이제 곤약을 안 먹어도 위가 더부룩합니다. 소화가 너무 안돼서 다이어트하면서 매일같이 챙겨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요. 소화기관이 약한 분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곤약이 칼로리도 없지만 특별한 영양성분도 없어서 다이어트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먹을 필요는 없거든요.
참 다이어트 쉽지 않아요. 배가 고프다면 곤약처럼 영양가 없는 것 말고 뭐라도 조금씩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게 건강에는 이롭지 않나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맞으니까요. 곤약 조금씩 드시면서 건강한 다이어트 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