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장벽과 피부결
피부 장벽은 주로 Brick and Mortar 이론으로 설명되는 표피의 가장 바깥쪽의 각질층을 일컫는 말이다. Brick은 각질세포와 그것을 이루는 다양한 단백질과 이에 연결된 막을 의미한다. Mortar는 주로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각질 세포간 지질을 말하며 다층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한국피부장벽학회지 2010). 피부 장벽은 10-20㎛에 불과하지만 생체 수분 손실을 막고 외부 유해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몸의 최전방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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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장벽 |
이 각질층이 건강하게 잘 형성되어 있는 피부는 마치 그물망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피부결'이다. 건강한 피부의 결은 그물망(Basket weave) 구조를 하고 있고, 이는 사람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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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피부는 빗살무늬(오른쪽, 아래그림)이며, 각질의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지 않아(왼쪽, 3번 그림) 각질이 지저분하게 떠서 거칠고 건조하다. |
피부결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피부는 결코 유리처럼 번쩍거리지 않는다. '꿀광, 물광' 피부라는 말처럼 피부가 삶은 계란 흰자와 같이 미끈하다면 피부 장벽이 제거되어 피부의 밑천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피부결이 살아있는 피부는 유리광이 아닌 은은한 윤기를 가지고 있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건조하지 않으며, 각질이 지저분하게 들떠있지도 않다.
물로만 씻기 - 몸 BODY
먼저 몸은 원래 그렇게 지성이거나 하지 않아서 물로만 씻는다고 트러블이 나거나 하는 건 없었는데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게 고민이었다. 나는 100% 물로만 씻기 한 것은 아니고, 1주일에 한번 정도 가끔씩 도브 뷰티바로 비누칠을 하거나, 죽염을 물에 녹여서 마사지하기도 했다. 비누거품이나 죽염수로 손으로만 부드럽게 문질러줘도 지저분하게 올라오는 각질이 어느 정도 제거가 되는 것을 보고, 그동안 샤워타월로 몸을 빨래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씻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 달 차에 접어들면서 어느 순간 보니 각질이 거의 사라졌다.
팔의 피부는 헌혈할 때 맨살을 드러내도 창피할 것이 없을 정도로 각질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물로만 씻는다고 까마귀처럼 피부에 검은 때가 끼는 일도 없었다.
다리는 초반에는 거북이 등껍질같이 크고 거친 각질이 많이 일어났었는데, 점차 하얀 가루 같은 자잘한 각질로 바뀌었고, 한 달 즈음부터는 각질이 있을 때도 있고 거의 안 보이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각질을 신경 안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다리에도 각질이 거의 사라졌고(자세히 보면 있긴 하지만) 은은한 윤기가 돈다. 그리고한 달까지는 인그로운 헤어로 요철이 심해지는 듯했지만, 지금은 손으로 만져보면 처음보다 많이 매끄러워져서 회복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손도 초반에 특히 각질이 많이 일어났던 부위였는데, 어느 순간 각질이 다 사라지고 피부결이 생겼다. 처음엔 자잘한 무늬가 건조해서 생긴 주름인 줄 알았는데 피부결인 것 같다. 그리고 은은하게 윤기가 반질반질 돌기 시작했다. 손은 검은 때나 세균이 끼기 쉬운 부위라 비누칠을 했지만 샤워타올과 주방세제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개선이 되어 놀랐다.
그리고 요즘 들어 몸에 물방울이 맺힌다. 물로 씻을 때 물에 젖은 피부의 촉감이 뽀득한 것과 기름진 것의 중간 느낌? ㅎㅎ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내 생각엔 몸의 굴곡에 따라 은은한 윤기가 돌고 각질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 촉감이 각질층이 잘 성숙되었을 때의 느낌인 것 같다.
현재 바디케어 루틴은 너무 뜨겁지 않은 물로 가볍게 씻고, 물기를 닦을 때는 톡톡 두드려 닦는다. 올리브 오일은 매일 몸에 바르진 않고, 열흘에 한번 정도 아로마테라피로 전신마사지할 때 바르는데, 이 다음 날엔 도브로 비누거품을 내어 씻었다.손은 하루에도 여러 번 비누칠을 하고 물에 자주 닿는 부위라 건조해서 손등에 가끔씩 올리브 오일 한두 방울 바르기도 한다.
처음엔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하려고 노력했는데, 해보니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피부가 개선되었기 때문에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스트레스받기보다는 본인의 스타일과 피부 상태에 따라 적당히 케어하는 게 좋은 것 같다. 평생 가져갈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급할 게 하나도 없고, 몸의 재생 능력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로만 씻기 - 얼굴 FACE
내게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얼굴은, 한 달까지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큰 각질이 T 존을 중심으로 많이 올라오다가 이후에는 몸과 같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되었는데, 문제는 트러블이었다 (원래 어쩌다 한 번씩 뾰루지 한두 개 정도 나는 중복합성 피부임).
한 달 즈음이 지나면서부터 T존 부위를 중심으로 생전 처음 보는 크고 작은 좁쌀 여드름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한마디로 망.했.다. 그 시점부터는 아침저녁으로 도브로 세안하거나 소독되라고 죽염수로 마사지하기도 했는데, 트러블의 염증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흔적이 얼룩덜룩 남았다. 얼굴은 물 세안하는 게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원래 피부가 좋은 편이라 생얼이 어려운지 잘 몰랐는데, 크고 작은 좁쌀여드름과 흉터가 얼룩덜룩 생기면서 생얼로 다니는 게 좀 부담스러워졌다. ㅠㅠ 트러블이 있긴 했지만 오션 타월로 빡빡 문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굴에도 피부결이 생긴 게 보이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건조하지도 않아서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로만 씻기 할 때 밀가루로 얼굴 기름기를 제거해서 좁쌀 여드름을 해결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역시 기름기는 과도해지면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밀가루든 순비누든 뭐든 순한 걸로 적당히 제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피부에도 회복될 시간이 필요한 건데 처음부터 트러블이 나도 무식하게 참으면 본인 피부만 상한다. 기름기도 기름기지만 요즘은 미세먼지에 코로나에 공해가 심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얼굴은 그냥 비누로 씻기로 했다. 요 며칠간은 아침에는 물 세안, 저녁에는 비누 세안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트러블이 없지만 데일리 루틴으로 완성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물로만 씻기 - 머리 HAIR
머리의 경우 기름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서 걱정했지만 나는 그런 일은 없었고 난이도로 보면 머리가 가장 쉬웠다. 처음엔 1주일에 한번 정도 비누로 감긴 했는데 기름져서 감은 건 아니고 혹시나 내가 모르는 냄새가 나서 다른 사람한테 민폐 끼칠까 봐 자꾸 신경이 쓰여서 감았다. 물로만 감기 하면서 중간에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2주 정도 지나고부터 머리가 빨리 자랐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빨리 자란 것 같다. 물로만 감으면서 피지 생산에 쓰일 영양소가 모근으로 가면서 머리가 빨리 자라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편하기도 하고 두피에도 순한 것 같아서 매일 비누로 감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지만, 헤어라인을 따라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것 때문에 이마에도 트러블이 나는 것 같아서 요즘은 3일마다 한 번씩 비누로 감고 있다. 혹시나 모를 냄새 때문에도 남한테 피해 줄까 봐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적당히 3일 정도마다 비누로 감는 게 정신건강에도 나은 것 같다. 그래서 헤어케어 루틴은 이렇게 거의 완성된 것 같다.
1일: 도브 비누로 머리 감기 + 올리브 오일 2방울(린스 대용)
2일: 물로만 감기 (올리브 오일 X)
3일: 구연산으로 헹구기 (올리브오일X)
물로만 씻기 1년이 지나도 각질과 함께라는 사람이 있어서 나도 두 달 동안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각질 때문에 고민과 의심을 정말 많이 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물로만 씻기는 정말 가능한 거였다. 다른 데는 몰라도 몸은 정말 추천하고 싶다. 물로만 씻기 하면서 샤워타월, 얼굴용 오션 타월, 발밀이를 비우고 욕실은 더 간소해졌고, 피부는 은은한 윤기가 도는 건강한 피부가 되었다. 변화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시간이 걸려도 나이와 상관없이 피부는 반드시 아름답게 회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몸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재생 능력이 그 어떤 제품을 쓰는 것보다 강력하고 확실하다는 것도. 피부가 완전히 회복되는 최소기간이 1년이라고 하니 6개월 후, 1년 후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