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쪽 가볼만한 곳 베스트 10

제주도 서쪽 가볼 만한 곳 10

5년 전엔 제주도를 동서남북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었었거든요. 중간에 한라산이 있으니까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차에서 시간을 많이 버렸지요. 

이번 여행에서는 제주도 서쪽에 집중했습니다. 서쪽에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 많아서 짧은 기간 알차게 제주도를 느낄 수 있거든요.



1. 구엄 돌염전 

제주바다는 해안이 현무암으로 되어 있었어요. 제주의 바다빛은 서해나 동해나 남해와도 다릅니다. 녹색, 하늘색, 에메랄드색 다 있어요. 현무암의 검은빛과 환상의 조합입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이곳은 구엄포구에 있는 구엄돌염전이예요. 현무암 바위 위에 거북이 등껍질 모양으로 생긴 황토색 둑은 찰흙으로 만든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둑 안에 고인 바닷물이 햇볕에 마르면서 생기는 소금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천일염을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생산된 돌소금은 넓적하고 굵은데다 맛과 색도 뛰어났었다고 하네요. 

지금의 구엄 돌염전은 조선 명종 14년에 만들어진 것을 현대에 와서 일부 복원한 것으로 제주 방언으로 '소금빌레'라고도 부릅니다. 빌레는 너럭바위를 뜻해요.

구엄돌염전(소금빌레)


구엄 돌염전이 있는 구엄포구부터 고내포구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대한민국 해안누리길은 주변 경관이 수려하여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습니다. 화려한 암석들과 아름다운 제주 바다, 데크길, 숲길 등 지루할 틈이 없지요. 




2.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은 국내 유일의 선인장 야생 군락입니다. 선인장의 원산지는 멕시코인데 이곳에 선인장 군락이 있는 것이 신기하죠? 매년 6~7월이면 노란 꽃이 피고 11월에는 열매가 보라색으로 익는데, 이 선인장 열매가 바로 백년초입니다. 월령리 주민들은 선인장이 손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 손바닥 선인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손바닥 선인장 군락지와 풍력발전기, 푸른 바다까지 풍경이 정말 제주스럽더라고요. 사람 붐비지않아 조용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천연기념물제429호로 지정되어 있는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3. 수월봉 지오트레일

높이 77m의 작은 언덕 형태의 오름인 수월봉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지질공원입니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고요, 특히 해질녘 풍경이 아름다워 일몰 명소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수월봉

나지막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서쪽 해안절벽을 따라 노출된 화산쇄설류(火山碎屑Pyroclastic flow)의 노두(露頭, 암석이나 지층이 토양이나 식생 등으로 덮여있지 않고 직접 지표에 드러나 있는 곳)는 측방 연장성이 뛰어나 화쇄난류(火碎亂流, 폭발적인 화산 분출에 의해 형성되어 지면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저농도의 화산 기원 중력류) 층의 세계 최고 노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계지질공원이자 천연기념물 513호로 지정되어 있는 제주 수월봉 화산쇄설층


수월봉 앞바다의 해변이 다 현무암인데요, 용암이 금방이라도 용솟음칠 듯한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눈길 닿는 곳마다 특별했습니다. 





4. 군산오름

오름은 산지로 되어 있어 내비게이션에 안 뜨거나 주차장이 따로 없고 출입이 통제되어있는 곳도 있으니 사전에 제주관광정보센터 등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군산오름은 이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라 내비게이션에 뜨더라고요.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지만 길이 좁고 외통이라 운전에 미숙하다면 추천하지 않을께요. 걸어서 올라가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군산오름 정상에서 한라산부터 중문, 마라도, 산방산까지 서귀포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특히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돋이가 아름다워 일출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군산오름에서 내려다보이는 서귀포 시내 전경

"비 오고 흐린 제주도 아름답다."

비가 흩뿌려지고 있어서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르누아르의 화폭에 담긴 그림 같더군요. 군산오름 정상에서는 구름이 손 끝에 만져졌습니다. 신기하죠? 비오고 구름 낀 날에만 누릴 수 있는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왼쪽으로는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머리에 구름 모자를 쓴 산방산이 내려다보이네요. 군산오름은 야경도 아름다우니 하루의 마지막에 군산오름을 코스에 두고 움직이는 것도 추천할께요.

군산오름에서 보이는 산방산에 그림처럼 구름이 걸려있네요. 


5. 외돌개와 황우지(선녀탕)

제주 서귀포 외돌개는 용암 바위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남은 돌기둥입니다. 외돌개처럼 주변의 암석이 파도에 침식되고 단단한 암석만 남은 돌기둥을 시스텍(Sea Stack)이라고 하는데요, 돌기둥이 홀로 서 있어 외돌개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고려말 원나라 세력을 물리칠 때 잔여 세력이 범섬으로 달아났는데, 이때 최영 장군이 외돌개를 장군 모습으로 꾸며 이들을 물리쳤다고 하여 장군바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외돌개 꼭대기에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어 마치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네요. 홀로 서있으나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이 어쩐지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주 서귀포 외돌개


주변의 해안 침식 절벽과 동굴, 유니크한 제주 바다의 푸른 빛이 외돌개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외돌개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경관을 감상해보세요. 

해안 침식 절벽과 동굴들


공용주차장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외돌개를 먼저 보고 돌아 나와 왼쪽으로 황우지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남주 해금강과 황우지(선녀탕, 12 동굴)로 이어집니다. 한 5분 정도 걸리나 봐요. 가는 길이 다 숲 길이라 그늘이고 나무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 좋았습니다. 

황우지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황우지 해안은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요즘 SNS에서 핫해져서 많이들 찾는 것 같아요. 

땡볕을 견디며 계단을 오르내릴 자신은 없어서 멀리서 바라본 황우지해안

황우지해안의 모습 (출처=VISIT JEJU)


6. 서귀포 치유의 숲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서귀포 치유의 숲입니다. 이곳은 사전예약제이고요, 탐방예약은 구글에서 '서귀포시 이티켓 >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들어가 하면 됩니다. 예약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가능하고 입장은 오후 4시까지만 가능하니 시간 체크해서 이동하세요. 입장료 천 원, 주차도 천 원입니다. 

이곳은 하노끼라고 불리는 편백나무가 특히 많은데 비올 때 향이 더 진하게 납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비 온다고 무조건 실내 관광은 아니되옵니다. 이곳은 제주니까요! 



7. 박수기정

박수기정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라는 의미를 가고 있습니다. 100m에 이르는 수직의 절벽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인 듯 장관을 이루고 있지요. 

박수기정 위로 올레길이라 올라가서 조망해볼 수도 있지만 대평포구 쪽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저는 가끔 실물보다 사진이 잘 나오면 사진은 역시 사기라는 말을 하는데요, 박수기정만큼은 사진이 실물을 따라가지 못해서 사진은 역시 사기인 것 같아요. 해질녘이 특히 아름다우니 저녁 무렵에 방문해서 노을을 감상해보세요. 

사람 북적이지않는 일몰명소인 박수기정


8. 천지연 폭포

서귀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용천수가 많고 지하층으로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수성 응회암이 널리 분포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 폭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천지연 폭포가 단연 으뜸이죠. 높이 22m, 폭포 아래 못의 깊이가 20m로 깊어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루어진 연못이라는 의미의 천지연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폭포까지 가는 길은 나무가 많아 다 그늘이고 길도 잘 닦여있어요. 주변에는 난대림이 사철 내내 푸르고 기암절벽이 만들어 낸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한번 가볼만 합니다. 

천지연 폭포는 밤 10시까지 야간개장도 하니까 한낮의 따가운 햇빛이 부담스럽다면 밤에 방문해보세요. 

천지연 폭포


천지연 폭포 입구에서 간식거리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붕어빵엔 붕어가 없지만 한치빵엔 한치가 들어있습니다. 😆말린 한치 조각이 씹히고 모짜렐라 치즈를 소로 넣은 풀빵인데 가격도 착하고 맛있었어요. 

한치빵

폭포를 나와 자구리 공원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카페인 수혈을 했습니다. 공원 앞 푸른 제주바다와 문섬, 그리고 맛있는 커피...잊지못할 순간이었어요. 😌

자구리 공원. 왼쪽에 보이는 섬이 문섬입니다.


9.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서귀포 근방 어디에서도 보이는 신비한 산이 하나 있습니다. 군산오름에서 내려다봤을 때 머리에 구름모자를 쓰고 있었던 그 산, 바로 산방산입니다. 제주 서남부 지역의 랜드마크예요. 

산방은 굴이 있는 산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산방산 아래에 작은 굴이 있습니다. 이곳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 이곳을 산방굴사라고 하고 참배도 할 수 있어요.

산방산 앞에 있는 산방산랜드는 1박2일 촬영으로도 유명하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바이킹이 지금도 운행중입니다.


산방산 바로 앞에 용머리 해안이 있습니다. 마치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용머리해안이라고 불립니다. 주변에 1653년 하멜이 탄 선박이 난파되어 이곳에 표착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하멜표류기념비도 있고 볼거리가 꽤 많아요. 

조수간만의 영향과 기상악화로 인해 수시로 출입통제가 되는 곳이니 관람 당일에 입장 통제시간을 미리 확인하여 방문하시고요. 제가 갔던 날은 출입이 통제되어 들어가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네요.

들어가진 못하고 겉에서 바라본 용머리해안
용머리 해안의 모습 (출처=VISIT JEJU)


10. 제주의 허파,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서귀포 치유의 숲에 반해 다른 날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 도립공원을 방문했어요.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분출된 용암류가 만들어낸 암괴들이 불규칙하게 널려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을 말하며 제주에는 4대 곶자왈이 있습니다. 저는 용머리해안에서 가까운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중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을 방문했어요. 

도립공원이라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더라고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좀 지친 상태였는데 숲에 들어서니까 너무 아름답고 나무 향기도 좋고 갑자기 힘이 펄펄 나더라고요. 



안에 곶자왈 전망대가 있어 한라산도 볼 수 있어요. 전망대까지만 갔다가 원점 회귀하면 한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다른 코스도 둘러보고 싶다면 트래킹화 또는 등산화를 꼭 준비하고 출발 전에 탐방로 사진을 찍어두거나 코스를 잘 확인하여 미리 계획한 후에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사는 없지만 용암숲이라 바위가 많아 가벼운 산책 느낌은 절대 아니거든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중간쯤에 구름에 가려진 부분)

산방산은 뭐 너무 잘 보이네요. ^^


너무 아름다운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입니다. 폐에 곶자왈 피톤치드를 조금이라도 저장해 가고 싶어서 심호흡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 제주도 서쪽 가볼 만한 곳 중에서도 제주곶자왈 도립공원은 꼭 가봐야할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기억에 많이 남네요.


이제 애월로 차 머리를 돌렸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 가장 좋았던 곳이거든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해서 이번에도 일정의 마지막에는 애월을 꼭 들르고 싶었습니다. 

애월은 완전히 서쪽이라 그야말로 완전한 제주의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애월 카페거리에도 카페가 많지만 저는 곽지해수욕장 근처의 애월더선셋에 들렀어요.

애월더선셋에는 리트리버 한마리가 있어요. 통통한 엉덩이가 매력포인트입니다. ^^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네요. 이곳이 정녕 한국인가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는 것 같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구름에 가려버렸습니다. 그런데 구름의 가장자리가 따라 붉은 노을빛으로 빛나며 또 다른 아름다운 경관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이라고 하죠. 햇빛이 구름 뒤에 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에 생기는 은색 선을 가리키는 말로 희망을 은유하는 뜻으로 쓰입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희망적인 메세지까지 선물받은 것 같아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제주는 언제 가도 옳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