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묘기증이란
피부 묘기증(Dermographism)이란 진피성 두드러기(dermographism urticaria)의 일종으로, 외상 또는 피부에 대한 압력과 같은 물리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합니다. 피부를 어느 정도 이상의 압력을 주어 긁거나 누르면 그 부위가 두드러기처럼 가렵고 붉게 변하면서 부풀어 올라 마치 피부에 글씨를 쓴 듯한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피부에 글씨를 쓰는 것을 의미하는 'Dermographism(=Skin writing)'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죠.
피부 묘기증은 보통 인구의 1.5-5% 정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유형의 두드러기이며, 성별, 인종간의 차이는 거의 없고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지만 젊은 성인에서 조금 더 흔하게 발병합니다. 우리나라도 인구의 5%, 100중 5명 꼴로 가지고 있는 증상이니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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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묘기증 (출처=Indian J aediatric Dermatology, 2018) |
피부묘기증의 원인
대부분의 알러지 질환이 그렇듯 피부 묘기증도 발병 기전이 불명확합니다. 그 병태 생리도 복잡하고요. 다만 피부 묘기증이 발생한 경우 가족력이 있었거나, 갑상선 질환(갑상선 기능 항진증 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아토피 피부염 등의 피부염 경력이 있는 경우, 당뇨병, 감염증 (세균 감염)과 같은 전신 질환이 있었다는 보고는 있습니다. 그밖에 레슬링과 같은 과도한 피부 마찰을 유발하는 운동이나 양모와 같이 피부를 자극하는 소재의 옷이나 침구류에 의한 자극이 있을 경우에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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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때문에 나타난 피부 묘기증 (출처=J Medical case report, 2009) |
드물게 코로나 19 (COVID-19)로 인해 N95 respirator(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인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종사자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를 사용하였을 때 얼굴에 가려움증이 생겼는데, 팔뚝에도 묘기증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출처=BMJ, 2020).
그밖에도 임신, 폐경, 약물(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 등)로 인한 신체적 자극이 있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으로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피부묘기증의 증상
보통 피부가 긁혀서 자극된 피부는 먼저 모세혈관 확장으로 인해 빨갛게 충혈되고(Red spot), 동맥 확장으로 인한 발진(Flare), 모세혈관과 정맥에서 세포 외액의 삼출 되어 발생하는 융기(Wheal)가 차례대로 일어나며, 이를 루이스의 3중 반응(Triple response of Lewis)이라고 합니다. 이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보통 5-10분 내에 가라앉는데, 피부 묘기증은 이 현상이 15-30분 동안 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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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의 3중 반응 (출처=위키백과) |
피부 묘기증은 단순성 피부 묘기증과 증상성 피부 묘기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 피부 묘기증이라 함은 피부의 부종과 붉은 발적만 나타나는 단순 피부 묘기증(Simple Dermographism)을 말하며 이는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피부 묘기증을 가진 소수에서 가려움증, 따끔거림, 찌르는 듯한 감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증상성 피부 묘기증(Symtomatic dermographism)이라고 하며 이는 치료가 필요합니다(J Allergy Clin Immunol Pract. 2014). 증상성 피부 묘기증은 전신성으로 온 몸의 피부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단순성과 달리 옷의 부드러운 쓸림과 같은 미세하고 가벼운 자극에도 가렵고 붉게 부풉니다.
알레르기 질환은 낮과 밤이 증상의 심각도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망막의 광 수용체는 빛의 세기를 받아들여 체내에 24시간 생체 리듬을 설정하는데, 이는 비만세포(mast cell)에도 영향을 줍니다(Front Immunol 2018). 히스타민은 대표적인 가려움증 매개체인데, 피부에서 히스타민의 주요 공급원은 비만세포입니다. 일주기에 따라 비만세포의 히스타민 분비는 밤에 높아져요.
피부 묘기증도 피부 표면의 비만 세포에 의해 방출되는 히스타민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Allergy Asthma Proc. 2016) 밤에 더 많이 가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수면 장애와 함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비만세포에서 합성 및 저장된 히스타민은 자극에 의해 분비되기 때문에, 긁으면 히스타민 분비가 자극될 뿐만 아니라 긁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피부의 염증과 말초신경의 손상이 발생하여 가려움증이 더 악화됩니다. 심하게 긁은 경우 찰과상, 피부 갈라짐, 궤양, 두드러기, 색소 침착 등으로 인해 흉터가 생길 수도 있어요. 가려워도 최대한 안 건드리는 것이 제일 좋지만 정 가려울 때는 손톱을 쓰지 말고 손바닥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쓸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피부 가려움증은 정말 몸과 마음 모두가 괴로운 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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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성 피부 묘기증 |
피부묘기증의 진단
피부묘기증은 손톱이나 펜으로 적당한 압력으로 피부를 긁은 뒤 5분 이내에 긁힌 부위가 붉게 부어 오르는 발적과 팽진이 나타나는 여부로 쉽게 진단 가능합니다. 그러나 긁는 강도가 균일하지 못하므로 최근에는 피부에 균일하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Fric 마찰 테스트기' (FricTest®; Charité Hospital, Berlin)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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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C test drermographometer (출처=Indian J Dermatology, 2015) |
피부묘기증의 치료
피부 묘기증은 악화될 수는 있지만 합병증은 없으며 생명에 지장을 주지도 않습니다. 원인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도 대증 요법(symptomatic therapy,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만을 다스리는 방법) 정도로만 처방받고 특별한 치료법은 없어요. 그렇지만 가려움증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기 때문에 일단은 병원부터 가서 도움을 받는 것이 낫습니다.
히스타민은 H1 수용체를 통해 가려움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H1 수용체 항히스타민제는 거의 모든 종류의 두드러기 등 많은 염증성 피부질환에서 가려움증 완화에 효과적입니다(Lancet, 1996). 경구용 H1 항히스타민제는 비만 세포로부터 가려움증 매개체의 방출을 억제할 수 있어요(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10) 그래서 H1 항히스타민제는 약물의 안전성, 폭넓은 가용성 및 경제성으로 가려움증 환자에 일차적으로 투여되는 전신 약제입니다(Nature, 2007). 지르텍도 H1 항히스타민제로 중추진정작용이 적어 졸리지 않고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으니 1차적으로 먼저 먹어보는 것도 좋아요.
가려움증은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줄어들지만 보통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본적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피부 묘기증은 물리적인 압력이 주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렵다고 손톱으로 긁거나, 조이는 옷, 과격한 운동, 손목시계 등 피부에 자극이 가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예방 방법 또는 증상 완화 방법일 될 수는 있습니다. 부드럽고 헐렁한 옷을 입고, 손톱은 짧게 유지합니다. 탈수나 자외선도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을 유발하므로 물을 많이 마시고 자외선 차단에 신경 씁니다. 향이 없는 비누를 사용하고, 샤워할 때 시원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합니다. 가습기와 보습제를 적절히 활용하여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알레르기 질환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적절히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잘 다스릴 수는 있습니다.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명상, 취미 생활 등 누구나 다 아는 그 방법이요. 살아보니 스트레스가 정말 만병의 근원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