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이유

나 지금 털갈이 중? 

제가 머리숱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이 드니 한 올 한 올이 소중해지더군요. 그래서 한가닥이라도 잃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좋다는 건 한 번씩 해보는 편인데요,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도브 뷰티 바로 머리를 감고 천연 오일로 케어하는 것으로 헤어케어 루틴이 정립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을만 되면 머리가 다시 빠지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예전보다는 훨씬 줄었지만 하루에 한 두가닥 빠질까 말까 한 머리카락이 유독 가을철이 되면 후두두 떨어집니다. 매년 가을만 되면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가을철 탈모가 기분탓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모발의 성장 주기(hair cycle)는 모발이 자라는 성장기(Anagen), 성장이 멈추고 모발을 만드는 모구부가 퇴화하는 퇴행기(Catagen), 모낭이 죽어서 자라지 않는 휴지기(Telogen)의 3단계로 나뉩니다. 두피의 모발은 대부분(약 90%) 성장기에 있고 나머지는 퇴행기 또는 휴지기(약 10%)에 있으며 각 모낭마다 독립적인 주기에 따라 일생동안 지속적으로 성장과 탈락을 반복합니다. 모발은 새로운 성장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모발에 오래된 휴지기 모발이 밀려나가 자연스럽게 탈락하게 되는데(Exogen) 하루에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입니다. 


모발의 성장주기 (출처=Int J Mol Sci.2020)

사람의 몸은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적응하기 위한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머리 속에 째깍째깍 작동하는 생체 시계가 들어 있습니다. 이 시계가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여 생체 리듬을 조절하며 다양한 생리적 현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지는 것도 바로 이 생체 시계 때문이죠.  

생체 시계는 일주기 리듬 뿐만 아니라 24시간 이상의 주기를 가지는 생체 리듬(Infradian rhythms)도 조절하게 되는데 계절적 리듬(seasonal rhythms)도 이에 속합니다. 생체 시계가 반응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빛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하루 해가 점점 짧아지면 생체 시계는 광주기의 변화를 감지하여 계절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호르몬의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모발 주기는 다양한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빛에 반응하여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인 멜라토닌은 모발 성장을 직 · 간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멜라토닌은 여름에는 모발의 성장기를 자극하고 가을에는 모낭 내 에스트로겐 반응을 저해하여 상대적으로 안드로겐 감수성에 영향을 미쳐 모발 성장 주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포유류의 머리카락은 표피와 함께 환경 변화를 감지하여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따라서 자연에서 대부분의 표유류의 모발 주기는 계절성을 띱니다. 을철 탈모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모낭의 성장주기와 생체시계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가을철 탈모(Seasonal hair shedding)는 계절적 리듬에 따른 호르몬 변화 및 모발 성장주기의 결과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은 머리카락이 가늘어지지도 않고 머리숱도 유지되며 9월~11월 사이에 잠깐 빠지다 말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탈모가 6개월 이상 오래 지속되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이 빠지면 만성 휴지기 탈모(Telogen effluvium)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모발 성장 주기의 장애로 나타나기 때문에 계절성 탈모와는 다릅니다. 모발 당김 검사(Hair pull test) 시에 휴지기 모발이 증가한 소견이 있거나 호르몬 검사 또는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고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보통 30~50대에 많이 발생하고 탈모가 갑자기 시작되어 빠르게 진행되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쉽지 않아요. 

모발 당김 테스트, 일반적으로 휴지기 모발만 손가락 사이에 남습니다. (출처=Retinoids in Hair Disorders, 2019)



가을철 탈모 예방 방법

가을철 탈모나 만성 휴지기 탈모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필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안드로겐성 탈모처럼 선천적인 탈모가 아니라 대부분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기 때문이죠. 원인을 찾아 교정하면 충분히 예방 또는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후천적인 원인으로 영양 부족, 노화와 폐경 등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질병 등의 신체적 스트레스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는 직 · 간접적으로 피부질환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정신피부질환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대한피부미용학회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은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고 과도해지면 탈모를 유발할 수 있어요. 현대에 들어 탈모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탈모를 예방하거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모낭에 자극을 주는 습관부터 바꿔야합니다. 가능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 균형있는 식습관,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네, 누구나 아는 그거요. ㅎㅎ 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고 두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나 헤어용품을 변경하거나 사용을 중지하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샴푸 사용을 그만두고 나서 탈모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머리가 더 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더 빠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몇 년동안 머리 안 빠진다고 좋아했는데 올 가을에 갑자기 탈모가 생긴 것은 생각해보면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몸에 좋은 거 잘 챙겨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적당한 헤어 케어를 병행하면 더 좋겠죠. 여름엔 야외활동을 할 때에는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여 자외선이 두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펌, 염색, 열 스타일링을 제한하거나 머리를 타이트하게 묶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머리는 한번 빠지면 자연회복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탈모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이미 빠졌다면 발모에는 개인적으로 아르간 오일로 도움을 받아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르간 오일의 사용방법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