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방법

웰다잉 (Well-dying)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는 뇌출혈로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환자가 부인의 요구에 따라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한 후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 때 환자의 동생이 의료진을 살인죄로 고발했는데, 대법원은 부인에게 살인죄, 보라매 병원 의사들에게 살인방조죄가 적용되어 처벌된 것이 바로 '보라매 병원' 사건이다. 이후에는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치료 중단 요구도 거절하게 되었고, 존엄사(尊嚴死, dead with dignity)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던 환자가 과다출혈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일이 있었는데,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내게 된다. 대법원은 인공호흡기 도움없이 생존 가능성이 없고 환자 스스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하는 의사를 표시했을 것으로 받아들여 가족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데,  이것이 '김할머니' 사건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평균수명은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지만, 그렇기에 죽음을 가까이 느끼면서 생활하는 기간도 늘고 있다. 2016년 평균수명은 82.1세(통계청, 2017)이지만 건강수명은 73.2세로 약 10년에 가까운 차이가 있고(WHO, 2015), 유병기간을 제외하면 그 차이는 20년에 가깝게 벌어진다. 건강이 악화되는 시점부터 죽음까지의 기간이 계속 연장되어 오래 지속되면 본인과 주위 사람들 모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죽음이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웰다잉(Well-dying)은 웰빙(Well-being)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사회 운동가 스콧 니어링은 몸에 이상이 오자 단식을 통해 죽음을 맞겠다고 선언한 후 한달 뒤 100세가 되던 해에 가장 품위있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으로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고있는 니어링 부부


죽는 순간까지 자신과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생명을 연장해나가는 것보다 무의미한 삶을 포기할 수 있는 자기결정이 존엄한 인간의 태도라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지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안겨주듯, 잘 보낸 삶은 행복한 죽음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그래서 노후준비를 하는 것처럼 웰다잉을 위한 준비도 꼭 필요하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의학적 치료를 최선을 다해 받아도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질병의 호전이 아니라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연명치료이므로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생명이 존중되어야 마땅한 것처럼 죽음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MBC뉴스

김할머니 사건 이후로 죽음의 질을 확보하여 웰다잉을 구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가하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어 2018년 2월부터 시행되었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게 된다. 

이제 연명의료결정법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의학적으로도 무의미하고 환자도 원치않는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책임이 가족에게 떠넘겨지지 않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본인의 의사를 미리 남겨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방법

19세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해둘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고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려면 온라인으로 신청은 안되고,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간을 방문해야해서 아직은 조금 번거롭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www.lst.go.kr) 홈페이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가능한 등록기관을 검색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무료이며,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한다. 

www.lst.go.kr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검색하기


나는 가까운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 방문했는데, 전화해보니 상담실은 평일 9-6시까지 상시운영한다고 한다. 사인하기 전에 상담원에게 설명을 들어 되는데, 나는 따로 비치되어있는 브로셔를 읽어보겠다고 했다. 


그러니 사인 두 번 하고 등록하는데 2분 정도 소요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걸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해놓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연명의료의향서는 이렇게 등록을 해도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데, 이 때에도 본인이 직접 서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등록기관에 또 방문해야한다. 

등록이 완료되면 문자로 확인문자가 오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피(www.lst.go.kr)에서 언제든지 나의 등록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본인확인 필요). 


환자가족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기록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지만, 환자 본인이 환자가족의 열람을 허용하지 않은 경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장은 가족의 기록 열람 요청을 거부할 수 있으니 의향서를 등록할 때 가족열람 가능여부를 선택해서 신청한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등록증을 발급해주는데 2-3개월 후에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고, 발송시기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Tel. 1588-0075)에 문의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

등록기관에 등록이 되는 순간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이 발생하며, 임종과정에 진입하는 시점에 담당의사가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조회하여 확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은 꼭 소지하고있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