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고탄 자연식물식 다이어트의 허와 실

저지고탄 다이어트의 시작, 오니시 다이어트

고탄수화물 식이는 저지방 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각종 심혈관 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심장병 예방을 위해 권장되던 식단이다(Obes Res. 2001). 그러니까 자연식물식은 원래는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개발된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이야기이다. 건강한 사람이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식단을 따르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미국에서는 비만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980년대에 오니시 박사(Dean Ornish, MD) 등은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이를 심장병 예방과 더불어 체중 감량에 보다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오니시 다이어트 또는 오니시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Lifestyle Changing program'은 정제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야채, 통곡물, 과일, 콩 등을 비롯한 복합 탄수화물과 계란 흰자, 저지방 유제품의 지방이 없는 동물성 식품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초저지방 준채식주의 식단이다

이 다이어트의 효과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자료는 소규모의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은 채 진행된 임상연구 단 1건 뿐이지만(JAMA. 1998), 오니시 박사가 클린턴 대통령의 다이어트 자문의가 되면서 오니시 다이어트 또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 다이어트는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지만, 식이요법뿐만 아니라 요가 명상 스트레스 해소 방법과 생활습관 교정 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결과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뉴욕위크 등의 메거진을 장식한 오니시 박사


식품의 당지수가 비만을 결정한다, GI 다이어트  

America paradox에 따라 단순히 칼로리 양에 급급하지 않고, 탄수화물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다(Metabolism 2003).

당지수(GI: Glycemic Index)는 같은 양의 포도당과 음식의 혈당 증가 치를 비교하여 음식별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정량화한 수치다. GI 수치가 높을수록 인슐린이 다량으로 분비되어 혈당이 높아지고, 갑자기 많아진 혈당은 사용되지 못하고 지방으로 쌓여 비만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GI 수치가 낮은 음식으로 인슐린의 분비를 줄여 살이 찌지 않도록 하는 다이어트 방법을 저당지수 (Low GI) 다이어트라고 한다.

GI 지수가 높을수록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GI 수치가 낮은 식품은 GI 수치가 높은 음식에 비해 소화 속도가 느려 포만감이 오래가므로 공복감이 적고(Nurt Rev 2000), GI 수치가 높을수록 단기간에 열량 섭취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어(J Am Coll Nutr 2002), 일반적으로는 낮은 혈당 지수의 식사가 권장되고 있다. 저당지수 식품에는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저당지수 다이어트가 채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혈당지수와 비만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서 저당지수 다이어트가 체중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는 뒷받침할 임상적 근거는 충분치 않다(Obesity Rev 2002). 

내 머릿속에는 고구마가 감자보다 칼로리가 높지만 GI 수치가 낮아서 살이 안 찐다는 인식이 있는데, 알수록 내가 아는 식품과 다이어트에 관한 지식의 조각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물 건너온 것들이라는 사실이 놀랍네. 


지질 가설과 올리브 오일 신화 

저지방 광풍이 이는 속에서 생리학자 안셀 키스는 동물성 식품 속에 많이 들어있는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지질 가설(Lipid Hypothesis)을 세웠다. 그래서 그는 포화지방의 대체제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 기름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7개국 1만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심장질환 발병률과 포화지방 섭취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J Mt Sinai Hosp N Y, 1953) 타임지 커버를 장식했고, 이에 그의 저서에서 사용된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이라는 말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국 내 올리브유 소비량이 폭증하게 된다. 

이후 그 논문은 원래 22개국을 조사했으나 콜레스테롤과 심장질환의 상관관계가 없어 7개국만 추려 나온 결과로 밝혀졌다. 이렇게 원하는 데이터만 선택하여 결과를 왜곡하는 것을 Selection biaz라고 하는데, 이게 바로 과학적 사기다.

1961년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안셀 키즈 박사(왼)와 그의 저서 '지중해식단으로 잘먹고 잘사는방법'(오)

이후 많은 연구들에서 식물성 기름도 심혈관 질환과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질환의 상관관계도 끝내 증명되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럽과 일본, 미국(2015년) 등 선진국들은 식품에 콜레스테롤 제한을 폐지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 질환의 지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수치가 낮으면 뇌졸중 등의 다른 질환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스라엘은 가공식품과 육류 소비도 극히 적고, 과일과 야채, 곡물을 많이 먹는다. 특히 Linoleic acid와 같은 불포화지방산 섭취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았지만 심혈관질환과 비만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원인은 바로 식물성 기름이었다. 이를 이스라엘 파라독스(Israeli paradox)라 한다(1976, Daily J Med Sci). 

그럼에도 오늘날까지도 60년 동안 콜레스테롤이 나쁘고, 불포화 지방의 섭취가 몸에 좋다는 올리브 오일의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인 일인당 올리브 오일 소비량은 1990년보다 세 배나 된다. 


자연식물식 다이어트의 탄생

지질 가설 이후 지방은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동물성, 식물성 가릴 것 없이 비로소 완전한 역적이 되었다. 그게 바로 자연식물식(WFPBD: Whole Food Plant Based Diet)이다.

1970-80년대 과학자들은 질병과 식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싶었다. 중국 연구라 불리는 China-Cornell–Oxford Project (중국-코넬-옥스포드 프로젝트)는 중국 예방의학 아카데미가 미국과 영국의 펀딩을 받아 진행된 대규모의 역학 조사이다. 이 프로젝트는 1991년 첫 성과를 발표했는데(1991, Bioscience), 코넬 대학의 콜린 켐벨 박사가 연구내용을 책으로 출간하여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1년에 CNN의 'The last heart attack' 등의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많이 제작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콜린 캠벨의 '무엇을 먹을 것인가(china study)'


구글 트렌드에 보면 실제로 2011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자연식물식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자연식물식이 뜨게 된 것은 이렇게 된 스토리였다.




자연식물식 다이어트의 허점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 질환과 비만은 상관관계가 없음은 이미 밝혀졌고 전 세계적으로 콜레스테롤 제한도 폐지되고 있다. 심지어 맥두걸 박사 책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지만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가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가볍게 넘어간다. 잘 생각해보라. 그들은 모두 그들이 믿는 대로 나온 결과들만을 이용한다.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 연구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자연식물식이 왜 떴냐면 탄수화물은 살찌지 않으니 맘껏 먹으라고 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류의 진화 과정과 아시아 식단을 근거로 들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은 체내에 축적되지 않으니 맘껏 먹으라고 하고, 지방은 천하의 악마니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며, 단백질도 질병을 유발하니 제한하고 소금은 저염식이 건강하니 최소한의 양을 먹고, 저당지수 다이어트를 기본으로 칼로리가 문제가 아니라 인슐린을 높이는 음식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자연식물식은 배고픔은 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떻게 새롭게 개발되는 다이어트 방법들은 하나같이 특정 영양소를 신봉 또는 폄하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것들밖에 없는지 생각해보면 골고루 소식하고 많이 움직이는 것, 그러니까 섭취 열량보다 소비 열량이 더 많아야 살이 빠지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 아는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고 해봤자 돈을 벌 수도 없다.  ​소위 말해 어그로를 끌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자연식물식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공식품을 피하고 자연에서 온 형태 그대로의 곡물, 채소, 과일을 먹는 것은 분명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극단적으로 지방을 제한하고, 채소 과일 위주의 고 칼륨 식이를 하면서 소금을 최소한으로 섭취하는 것에 하는데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탄수화물은 지방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식이섬유가 많은 것들은 부피가 커서 포만감도 크기 때문에 살은 분명 빠질 수도 있겠지만 살이 빠진다고 과연 건강한 것일까.

미국에서는 보통 의사가 다이어트 방법을 개발한다. 자연식물식도 대부분 의사들이 주장한 방법이다. 그들은 자연식물식을 권하는 것만으로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자신이 대가 없이 사람들을 돕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그들은 책을 내고 강연을 하며 식품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동물성 식품과 지방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자연식물식이 동물성 식품이나 지방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보다 좋다는 것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