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츠기식 화장품 단식 한달차
음식을 바꾸면 몸이 바뀌고 정신이 바뀌고 결국 삶이 바뀐다고 했다. 나는 정신력이라는 것은 매우 전적으로 몸이 받쳐줘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의 세포가 되고, 나의 몸을 만들고, 정신도 만든다.
그래서일까. 먹는 것을 바꿨더니 내 몸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수십 년 동안 고생해온 고마운 내 몸을 위해.. 이것저것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있는데, 화장품 단식도 그중 하나이다. 우츠기식 피부관리법이야 진즉에 알고 있었고 예전에 한번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땐 아무 정보 없이 무턱대고 시작했고, 남이 하는 것을 흉내 내는 정도여서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일단 책부터 읽었다. 몇 년 전엔 화장품 단식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책을 읽고 과학적인 논리에 납득이 되고 보니 정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참고한 책은 아래 우츠기 저 물로만 감기 놀라운 기적이라는 책이다. 화장품 단식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아래 책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 )
화장품 단식과 더불어 물로만 씻기(세안, 샤워, 머리 감기)를 시도한 지 한 달 차인데,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가 많다. 100% 물로만 씻는 것은 피부도 회복기간이 필요할 테니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난이도로 보면 내 경우엔 몸 < 머리 < 얼굴 순으로 난이도가 높았는데, 몸은 생각보다 아주 만족스럽다.
몸 BODY
클린 식단을 유지 중이라 그런지 체취가 거의 없어 냄새는 고민이 아니었지만 한 달에 걸쳐 각질이 많이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엔 원래 샤워하던 습관이 남아있어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해서 그랬던 것 같다.
![]() 책에서는 피부표면의 과산화지질 뿐만 아니라 피부장벽의 시멘트 역할을 하는 세포간지질도 물에 녹기 때문에 너무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지 말라고 한다. |
그렇지만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물로만 씻으면 피지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끈적이는 느낌이 나는데 그게 낯설어서 더욱 오랜 시간 공들여 샤워했고, 정말 피지가 물에 씻겨나가는지 뜨거운 물로 오랜 시간 씻으니 비누를 쓰지 않아도 뽀득뽀득해졌다. 그렇지만 물기를 닦아내고 나면 각질이 심하게 올라오고 건조해서 피부 찢어지는 느낌이 났다. 그래서 올리브 오일을 발랐는데, 이걸 다시 물로만 씻어내려고 하다 보니 샤워시간은 더욱 길어져서 오히려 자극이 느껴졌다.
솔직히 오래 샤워하고 있으면 그 자체가 기분이가 좋기 때문에.. ㅎ 처음엔 포기하기가 무척 아쉬웠지만 이 후로는 되도록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하려고 노력했다.
올리브 오일과 같은 천연 오일도 피부에 스며들어 역시 세포간 지질을 녹이기 때문에 쓰지 말라고 했지만 각질 때문에 안 쓸 순 없었고, 대신 온몸에 마사지하는 수준으로 바르던 것을 각질이 많이 일어난 부분에만 되도록 소량씩 사용했다. 그렇게 하니 물로만 가볍게 씻어도 각질이 제 때 제대로 탈락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달차가 되는 시점에서 문득 다리를 보니 윤기가 반질반질 빛나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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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만 씻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피부 |
물론 각질이 약간 있긴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눈에 잘 띄지 않고, 찢었지는 느낌도 사라졌다. 피부 재생주기가 21일 정도이고, 모든 피부 세포가 일시에 재생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달만에 이 정도 피부가 개선된 것이 무척 만족스럽다. 신기한 건 항상 고민이었던 발 피부는 줄로 미는 것을 그만두고 물로만 씻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사포처럼 거칠거칠한 느낌이 없이 부드러워졌다. 물론 심각한 상태였던 발뒤꿈치는 여전히 거칠고 갈라져있지만 많이 좋아져서 스타킹을 신을 때에도 걸리지 않고 부드럽게 들어간다.
피부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1-3년 걸린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식습관을 바꾸고 피부에 해로운 것을 그만두면 몸은 훨씬 빨리 회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물로만 씻기를 하는 것은 사실은 클린한 식습관과 한 세트다. 특히 얼굴과 두피는 먹는 것에 따라 피지양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얼굴 FACE
얼굴은 아직 시행착오 중인데 피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특히 얼굴 피부는 몸의 피부와는 많이 다르고 훨씬 예민한 것 같다. 어쨌든 건강한 피부가 목적이기 때문에 무식하게 물로만 씻기를 고집할 생각은 없어서 1-2일에 한번씩 비누 세안을 병행하면서 상태를 보고 있다. 얼굴엔 각질 때문에 바세린을 소량 눌러주기도 하지만 바셀린을 바른 날은 틀림없이 좁쌀이가 올라오기 때문에 고민이다.
바세린은 분자 크기가 크기 때문에 피부에 스며들어 세포간지질을 녹이진 않지만(조금은 스며든다고 함), 피부 위에서 산소를 차폐시켜서 모공 속을 혐기 상태로 만들어 여드름균과 같은 혐기성 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머리 HAIR
머리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기름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은 식단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함.. 별로 기름지지도 않고 냄새도 별로 없고 촉감이 부드러워져 신기했다. 근데 윤기가 많이 죽는다. 무광... 느낌. 그리고 냄새는 거의 없지만 왠지? 혹시나?? 설마??? 해서 신경이 자꾸 쓰인다. 그래서 머리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비누로 감으며 상태를 보고 있다.
내 생각엔 얼굴과 머리는 사회생활하려면 100% 물로만 씻기를 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건강한 피부와 화장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은 탐나지만 각질을 달고 있는 얼굴은 영 단정해 보이진 않는다. 차츰 물로만 씻는 횟수를 늘려 시간이 지나 피부가 회복되고 노하우가 생기게 될 수도 있지만 내 피부에게도 지금 당장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