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압의 진단기준
일반적으로 혈압(Blood Pressure)은 동맥벽에 가해지는 혈액의 압력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 하여 신체의 모든 부분으로 영양소와 산소를 운반하는데, 심장이 확장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이라고 하며, 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라고 합니다.
WHO에 따르면 정상 혈압은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으로 정의됩니다. 정상보다 높다고 모두 고혈압은 아니지만 수축기 혈압 120~129mmHg은 주의 단계, 130~139mmHg는 고혈압 전 단계, 140mmHg 이상이면 고혈압(Hypertension)으로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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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를 저혈압(Hypotension)이라고 하는데, 최고혈압 100mmHg 이하, 최저혈압 60mmHg 이하일 때를 말합니다. 그런데 보통 심각한 증상이 있는 경우는 최고혈압 90mmHg 이하인 경우에 나타나기 때문에 최저혈압보다는 최고혈압으로 혈압을 진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혈압의 종류, 원인, 증상
저혈압 상태에서는 권태감(무력감), 피로감, 오심, 현기증, 손발냉증, 집중력 및 지구력의 감소 등 전신 증상과 두통, 어지러움, 이명증, 불면증 등의 정신신경 증상, 호흡곤란, 식욕감퇴, 변비, 설사, 복통, 서맥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데, 사람에 따라 증상의 정도와 종류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보통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 경우 스스로 저혈압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약간 낮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미한 저혈압은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사실 이런 경우는 혈압을 높이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만성적이라고 해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거든요.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위험하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저혈압 상태는 오래 지속되어도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증상이 없다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혈압이 약간 낮은 편이 오래 삽니다. 정상과 저혈압의 경계 어디쯤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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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저혈압의 경계 어디쯤 2 |
주의해야 할 점은 저혈압은 빈혈, 심장병, 동맥경화증, 폐질환, 위장병, 내분비 질환 등의 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저혈압 증상의 치료보다는 원인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선행되어야겠죠.
본태성 저혈압은 1차성 저혈압 또는 체질성 저혈압이라고도 합니다. 혈압을 저하시키는 다른 질병이 없으면서 수축기 혈압이 낮은 경우입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어 보통은 어린 시절부터 쭉 혈압이 낮고 부모도 저혈압인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마르고 근육이 적고 적게 먹는 사람과 여자에게 빈발하고, 봄~여름에 거쳐 증세가 심합니다. 간혹 내분비계 호르몬 부족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 빈도는 낮습니다.
저혈압이라고 무조건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몸의 각 부분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보낼 수 있다면 혈압이 낮더라도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전체의 10% 정도만 증상이 나타나는데, 기운이 없고 현기증과 두통이 있으며 손발이 차고 불면증이 있으며 맥박이 느리고(서맥) 생리가 불규칙적이기도 합니다.
![]() 저혈압이라도 90%는 특별한 증상이 없습니다. |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은 인구 100명당 6명 정도가 겪는 매우 흔한 증상으로 누워있다가 일어서서 3분 이내에 최대혈압 20mmHg 이상, 최소혈압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Neurology 1996).
진단 도구로는 기립경사 검사(Head-up tilt test, HUT test)가 널리 이용되며(J Am Coll Cardiol 1996), 기립경사 테이블을 70도 각도로 세운 상태에서 일정 시간 동안 증상, 혈압 심전도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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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T는 환자에 따라 침습적 방법이 될 수 있고 금식 등이 필요하므로, 체위성 활력징후 측정방법(3 position BP)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도 있습니다(환자를 5분간 눕힌 후 혈압/맥박수 측정 -> 환자를 세우고 1분 후와 3분 후에 혈압/맥박수를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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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osition BP (BP=혈압, HR=맥박수) |
기립 저혈압은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일어섰을 때 뇌 혈류가 감소하여 현기증, 비회전성 어지럼, 아찔함, 눈앞이 캄캄하게 되는 느낌을 느끼며 심한 경우에는 실신합니다(Mayo Clin Proc 1995). 저도 어릴 때부터 기립성 저혈압으로 갑자기 일어섰을 때 눈 앞이 깜깜해지면서 실신한 적이 꽤 많은데요, 보통은 수초에서 수분 내에 호전되어요.
사람이 누워있다가 두발로 일어서면 약 500-1000ml 정도의 혈액이 중력에 의해 복부나 하지 정맥으로 이동하게 되며, 이에 따라 수축기, 이완기 혈압의 감소와 함께 심장으로의 정맥 환류량이 줄어들어 일시적으로 심박출량과 혈압이 감소합니다. 이 때 자율 신경계, 심혈관계, 내분비계의 보상기전이 일어나 심박수가 빨라지고 말초혈관 저항성이 커지고 정맥 환류량이 증가함으로써 혈압을 유지하게 되는데요(J Physiol 1999), 어떤 원인에 의해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발생합니다.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은 다양한데, 임상에서는 흔히 탈수, 전립선약이나 혈압약 등의 약물에 의한 경우가 많고, 자율신경 기능 부전으로 나타나는 신경성 기립저혈압도 있습니다(Lancet Neurol 2008).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요.
식후 저혈압(Postprandial Hypotension)은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중요한 질환입니다. 식후 2시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진단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심인성 질환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아요(Korean J Med 2008).
그 기전은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장기관으로의 혈액 저류가 주요 요인으로 생각되며, 젊은 사람에서는 잘 없고 노인에게서 빈발합니다. 고혈압, 당뇨병, 파킨슨 병, 하지마비, 신경병증, 혈액투석 환자 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고요.
식후 저혈압의 증상은 다양한데, 밥먹고 난 후 실신, 넘어짐, 무기력감, 어지럼증, 메슥거림, 머리가 멍한 느낌, 눈앞이 깜깜 해지는 증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급성 저혈압은 여러 질환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증후성 저혈압이라고도 합니다. 내분비 계통의 이상이나 만성 소모성 질환에 의한 경우가 많아요.
심장판막증, 심근염, 심근경색증, 심남영 등 심장 질환이 있을 때 심장 수축력의 약화 또는 판막 흡착에 의해 발생하거나, 천식, 폐기종, 폐결핵 등 폐질환, 부신의 결핵이나 애디슨씨병 등 내분비 질환, 만성 위장병이 있는 경우 열성 감염증, 수면제와 니코틴 중독, 혈압 강하제의 오·과용, 안정제나 진정제 등의 약물, 뇌빈혈과 같은 질환들이 급성 저혈압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혈압의 치료
혈압은 아침-저녁 시간, 식사, 온도 등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약물치료 단독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비약물성 치료를 먼저 시도하거나 병행하는 것이 좋은데요(Lancet Neurol 2008), 본태성 저혈압처럼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만성적이라면 식단과 운동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수분, 소금, 식사는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저혈압 증상이 있을 때에는 적은 양을 자주 먹고, 하루 2L 이상의 충분한 물과 함께 평소보다 소금 0.5-1g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고탄수화물 식이는 식후 혈압저하가 단백 식이보다 심하므로 고단백 식이가 권장됩니다. 적절한 음주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측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조금 먹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저는 평소 짜게 먹는 편인데요, 뇌피셜이지만 혈압이 낮아 입에 짠 것이 자연스럽게 당기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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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기호식품인 경우 마음의 안정을 주어 일시적으로 저혈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혈압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으므로 소량 마시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약한 저혈압이라도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과 우울감을 유발해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데요, 그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거겠죠.
장시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거나, 혈압이 낮은 시간대인 아침 일찍 또는 식후에 바로 운동하는 것은 피합니다. 서 있을 때 하지 혈류량이 저류 되는 것을 감소시키기 위해 압박 스타킹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효과는 확실치 않고요, 발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앉는 자세는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래와 같은 하지 근육 수축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운동도 기립저혈압의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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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근육 수축을 증가시키는 운동 (A: 다리를 꼬고 일어서기. B: 발끝으로 서기. C: 스쿼트. D: 앞으로 기울이기) (출처=Res Vestib Sci 2017) |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 상승, 혈액 순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저혈압을 완화시키지만 저혈압이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과격한 운동을 하면 탈진 또는 졸도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집에서 매트 깔고 유튜브 보면서 가벼운 맨손운동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네요.
저혈압은 약도 없다?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서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그때는 약물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요. 저혈압은 약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저혈압도 약이 있습니다.
흔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이 미도드린(midodrine)인데요, 섭취 시 활성 대사산물인 데스글리미도도린(desglymidodrine)으로 대사 되어 직접 알파 1 아드레날린 수용체(alpha 1 adrenoreceptor)를 활성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말초혈관 저항성을 높여 하지와 복부 정맥으로 혈류를 줄이는 기전으로 혈압을 유지시킵니다(Arzneimittelforschung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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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드린 외에도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 플루드로코티손(fludrocortisone), 드록시도파(droxidopa) 등이 저혈압 약물로 사용됩니다.
모든 약물이 그렇듯 저혈압 약도 부작용이 있으므로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요, 규칙적인 생활로 심신의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건강하게 먹고 적당한 운동과 함께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 그게 다더라고요.
저혈압 VS 빈혈
빈혈은 혈액에서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은 것이고 저혈압은 혈압이 낮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빈혈이라도 혈압은 정상일 수 있고 저혈압이라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일 수 있지요.
사실 빈혈과 저혈압의 증상은 구분하기가 참 힘듭니다. 제 경우에는 혈압이 낮을 때에는 당연히 어지럽고요, 혈압이 정상이라도 혈색소가 낮으면 기립성 저혈압처럼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럽더라고요. 저혈압과 빈혈을 구분하는 방법은 혈압을 재고 혈색소 수치를 검사해보는 것 외에는 가장 정확한 방법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