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하면 근소실될까

근육이 많으면 살찌지 않을까

기초 대사율(Basal Metabolic Rate, BMR)은 호흡, 소화, 혈액 순환 등의 몸을 기본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칼로리이고 하루에 소모하는 총칼로리의 60-75%를 차지합니다(Exp. Gerontol. 2014). 

BMR은 실제 측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휴식 상태일 때의 대사율(Resting Energy Expenditure, REE)로 측정하는데 보통 BMR이라고 하면 REE를 말하는 것입니다. 

휴식 상태일 때 근육 0.5kg는 하루 동안 흔히 생각하는 50kcal가 아니라 5kcal를 소모합니다. 지방은 0.5kg당 2-3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에 비해 근육은 약 7-10kcal를 소모하기 때문에 0.5kg의 지방을 동량의 근육으로 대체하는 경우를 환산해보면 하루에 약 4-6kcal만 더 소모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Energy Metabolism 1992).

근력운동을 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3-4개월 동안 1.5-2.5kg의 근육을 늘린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근육량을 늘려 추가로 태울 수 있는 칼로리는 하루에 약 15-30kcal에 불과합니다(귤 반개~한 개 정도 칼로리)(ACE FitnessMatters,2006). 

고작..

어쨌든 근육이 지방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므로 근육량을 늘리면 기초 대사율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그 %가 미미하므로 근육량을 늘리면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 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운동이 체지방 감소에 미치는 영향

근육량이 많다고 칼로리 소모에 유의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은 제지방량(체지방을 제외하고 근육을 포함하는 나머지)을 보존하는데 효과적입니다.

근육은 인체에서 가장 큰 조직이며, 인체의 모든 단백질의 50-75%를 포함하고 있어 아미노산 대사가 일어나는 중심 조직입니다. 근육의 단백질 합성과 분해에 필요한 에너지는 BMR의 약 20%를 차지하고, 지방에서 얻은 에너지를 연소하는 기능성 기관이기도 하죠 (Rasmussen and Phillips, 2003).

근육을 보존하는 효과 외에도 운동이 주는 건강상의 이점은 너무 많습니다. 운동을 하면 IL-6, 레시스틴(Resistin), 렙틴(Leptin)같은 만성 염증 지표가 낮아지고(J Sports Science 2009),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골밀도 증가, 혈당 조절 능력 개선 등의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근력이 향상되면 일상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몸매를 다듬어지면서 자존감도 높아지지요.


다이어트 분야는 전문가들도 매일 같이 싸우고 정설이 번복되지만,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에 이롭다는 데에는 그 어떤 이견도 없습니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니, 꼭 살을 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을 교정한다고 생각하고 해야 스트레스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굶으면 근소실될까

단백질은 에너지로 사용되거나 지방으로 전환되려면 복잡한 생화학적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주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 굶으면 근육부터 연소가 된다니요? 그렇게 어렵게 갈 거였으면 인체는 왜 체지방을 몸에 저장한 걸까요? 몸은 그렇게 허술하고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굶거나 급격히 체중이 빠지면 몸이 기아 모드(Starvation Mode)로 바뀌어 신진대사를 늦추고 지방을 꺼내 쓰지 않는 몸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에너지는 근육의 단백질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글리코겐과 지방으로 저장되고, 근육이 연소되는 일은 체지방이 4% 미만일 때만 발생합니다. 만약 이 상태가 아닌데도 기아 모드가 발생한다면 너무 적게 먹어 체중을 감량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니 말이 안됩니다.

기아 모드는 아주 심각한 영양실조로 체지방이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 사람이 기아 모드를 겪기는 신화에 가깝습니다. 식사를 거르거나 하루 정도 금식하거나 며칠 동안 초저칼로리의 식사를 한다고 기아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체중을 줄이려면 에너지가 부족해야 하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몸도 살기 위해 기초 대사량을 줄입니다. 체중이 줄어들면 BMR도 덩치에 맞게 낮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를 대사 적응(Metabolic adaptation)이라고 하며 자연스러운 인체 반응입니다. 대사 적응 과정은 기아 모드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근력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대사율이 낮아지거나 근육이 손실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American J Clin Nutrition 2005). 피트니스 선수들이 대회 전 극도로 낮은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대회를 위한 근육을 보존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피트니스 선수들은 초저칼로리 식이를 하지만 근육이 보존된다.

근육이 늘고 주는 것은 전적으로 운동에 달려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근육은 칼로리 소모율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기초 대사율을 살이 빠질 정도로 높이지 못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단기간 단식으로 근육이 빠졌다면 근력 운동이 충분치 않았거나 인바디 결과를 맹신하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근육은 80%가 물, 인산염 및 미네랄이고 20%가 단백질입니다. 인바디를 측정할 때 근육량과 체지방을 분석할 때도 근육은 수분이 많아 전류가 잘 흐르고 지방은 수분이 적어 전류가 잘 흐르지 않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적게 먹으면 전체적으로 먹는 총 염분 섭취량도 줄어드는데, 다이어트 식사는 대부분 고 칼륨 식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분이 많이 빠집니다. 그게 인바디 결과 상에서 근육이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 GH)은 성장기에는 키를 크게 하지만, 성장기 이후에는 근육을 발달시키고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Rabinowitz와 Zierler의 포식과 기근 주기(feast and famine cycle) 가설에 따르면 인슐린은 포식 기간 동안 모든 연료를 저장하는 호르몬이고, 성장 호르몬은 기근 기간 동안 지방 연소를 유발하고 근육을 보존하도록 하는 호르몬입니다(Nature, 1963). 

성장호르몬(GH)는 직접적으로 지방을 분해하고(Lipolysis) 간접적으로 근육을 보존(Protein storage)합니다(출처=Endocrine Review, 2009)

단기 단식은 성장 호르몬 수치를 최대 6배 증가시키며(J Clin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2010), 따라서 근육을 사용하는 한 간헐적 단식으로 근육이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이점인 회춘 효과도 바로 이 성장 호르몬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