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욕실과 백의(白衣)

심플한 욕실과 백의(白衣)

현재 욕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은 도브 뷰티바, 치약, 천연 오일, 칫솔, 드라이어, 롤 빗, 고데기(손님용)가 전부다.


향기 중독자가 바로 무향 생활을 할 수는 없어서 도브 뷰티바는 처음엔 화이트를 쓰다가 지금은 센서티브로 바꿔서 올인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화이트를 쓸 때는 씻고 나면 모기 물린 것 같은 작은 알레르기 반응이 한 개씩 올라오곤 했었는데 센서티브로 바꾸고 난 후엔 그런 반응이 없어서 잘 쓰고 있다. 


도브 비누는 종이짝이 될 때까지 쓴 후 이 조각으로 머리를 감으면 크림처럼 변해 남는 조각없이 끝까지 알뜰하게 쓸 수 있다.

센서티브는 무향이라고 되어 있지만 EWG 그린 등급의 착향료 성분이 몇 가지 포함되어 있어 연한 바닐라 향 같은 것이 나기 때문에 완전히 무향은 아니다. 잔향은 남지 않지만 빨랫비누 향기 같은 향이 은은하게 나기 때문에 그렇게 향기가 아쉽진 않다. 나는 한국에 정식 수입된 센서티브 독일산 100g을 사용하고 있는데, 센서티브는 원래 순하게 나와서 원산지 상관없이 다 괜찮은 것 같다. 

✔︎도브 뷰티바 화이트와 센서티브의 원산지별 성분 비교


치약은 쓰는 양을 줄이고부터는 닳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서 하나씩 구입해 쓰다가, 가성비로 보면 역시 인터넷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한 번에 묶음으로 몇 개씩 사는 편이다. 그래서 도브 뷰티바와 치약은 내가 유일하게 쟁여두는 항목이다. 치약은 다 써갈 때즈음엔 잘라서 끝까지 알뜰하게 사용한다. 190g짜리 치약 하나로 혼자서 약 2달 반~3달은 쓰는 것 같다. 


치약은 잘라서 끝까지 사용하기


천연 오일은 1년 정도 올리브오일로 식용+머리와 몸에 올인원 보습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물로만 씻기와 화장품 단식을 하면서 이마 트러블이 많이 나서 트러블의 원인이 될만한 것을 그만두려고 보니 올리브 오일도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인원 보습제 추천 (올리브오일이 여드름을 유발하는 원인)


올리브오일이 피부에 맞지 않다면 콩기름도 괜찮다. 콩기름은 Linoleic acid가 풍부한 오일이라 여드름 피부에 쓰기도 괜찮고, 가벼운 사용감에 비해 보습력도 괜찮은 오일이다(올리브 오일보다는 촉촉함이 덜한 편입니다). 거의 무향이라 순하고 가격도 비할 바 없이 저렴하다.

콩기름

클렌징 오일은 올리브오일로 직접 만들어서 얼굴 클렌징도 하고, 두피 스케일링용으로 쓰고 있다. 

✔︎천연 클렌징 오일 만들기 (층분리 없이 만드는 법)


두피 스케일링은 구연산 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두피가 가끔 가려울 때 구연산수로 두피를 마사지한 후 헹궈주면 가려움이 가신다. 그래서 세면대에는 비누 하나만 덩그러니 나와있다. 칫솔은 수납장에 보관하다가 물기를 완전히 건조하기가 힘들고 자주 사용하다 보니 번거로워서 그냥 꺼내놓고 쓴다.


욕실 청소는 매일 샤워할 때 솔로 문질러주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전은 스테인리스라 사용 후 물기를 닦아주기만 해도 물 때가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정균 효과와 수전의 물때를 딥클렌징하고 싶을 때에는 구연산수를 사용해도 되는데 타일 청소를 할 때에는 락스를 사용하고 있다. 

✔︎깨진 타일눈의 범인은 바로 이것

✔︎락스 이야기 ② - 살균 원리


수건은 소창 수건을 사용하고 있다. 

소창 수건 (정련 전)

소창 정련하기.



소창은 삶아 소독할 수 있지만 과탄산소다를 넣고 60도 정도로만 돌려도 살균이 되어 빨래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실내 건조해도 햇볕 냄새가 납니다). 

소창 수건 (정련 후)

과탄산소다로 세탁세제를 바꾸고 나니 빨래들이 모두 고온 살균과 표백이 가능한 흰색의 소재로 맞춰졌다.


✔︎과탄산소다를 세제 대용으로 사용가능?


흰색 옷은 관리하기도 쉽고 내게 잘 어울리는 편이기도 해서 호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놀림아닌 놀림을 받기도 하고, 좀 변화를 주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도 들은 적이 있다. 처음 그런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좀 위축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소리를 들어도(요즘도 듣는다ㅋ)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옷은 처음에만 예쁘고 손이 잘 안 가서 결국 안 입게 된다는(=돈 지랄일 뿐이라는) 것과, 옷이라는 건 내가 좋아하고 몸에 편한 옷을 깨끗하게 관리해서 입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이란 원래가 끝이 없기도 하고.

​소창과 더불어 좋아하는 소재는 리넨이다. 예전엔 구김이 많아 싫어했는데, 푹푹 삶아 표백하면 항상 새것처럼 입을 수 있어 지금은 좋아하게 되었다. 리넨은 고온으로 살균할 수도 있고, 땀이 나도 살에 달라붙지 않아 시원한 데다 입을수록 낡아가는 느낌이 자연스럽고 멋스러워서 마음에 든다.


린넨은 수세미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왼쪽 삶기 전, 오른쪽 삶은 후)


취향은 확고할수록 좁아지게 마련이지만 매일 같은 모습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을 입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는 말해 뭐 하겠나. 미니멀 라이프는 나를 보살피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옷장에 모두 내가 좋아하고 입는 옷들로만 채워놓고, 깨끗하게 관리해서 단정하게 입으면 왠지 몽글몽글한 기분이 드는데 그 느낌이 꽤 좋다.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도 나를 위해서였다고 믿고 싶었지만 지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