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의 기능과 대사
탄수화물(Carbohydrate)은 생물에서 일반적인 에너지원으로 1g당 약 4kcal를 가지고 있다(Am J Clin Nutr, 2002). 탄수화물은 당류(saccharide)와 소화되지 않는 식이섬유를 포함하며, 에너지원으로서 생체 내 모든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대부분(약 75%)은 뇌에서 소비한다(J Cereb Blood Flow Metab, 2013).
섭취한 탄수화물은 포도당(glucose)으로 쪼개져 혈류로 이동하여 1차적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데, 여분은 insulin 분비를 자극하고 이에 의해 간으로 이동하여 글리코겐(Glycogen)으로 합성이 촉진된다. 그러니까 글리코겐은 포도당을 단기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형태이다. 포도당은 수용성이라 혈중 수치가 계속 올라가면 세포 내의 삼투압을 증가시켜 세포를 파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체는 비수용성의 포도당 중합체인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 것이다(레닌저 생화학 제6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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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합성되는 대사 경로 |
글리코겐은 간과 근육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간은 에너지 항상성을 컨트롤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질량당 저장량이 가장 많지만, 근육의 부피가 간보다 더 크기 때문에 총 글리코겐 양은 근육이 간의 2배 정도 더 많다.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혈당을 균일하게 조절하여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고,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근육조직 내에서만 에너지 소스로 사용된다 (themedicalbiochemistrypage.org).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 분비가 자극되면서 간과 근육으로 포도당을 이동시키고, 여분은 글리코겐으로 합성되는 것을 촉진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혈당이 다시 떨어지면 인슐린 분비도 다시 저해되면서 글리코겐 저장이 감소하고, 인슐린에 억제되어있던 glucose phosphatase가 활성화되면서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glucose형태로 혈중에 다시 방출시켜 혈당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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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에 의해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남은 포도당은 글리세롤과 중합되어 중성지방(TG)로 합성되고, 이는 혈류를 통해 지방세포로 이동하여 저장된다. |
탄수화물은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을까
글리코겐은 체중 1kg당 약 15g까지 저장할 수 있으니 60kg 성인 기준으로 약 900g의 글리코겐을 저장할 수 있고(Am J Clin Nutr, 1998), 저장하고도 남은 여분의 포도당의 일부만이 인슐린에 의해 지방산으로 변환된다. 이는 글리세롤과 중합하여 장기적인 에너지 저장을 위한 중성지방 (TG; Triglyceride)으로 다시 합성되는데, 이를 지방 신 생합성(de novo lipogenesis)라고 한다 (Annu Rev Nutr. 1997). 간을 통해 새로 합성된 중성지방은 리포단백질 (VLDL; very low density lipoprotein) 에 실려 혈류를 통해 지방세포로 운반되며 체지방으로 저장되게 된다(Annu Rev Nutr. 2000).
그러니까 탄수화물도 지방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은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어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모든 여분의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Biol Mass Spectrom, 1991). 그래서 간에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지방량은 하루에 약 5g에 불과하다(Proc Nutr Soc 1995). 그리고 이 과정은 인슐린을 필수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의 종류(GI 지수)에 따라서도 효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ASEB J 1993, Diabetes 1994).
맥두걸 박사가 탄수화물은 살찌지 않으니 맘껏 먹으라고 하고 자연에서 온 그대로의 형태를 먹으라고 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탄수화물 단독에서 지방으로 생합성될 효율이 매우 낮다는 것과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자연식품은 지방 생합성을 촉진시키는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지 않도록 하고, 탄수화물은 지방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총 섭취 칼로리를 줄이게 되는 것. 이 3가지가 자연식물식의 원리였다.
탄수화물은 많이 먹어도 체지방으로 새롭게 저장(De novo lipogenesis)될 확률이 극도로 낮은 것은 맞다. 대신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체지방이 태워지려면 탄수화물을 배부르게 먹으면 안 된다. 지방 제한으로 원래 가지고 있던 체지방의 산화가 촉진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다이어트는 분명 섭취 열량 < 소비 열량이어서 살이 빠지는 원리인 것이다.
나는 자연식물식을 하며 보통 하루 2끼를 먹었는데 매 끼마다 현미밥 1 공기, 2 공기, 3 공기를 먹고 각각 비교해봤지만 2 공기부터는 분명히 쪘다(3 공기는 명확하게 쪘고, 2 공기는 천천히 쪘고, 1 공기는 너무 배고프고 어지러웠음).
자연식물식 다이어트는 자연식물식 다이어트는 모든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고 자연에서 온 형태 그대로의 채소, 과일, 통곡물을 하루 종일 횟수 제한 없이 먹으라고 하고 그래도 살이 빠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방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지방질이 많이 함유된 모든 식물성 식품도 제한적으로만 허용한다. 암튼 그 논리에 설득당해 3개월간 자연식물식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호르몬 문제를 겪게 되었고, 밥 먹는 양도 점점 늘었으며 이에 따라 살도 쪘다.
사람들은 많이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진다고 하니 열광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가지 영양소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오래 지속하기 힘들고 몸에도 무리가 간다. 지방은 3대 영양소로 인체에서 호르몬과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 재료이며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이다. 지방을 극단적으로 제거하면 다이어트 측면에서는 살이 빠질 수도 있지만 그게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양날의 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