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 VS 전해수
“미산성 차아염소산수(HOCl)는 인체의 백혈구에서 생성되는 물질이어서 피부 등에 무해한 동시에 살균소독력은 락스의 80~120배에 이릅니다.”
이게 뭔 소린고 하면 요즘 핫한 전해수기 이야기다. 물을 전기 분해하여 소독효과가 있는 물로 바꿔주는데 인체에 무해하여 가정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그 제품! 그럼 전해수란 대체 뭘까?
전해수(Elecrolyzed water)란 넓은 의미에서 전기분해(=전해電解)의 방법으로 만든 수용액을 말하는데, 요즘 전해수라고 하면 가정에서 수돗물 또는 소금이 첨가된 수돗물을 전기분해하여 차아염소산수(HOCl) 또는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 등을 생성되도록 한 물을 말한다. 전해수는 살균, 세정, 탈취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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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수기의 용도 |
수돗물을 전해수기로 전기분해하면 수돗물의 염소성분과 반응하여 차아염소산수(Hypochlorous Acid Water, HOCl)가 만들어지는데, 수돗물의 염소함량이 매우 미량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만드는 전해수는 미산성 차아염소산수가 된다. 차아염소산수는 산성도 및 유효염소 함유량에 따라 강산성 차아염소산수, 약산성 차아염소산수 및 미산성 차아염소산수로 분류되는데, 그중미산성 차아염소산수는 세균, 바이러스, 조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살균 효능을 갖고 있어 널리 사요된다. 무색의 액체로 무취 또는 옅은 염소 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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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아염소산 (Hypochlorous acid, HClO)의 화학구조 |
산업에서는 염산 또는 식염수를 이용하여 차아염소산수를 제조하여 판매하기도 하는데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전해수기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전해수로 판매되는 제품도 같은 이유로 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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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인 차아염소산수 제품 |
일부 전해수기 제품들은 더 강력한 세척을 위해 소금을 넣어 만들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소금은 수돗물 속의 부족한 염소의 양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수돗물에 미량 첨가한 후 전기분해하면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이 된다. 차아염소산나트륨 제제(Sodium Hypochlorite Preparations)라고 하며 무색 또는 엷은 녹황색의 액체로 특유의 염소 냄새를 가진다. 우리가 아는 락스가 바로 이것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전기분해 제조방법 반응식 (출처=식약처) |
락스와 같은 물질이라면 값비싼 전해수기를 사다가 락스를 직접 만들어 쓸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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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아염소산나트륨(Sodium Hypochlorite, NaClO)의 화학구조 |
물론 차아염소산수만 만들어 쓰려고 전해수기를 구입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차아염소산수와 락스는 어떻게 다를까.
차아염소산(HOCl)은 염소 화합물 중 가장 효과적인 소독제로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보다 살균효과가 80~120배 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에탄올도 미생물 포자(spore)나 곰팡이처럼 두터운 단백질 세포막은 뚫지 못하기 때문에 살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차아염소산은 에탄올보다도 효과적인 소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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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아염소산은 락스보다 80~100배 살균력이 높다. |
이때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 함은 차아염소산 이온(OCl-)을 뜻한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물과 반응하여 유효 염소가 HOCl 또는 OCl-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 비율은 pH에 따라 가역적으로 바뀐다. 락스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물에 용해되어 있는 수용액으로 pH 10 이상이며 대부분의 염소가 OCl- 형태로 존재한다. OCl-은 HOCl에 비해 살균 효과가 적기 때문에 락스의 소독력은 거의 HOCl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어 차아염소산수가 락스보다 수십수백 배의 살균효과를 갖는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다만 차아염소산수는 불안정하여 쉽게 분해되어 물이 된다. 가정에서 바로 만들어 사용하면 분해될 일도 없을테니 안전하고 효과적이기만 하다면 비싸도 전해수기를 쓸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정에서 만든 차아염소산수란 수돗물 속의 미량의 염소가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애초에 농도가 옅어 충분한 살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싼 데다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뜻이다.
차아염소산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차아염소산은 백혈구가 병원균에 맞서 식균 작용(Phagocytosis)을 하는 동안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로 선천면역 체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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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l은 인체가 감염과 싸우기 위해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물질이다. |
그러나 무독성이라는 것은 가정에서 수돗물로 만든 차아염소산수는 농도가 옅기 때문에 그렇다. 차아염소산이 고농도인 경우에는 화학적 화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중앙방역대책본부 · 중앙사고수습본부, 2020). 피부에 사용하는 외용 소독제로는 사용이 제한되어 있기도 하다. 이것은 차아염소산나트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해수를 피부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농도가 연해 소독 효과도 없지만 만약 효과가 있는 농도라면 피부, 눈, 호흡기에도 자극을 주기 때문에 전해수를 분무기에 넣어 뿌리는 방법도 인체 노출 위험이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사실 락스의 유효성분도 차아염소산이다. 락스는 보통 희석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 pH가 떨어지면서 HOCl의 생성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락스는 pH가 4.0 ~ 5.5 일 때 차아염소산이 최대치를 나타내지만 염소가 방출될 수 있다. 염소 이온(OCl-)도 살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며 산화환원 전위에 의한 효과와 미생물 생육을 저지함으로써 차아염소산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 따라서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살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pH는 pH 6~7 사이로 중성에 가까우며 염소를 함유하지 않고 90% 이상의 차아염소산과 10% 이내의 차아염소산 이온(OCl-)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실 사용에서의 소독 효과 측면에서는 차아염소산수와 락스 희석액이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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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l은 pH 4~5에서 최대치가 되지만(왼쪽)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pH는 6 ~ 7 사이이다(오른쪽). |
그럼 잔류농약은? 정말 전해수로 잔류농약이 제거될까.
대부분의 농약(Pesticide) 성분은 유기 화합물이며 차아염소산은 유기물과 반응하기 때문에 전해수로 잔류농약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HANG QI 2013). 그런데 이때에도 유효 염소에 의한 결과이며, 살균 효과가 나타나는 전해수의 유효 염소의 양이 50ppm 이상의 농도라는 것을(J Food Science 2006) 감안하여 생각해볼 때 전해수가 수돗물보다 잔류 농약을 특별히 더 효과적으로 제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정에서 수돗물로 만든 차아염소산수는 유효염소 최대 2 ppm 수준으로(한국소비자원 2020) 맹물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농약 성분은 대부분 비바람, 태양빛, 미생물, 공기 중 산소 등에 의해 분해되거나 자체적으로 분해되며 소량 남아있다 해도 흐르는 물로 충분히 제거가 된다.
차아염소산은 탈취효과가 있다. 이는 냄새를 일으키는 원인균을 제거하기 때문으로 살균의 원리와 동일하며 락스도 유효성분이 차아염소산이므로 차아염소산수와 똑같이 탈취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수돗물로 만든 전해수는 위와 같은 이유로 탈취효과가 없다.
결론
전해 방법으로 유효염소 기준에 맞게 만들어진 차아염소산수는 비교적 안전하고(완전 무독성 아님) 냄새가 적으며 소독 효과가 뛰어나지만 집에서 수돗물을 이용해 제조하는 전해수는 농도가 옅어 소독효과가 거의 없다. 차아염소산이 쉽게 분해되어 효과를 상실하기 때문에 산업에서 기준에 맞게 제조하여 판매되는 미산성 차아염소산수도 오래 보관하며 사용하기는 어렵다. 차아염소산수가 분해되어 물만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뿌리는 형태로 쓰거나 피부에 사용하는 용도가 아니며 효과가 없어 뿌리는 의미도 없다. 차아염소산수의 사용법은 락스와 동일하다. 락스는 차아염소산수에 비해 냄새가 있고 과량 사용 시 인체 자극이 있을 수 있으며 희석해서 써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가격이 저렴하고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