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소독약의 성분
얼마 전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었다. 그래서 초강력 방역조치를 하겠다고 공지를 하긴 했는데, 대체 어떤 성분과 어떤 방법으로 방역이 이루어져 왔고 정말 소독이 되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코로나 19의 방역을 위해 사용하는 소독약에는 환경부에 신고하거나 승인을 받은 살균 소독제로 285종이 있는데, 여기에는 전문 방역자용 감염병 예방용 소독제 81종과 안전기준 적합확인을 받은 자가소독용 살균제 204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지난 1월 20일 발표한 자료와 유럽연합(EU) 등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에 대해 소독 효과를 보이는 소독 성분은 염소 화합물, 알코올(70%), 4급 암모늄 화합물, 과산화물(peroxugen compound), 페놀 화합물 등이다.
자가소독용 소독제 204종 중 142종이 염소 화합물(Chlorine compounds)로 유효성분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 차아염소산칼슘,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이 포함되며, 대표적 물질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락스의 주요 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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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살균·소독제와 성분별 유효농도 |
WHO와 미국 CDC 등의 정보에 따르면, 이 성분들은 SARS-CoV, MERS-CoV 등 과거에 밝혀진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소독제 효능을 시험한 결과 차아염소산나트륨(락스 성분)과 알코올(70% 에탄올) 등에서 소독효과가 확인되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참고자료일 뿐 코로나 19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소독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살균 소독제는 WHO에서 권고하는 코로나 19 소독 유효성분을 유효농도 이상 포함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제품들이지만, 일단은 위기 상황이기에 소독효과가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무독성 살균제의 진실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터져 나오면서 초강력 방역을 하겠다고 공지하였고, 이후 상품 자체를 택배 포장 전에 소독하고 있다는 공지를 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소독제를 쓰고 어떤 방법으로 제품에 얼마나 적용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공지하지 않았다.
모든 살균·소독제 성분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죽이거나 비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 생명체에 독성을 가진다. 쿠팡에서는 인체에 무해한 무독성 살균제로 상품을 소독한다고 공지하였는데, 인체에 무해한 무독성 살균제는 없다.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소독제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하는 경우, 신고·승인된 제품이라도 인체에 노출되는 양이 많아지면 해로울 수 있다. 따라서 화학제품안전법에 제34조에 따라 이렇게 무독성, 자연·환경·인체 친화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허위 표시·광고에 해당된다.
'주방용' 살균제를 식품에 써도 될까
자가소독용으로 환경부에 신고된 살균제 중 주방용으로 용도를 등록한 제품은 2종이 있지만, 이는 식품이나 식품과 접촉할 수 있는 용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주방용이라는 용도는 그저 제조·수입업체가 제시한 대표 용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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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소독용 환경부 신고제품 중 주방용 살균제 2종 |
전문 방역용 소독제니까 다를수도?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문 방역용 소독제는 안전 확인대상으로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며,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자가소독용 살균제는안전 확인대상으로 신고된 제품이다.
승인된 것과 신고된 것의 차이일 뿐 둘 다 WHO에서 권고한 유효성분을 유효농도 이상 포함하며 물체 표면 또는 가정 등의 환경을 대상으로 소독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또한 인체 또는 인체와 직접 접촉하는 물품에 사용하지 않는 용도로 사용하며, 식품 또는 식품용기 등의 소독에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동일하다.
따라서 쿠팡에서 쓴다는 무독성 살균제가 방역용이든 자가소독용이든 식품 또는 식품에 접촉할 수 있는 포장까지 소독하지 않아야 한다. '상품의 포장에서 약간의 물기와 약품냄새가 느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쿠팡이 규정에 맞지않는 방법으로 소독하고 있다는 뜻이며 고로 그 소독제가 내 입으로 들어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알코올로 식품소독 가능?
살균소독제는 사용 목적, 용도에 따라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어 어떤 용도로 승인 및 허가를 받은 것인지를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손소독제는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의약외품이며, 이번에 공개된 코로나 19 살균소독제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전 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분류되며 환경부 소관이다. (참고로 손세정제는 소독효과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의약외품 마크가 붙어있는 손소독제로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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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별 구분 |
그러니까 손소독제는 인체에 사용하는 용도로 허가받아 나오는 것이라 인체에 쓸 수 있는 것이고, 방역기관에서 분사 살포하는 소독제는 살생물제로 인체나 식기 소독용으로 사용하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식품용 조리기구 등의 살균소독제 또한 식기 세척용으로 나오는 것이고 사용 후 반드시 제거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식품이나 인체에 사용했을 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해 살균소독력이 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살균소독 효과는 검증된 바도 없어 방역용으로도 부적절하다. 그러므로 쿠팡에서 알코올이나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를 방역용으로 썼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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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등의 살균소독제 |
공기를 소독할 수 있을까
소독제를 분사하는 방법은 소독 범위가 불분명하고, 소독제 성분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농도라면 피부, 눈, 호흡기에도 자극을 주게 되어 표면 소독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또한 분사방식은 바닥이나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퍼뜨려 에어로졸 생성을 촉진시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공간을 소독하는 것보다 물체 표면을 소독제로 닦아내는 방식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WHO 등에 따르면 도로 및 길가 등에 대량으로 살포하는 것은 바이러스 소독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소독제 성분이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만 끼친다. 따라서 일반적인 소독제는 단단한 물체 및 표면에 쓰고 닦아내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
쿠팡은 살균제를 '분사'했다고 하니 효과적 측면에서나 안전성 측면에서나 염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식품에는 뿌리지 않았다고 하면 소독도 하지 않고 소독했다고 한 것이 될테고 말이지? 필요한 물건은 사야겠지만 구입 전에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인 것 같다.
소금물 가글로 코로나19 살균 가능?
가글로 입안 세균수를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호흡기 점막 세포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살균 효과는 없다.
코로나19 소독약 만들기
만약 주위에 환경부 승인된 제품이 없다면 락스를 소독직전에 0.1% 희석하여 (빈 생수통 500ml 에 10ml 락스를 붓고, 찬물을 500ml까지 채우면 0.1% 용액을 만들 수 있음) 처리한 후 10분 이상 방치하면 된다. 희석할 때 뜨거운 물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의 활성 성분을 분해하여 소독효과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냉수를 이용하고 다른 가정용 세제와 섞어 쓰지 않는다. 락스 사용이 부족합한 금속 표면은 알코올 70%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