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기증 후기 헤어기부 방법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

헤어 기부는 투두 리스트 중 하나였거든요. 쇼트커트에서 기르다가 중간에 못 참아서 한두 번 커트해버려서 머리를 기증하기까지는 3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 제가 사실 미용실 울렁증이 있었는데요, 머리 기증하려고 파마와 염색을 그만두니까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미용실 안 가도 되어서 편하고 좋더라고요. 사실 연말까지 기른 후에 자르려고 했는데 어느 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치워버렸습니다. 

✔︎숏커트에서 긴머리까지 2년간 머리 기르는 과정


기부할 헤어는 어머나 운동본부에서 접수받고 있어요. 어머나는 '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입니다. 기부받은 머리카락은 병원비 부담이 큰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암환자 가발 제작에 쓰인답니다. 25cm 이상의 머리카락 30가닥 이상을 기부받고 있어 꼭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모아서 기부해도 됩니다. 파마와 염색은 안 하면 좋으나 재가공해서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기부는 가능하고요. 

모발기부 절차 (출처=어머나 운동본부)


미용실 가서 잘라도 되지만 저는 셀프 커트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도전해봤습니다. 

먼저, 머리카락을 자를 때에는 여러 가닥으로 묶어서 자르면 좀 더 기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르기도 수월하고요. 저는 두 갈레로 묶었습니다. 묶을 때에는 자른 후 헤어가 빠져나오지 않도록 신경 써서 꽉 묶습니다. 


25cm 이상 자를 길이를 체크하고요, 


자를 길이에 맞춰 고무줄 위치를 조정합니다. 


고무줄 위로 잘라야 자른 후에 머리카락이 흩어지지 않겠죠? 저는 머리숱이 많아서 좀 힘들었어요. 잘 안 잘라지더라고요. 머리숱 많으신 분은 여러 갈레로 묶어서 자르시는 걸 추천합니다. 싹둑싹둑... 


반대쪽 머리도 자르고요. 


자른 머리를 보니까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참고로 셀프 헤어커트는 실패했습니다. ㅎㅎ 곱슬머리인 데다 숱이 많아서 일자로 잘라놓으니까 거울 속에 왠 몽실이가 있더라고요. 결국 미용실에 가서 다시 다듬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


여담이지만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더니 미용실 언니가 저보고 머리숱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몇 년 전에는 머리숱이 많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미용실 가면 "옆쪽은 머리가 다 빠졌네요."이런 소리나 듣고 혼자 씩씩대면서 집에 온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샴푸를 끊고 천연 오일로 케어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도브 뷰티바로 머리를 감고 있어요. ^^

머리만 잘라 놓으니까 좀 무서운 것 같아서 리본을 묶어줬습니다. 예쁘죠? ^^ 

파마염색한 것 같지만 자연모입니다. 자연 갈색모에 곱슬머리예요.


선물상자 사려다가 좀 과한 듯싶어 그냥 지퍼백에 넣어서 포장했습니다. 


어머나 운동본부에서 헌혈증 기부도 접수받고 있어서 헌혈증서 6장도 준비했습니다. 보통은 헌혈하자마자 헌혈의 집에 기부해버리는데 따로 모아서 기부하면 더 뿌듯할 것 같아서 일부러 모았거든요. 헌혈증은 1장부터 기부할 수 있고 혈소판 헌혈, 혈장 헌혈 등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가능합니다. 


헌혈증 기부 접수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113 사학회관 802호 (03041)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 앞 

헌혈증 기부


모발 기부는 헌혈증 보내는 곳과 주소가 다르니 유의하세요. 어머나 운동본부는 이메일로만 업무를 하고 있고 전화번호가 없으니 빈칸으로 비워두면 됩니다. 

 

모발 기부 접수처: 

서울특별시 노원구 화랑로 45길 24 (월계동) 3층 (01914)

어머나 운동본부 헤어 기부 접수처


헌혈증 기부는 대한민국사회공헌재단인데 확인을 제대로 안 하고 가서 저는 막 써서 보내버렸네요. ㅎㅎ 그래도 주소는 맞으니 제대로 가겠죠? 헌혈증과 모발은 먼저 보낸 후에 운송장 또는 등기번호를 받아 어머나 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기부신청서를 작성하면 3주 후에 기부증서를 출력할 수 있답니다.

누군가 버킷 리스트는 이루었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저장되는 것이라고 하던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오래 걸려 하고 싶었던 일 한 가지를 이루고 나니 목표가 사라졌다는 생각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풍성하게 채워지는 느낌이 있네요. 모발 기부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취지이지만 사실은 제 자신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저는 곱게 길러서 또 기증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