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변실금 관리방법

 동구 너를 어찌해야 할까 

치질 수술 후 3년차가 되었는데요, 올 초에 변비로 급성치열이 한번 심하게 있었어요. 그때부터 변실금과 가려움으로 또다시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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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치열의 보존적 요법

수술은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고 병원도 가기 싫어서 혼자 구글링해서 공부했어요. 그렇지만 보존적 요법으로는 좀처럼 호전되지가 않았습니다. 수개월 투병하면서 삶의 질이 바닥을 치고서야 항문외과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에게 치열 전에도 수술 후부터 변실금(거즈에 약간 뭍어나는 정도)이 내내 지속되어 2년동안 거즈를 못 끊었고 최근에 심하게 찢어진 후로는 액상변이 많이 새고 항문 뿐만 아니라 외음부와 엉덩이골까지 심하게 가려워서 고통스럽다, 혹시 변이 새는 게 치질 수술 부작용이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정색을 하며 예민하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더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화장지보다 더 자주 사는 거즈


일단 항문경으로 검사하니 만성치열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변실금이 아니라 항문 주변의 긁어서 생긴 상처에서 진물이 나오는 것이고 외음부와 엉덩이골 가려운 것은 질염 때문일 수 있다고 했고요. 그러면서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줬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전문의약품)를 처방받았습니다.

👉🏻1세대? 2세대? 3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원리, 종류, 부작용

의사 말대로 변실금이 아니라 상처 진물이었고 서혜부와 항문소양증은 질염으로 인한 것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변실금이 맞았고요, 항문, 외음부, 엉덩이골의 심한 가려움은 변실금으로 유발된 피부염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항히스타민제를 먹는다고 한들 소용이 없지요. 똥물이 계속 세니까요. 

그리고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을 일시적으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대증 요법일 뿐 직접적인 치료제는 아닙니다. 의사도 원인을 모르니까 이렇게 처방을 한거예요.

치핵수술로 잘라낸 살이 많으면 항문 직경이 수술 전보다 좁아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항문협착 아님) 치열이 발생한 것도 일종의 치질 수술 부작용이 맞아요. 치핵수술은 괄약근을 건드리지 않지만 잘라낸 살이 많다면 변실금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항문 압력은 괄약근 혼자 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19세기의 서구에서는 집보다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병원은 환자의 체액 등으로 악취가 가득했고 의사들은 손이나 수술 도구를 잘 씻지 않았어요. 당시의 의사들은 시체를 부검하다가도 산모의 출산을 돕고는 했는데 이 시기의 산모들은 산욕열(Puerperal fever)로 사망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위생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이었지요. 

위생 관념이 없었던 19세기 외과 수술 모습 (그림: Thomas Eakins의 Gross Clinic)

이 후 젬멜 바이스(Ignaz Semmelweis)라는 의사가 산욕열은 교차감염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의사들은 산모를 돌보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손 씻기가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방법이 되었지만 당시의 의사들은 모든 것이 본인들의 손이 더럽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거세게 반발했지요. 

수술 전 염소 처리된 석회수로 손을 씻는 젬멜바이스


의사들이 쓸데없이 자존심만 쎈 것은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그들의 우월의식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좋은 의사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누굴 탓하겠어요? 수술 동의서에 사인한 사람은 바로 저이고 항문은 한개 뿐이니 무를 수도 없게 된 것을요. 할 말이 많지만 더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질은 수술만이 베스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잘 관리하는 것이 수술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어요. 무조건 수술을 권하는 의사가 많으니 스스로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실금 피부염에 대해 

피부가 대변에 지속적으로 접촉되면 대변의 습기에 의해 피부가 손상되어 투과성이 증가하며 배설물에 표함된 효소(단백질 분해효소 및 지방 분해효소), 세균 등에 의해 염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회음부(항문과 생식기 사이)와 둔부에 호발하며 때로는 대음순(Labia majora) 혹은 음낭(Scrotum), Y존이라 부르는 서혜부 전체에 번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태를 실금 피부염 (Incontinence-associated dermatitis, IAD)이라고 합니다(Ostomy Wound Manag., 2007).

염증 반응의 일반적인 증상은 발적, 부종, 열감, 통증, 삼출물의 다섯 가지입니다. 이는 치유와 재생을 촉진시키는 인체의 정상적인 면역 시스템이지만 오래 지속되면 조직을 손상시키고 2차 감염 등으로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지요. 

변실금 환자의 약 50%에서 실금 피부염을 경험하며 피부 연화, 따가움, 가려움, 타는 듯한 통증, 부분층 피부손상, 발적이 있으면서 부어오름, 진물, 수포, 각질, 비늘, 경결(조직이나 그 한 부분이 염증이나 출혈 때문에 결합 조직이 증식하여 단단해짐), 삼출물 배액 등이 나타납니다. 합병증이 동반될 때에는 반구진 발진, 위성 병변을 보이는 진균 감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며 욕창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건강하다면 항문을 어떻게 관리하든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그렇지만 실금 환자는 변이 새니까 항문을 자주 세척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피부가 손상되며 이로부터 염증이 시작되므로 올바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수술보다도 중요한 것이 관리 방법인데요, 항문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병원에서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아요. 병원은 수술해서 돈버는 곳이지 관리방법을 지도하는 데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환자는 잘못된 관리로 투병기간이 몇년씩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반년째 고통받으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터득한 항문 관리 방법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실금 피부염의 예방 

병원에서 좌욕도 할 필요없고 상처가 아물어야 하기 때문에 거즈도 붙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치질수술 직후처럼 항문을 관리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뭐가 줄줄 새는데 거즈를 붙이지 말라니...가려움도 긁혀서 생긴 상처 때문이니까 약 먹으면서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처로 인한 가려움은 항히스타민제로 견딜만하지만 세균 또는 진균(곰팡이)에 감염되었다면 그 가려움은 이성을 잃을 만큼 상상초월이거든요. 항히스타민제를 하루에 두 알씩 먹어도 효과가 없을 정도니까요.

항히스타민제를 하루에 2알씩 먹을 때도 있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실금으로 인한 피부염은 가려움을 느낄 때 실금이 일어난 상태일 수 있으므로 참는 게 아니라 즉시 씻어내야 합니다. 실금 피부염은 습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좌욕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적절히 항문을 세척하여 위생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항문 주변을 세척할 때에는 알칼리 비누는 쓰지 않습니다.  비누 성분은 일반적으로 알칼리를 띄고 있으며 피부의 pH를 증가시켜 미생물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정상적인 유분이 과도하게 손실되어 피부손상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칼리 비누는 따가워서 쓰고 싶어도 쓰기가 힘들 거예요. 

회음부와 항문 주변을 세척할 때에는 문지르지 않고 물로만 세척하는 것이 피부손상을 줄이는 데에는 베스트입니다. 다만 항문은 주름이 있고 염증으로 붓고 태선화 등이 진행되어 그 골이 깊어졌거나 세균과 곰팡이에 감염된 상태라면 물로만 세척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배변 후에 손을 대지않고 물만 뿌려 세척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더군요. 

미지근한 물로 약산성의 자극이 적은 세정제를 선택하여  씻되 최소한의 힘과 마찰만으로도 주의를 기울여 부드럽게 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지르지 않고 살짝 압박을 가하면서 눌러 닦으며 세척제도 거품 낸 후 손바닥으로 피부를 직접 닦기 보다는 거품을 문지르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아요. 건강할 때처럼 샤워타올 등을 이용하여 문질러 씻는 등의 행동은 절대로 금물입니다.

저는 도브 비누를 오랫동안 사용해왔는데요, 중성 비누인데도 불구하고 상처난 피부에는 많이 따가워서 씻을 때마다 매번 지옥문이 열리더라고요. 요즘은 도브 대신 일리윤 탑투토 워시를 사용 중인데요, 확실히 덜 따갑고 순합니다. 저는 문지르지 않는 것은 힘들어서 문질러 씻고 있기는 하지만 뽀득하지 않아 씻으면서 피부가 찢기는 현상은 없어졌고 항문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일리윤 탑투토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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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젖었을 때 표피박리와 마찰에 의한 손상이 커지므로 세척 후 물기는 타월로 문질러 닦지 않습니다. 톡톡 두드려 닦거나 닦지않고 자연건조시킵니다. 남은 습기는 드라이어 냉풍으로 말려서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주고요. 

실금 환자는 피부가 습한 상태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세척으로 인해 정상적인 각질층의 지방이 소실되어 건조로 인해 피부가 손상되기 쉬우므로 적절한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보습제는 피부의 수분장벽을 강화하고 복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세타필 크림을 발랐다가 따가움으로 지옥을 경험한 후 보습제는 따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데요, 항균효과가 있고 보습력이 좋은 코코넛 오일을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코코넛 오일은 실금 피부염의 보습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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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대변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피부 보호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피부보호제는 산화아연(zinc oxide), 바세린(petrolatum)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산화아연은 자극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바세린은 피부가 짓무르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피부 보호제는 따가움이나 통증 등 상태가 심각할 때 즉각적으로 피부가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으나 일시적입니다. 잘 씻기지 않아 깨끗이 세척하기 어려워서 꼭 필요할 때 사용하고 상태가 호전되면 즉각 사용을 중지하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필요에 따라 적절히 가감하여 사용합니다. 

산화아연이 주성분인 기저귀 발진 연고
바세린(petrola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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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균 감염은 2차 감염으로 인한 가려움증 사례의 최대 40%를 차지할 만큼 흔하며 대부분은 칸디다 알비칸에 의해 발생합니다. 저도 변실금이 시작되면서 칸디다 감염으로 서혜부 전체에 발진과 가려움이 번져 약 6주 정도 고생했지요. 실금피부염에 의해 이차적으로 칸디다 감염증이 발생했다면 보습제와 피부보호제는 잠시 지양하는 것이 좋고 국소 항진균제(Antifungals)를 사용하여 치료부터 해야 합니다.  

실금 피부염을 관리하는 데 있어 피부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일단 붓기가 처음보다 많이 빠지니까 액상변이 덜 새고 일상생활도 어느정도 가능해졌어요. 컨디션 좋을 때에는 보송한 상태가 반나절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요. 아주 가끔은 건강했을 때처럼 동구의 존재를 잠시 잊어 버릴 때도 있습니다. 잘 관리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조금씩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