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왜 필요할까
넷플릭스 시리즈인 킹덤에서는 양반이 신체발모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의 유교 사상을 근거로 시체의 머리를 자르거나 태우기를 거부하여 좀비를 확산시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뿌리 깊은 유교 사상이 아직도 뼛속 깊이 흐르고 있어서일까요? 한국은 뇌사기증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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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발모수지부모이거늘! (출처=넷플릭스) |
장기기증이란 다른 사람의 장기의 기능 회복을 위해 대가 없이 자신의 장기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자신의 장기 중 신장(정상인 것 2개 중 1개) 및 간장, 골수, 췌장, 췌도, 소장의 일부를 기증할 수 있으며, 뇌사자는 골수를 제외한 장기를, 사망자는 안구를 기증할 수 있습니다(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드라마에서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는 상황이 종종 나와서 걱정이 될 수도 있는데요,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는 다릅니다. 식물인간 상태는 인공호흡기 없이도 호흡, 맥박 등의 생명활동이 유지되며 생물학적으로 살아있는 상태를 말하며, 그 생명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반면에 뇌사는 생명연장장치를 떼어냈을 때 호흡과 혈액순환이 즉각적으로 정지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인공호흡기를 달아도 결국에는 사망하게 되므로 뇌사는 곧 사망을 의미하지요.
뇌사 환자는 인공호흡기와 약물로서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웰다잉(Well-dying)의 측면에서 볼 때 이를 환자가 정말 원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족들의 입장에서 어려운 결정일 수 있으므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방법은 아래 글에서 확인하세요.
인체조직 기증
장기 · 조직의 기증과 이식은 새 생명을 얻게 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장기(Organ)은 공공재(Public goods)로써의 성격을 띠게 되어 국가가 개입하여 법에 따라 규제하고 육성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가 담당하고 있지요.
장기 기증 외에도 인체조직 기증도 있습니다. 인체조직 기증은 다른 사람의 건강, 신체회복 및 장애 예방을 위해 뇌사 또는 사망 후에 자신의 조직 일부를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체조직에는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정의한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낭 등 11종이 포함됩니다. 한 사람의 기증으로 최대 100명에게 생명 나눔 할 수 있어요.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의 차이점은 아래와 같습니다(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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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의 차이 |
기증자 예우
뇌사 장기기증의 경우 6-8시간 수술 후 기증자 예우 표준가이드를 준수하여 장례식장까지 이송됩니다. 인체조직기증의 경우 15시간 기증 절차 후 시신을 원래대로 정결히 복원하여 염습, 입관 후 장례식장으로 이송합니다. 운구할 때 운전자에게는 기증자임을 알려 예를 갖추도록 안내하고요. 그리고 장제비, 진료비 등과 사회단체 등 기부하는 방법 중 선택하여 지원금이 지원되고 기증 중과 기증 후 가족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은 본인의 동의와 가족이나 유족 중 선순위자 1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의 2가지 동의가 있어야 진행됩니다. 내가 기증희망서약을 했다고 해도 사후에 유족이 반대하면 기증할 수 없습니다.
기증 희망 등록방법
도너 등록은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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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 |
사랑의 장기기증 어플(안드로이드, ios)이나, SK플래닛의 시럽 어플에서 '사랑의 장기기증'을 검색해서 휴대폰 인증을 통해서도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고 신청 후엔 등록서가 우편으로 날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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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 등록 후 등록서가 우편으로 날아옵니다. |
도너 여부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전면허증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되었을 때 내가 도너임을 빨리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거나 재발급할 때 자동으로 프린트되어서 나와요. 저도 도너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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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 여부를 운전면허증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
의과대학교에 의학교육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신기증도 있어요. 이건 처음부터 유족의 동의가 있어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조혈모세포(Hemopoietic stem cell) 기증과 제대혈 기증도 관리하고 있는데, 조혈모세포 기증은 40세 미만의 나이 제한이 있어요. 40세 전에 미리 기증 희망등록을 해야 기증이 가능합니다. 제대혈은 출산 후 분리된 탯줄과 태반에 존재하는 혈액으로 산모가 담당의사에게 기증의사를 밝히면 됩니다.
언젠가 나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에 그저 한줌 재가 될 것인지, 몇 명 또는 백명의 사람을 살릴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겠지요. 그렇지만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내가 선택한 생각과 행동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단지 선행을 하기로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내 삶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