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내성이 있다

피부의 구조와 기능

피부는 전신을 둘러싸며 크게 표피, 진피, 피하지방의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최외각에 위치한 표피의 각질층(stratum corneum)은 일반 생체막이 인지질인 것과 달리 세포간 지질이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으로 이루어진 다층의 라멜라 구조(multilamella system)로 되어있어 수분과 친수성 물질의 투과를 억제하는 장벽 기능(Skin barrier)을 합니다. 

피부의 구조


예전에는 피부 각질층을 'bric and mortar'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구조적인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각질층의 죽은 각질세포인 Corneocyte를 벽돌, 라멜라구조의 지질층을 회반죽으로 보고 견고한 물리적 장벽의 개념으로 이해했다면, 최근에는 랑게르한스 세포(Langerhans cell) 네트워크의 항원제시반응에 근거한 정교한 면역장벽(immune barrier)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부는 단순한 물리적 장벽일 뿐 아니라 생화학적 방어벽으로서 면역 기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Int J Mol Sci 2019).


화장품도 내성이 있다

화장품법(법률 제17250호)에 따르면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화장품은 내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내성'이 약물의 반복 사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글자 그대로 생각해보면 화장품도 내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화장품도 한 통 사서 쓰다보면 다 써갈 때 즈음이면 처음만큼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죠. 노화, 계절, 피부 컨디션의 차이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고 그런 차이도 구분 못할만큼 소비자가 바보는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의약품에서 말하는 내성과 화장품의 내성의 뜻은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의약품에서 내약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약물의 대사 속도가 빨라지고 약물이 부착되는 세포 수용체 수가 감소하거나 약물과의 결합 강도가 감소하기 때문인데, 화장품에서의 내성이란 면역장벽으로서의 피부가 화장품 성분에 반응하여 피부 항상성(skin homeostasis)을 회복한 결과를 말합니다. 화장품은 혈류로 유입될 수 없으므로 간에서 대사 될 일이 없고, 기본적으로 피부는 흡수기관이 아니라 보호기관이므로 피부 입장에서는 모든 화장품 성분은 피부 항상성을 방해하는 이물질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물질의 개념이라도 화장품 성분이 진피의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피부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섬유아세포는 keratinocyte(면역반응의 게시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피부 면역에 관여하기 때문에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었다면 피부는 곧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해 피부 면역 시스템도 작동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게 될 수 밖에 없어요.  

이물질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었다면 (분자량 500Da이하의 물질은 진피층까지 흡수됩니다) KC(=keratinocyte)와 LC(=Langerhans)가 이를 인식하여 피부 면역반응이 시작됩니다(출처=Mediators of Inflammation 2017).

그러니 화장품을 오래쓰면 내성이 생겨서 브랜드를 바꿔줘야한다는 것이 마케팅 전술일 뿐이라 브랜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제가 보기엔 내성이 있다는 것도 마케팅 전술이고 브랜드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도 마케팅 전술입니다. ㅎ

한가지 화장품을 쓰다가 효과가 덜해진다면 내성이 생겨서가 아니라 피부가 항상성을 다시 회복한 것이고, 계속 개선 효과를 보고 싶다면 화장품을 바꿔가면서 쓸 필요도 있습니다. 어짜피 어떤 화장품을 쓰든 피부가 곧 적응하여 일시적인 개선효과로 끝난다면 굳이 돈들여 안써도 상관없지 않나 생각하지만요. 그렇지만 극단적으로 화장품을 안쓰기보다는 계절과 환경(스트레스, 호르몬 등)에 따라 계속 바뀌는 피부 컨디션에 맞게 화장품도 적절히 바꿔가며 '잘' 써주는 것이 현명하게 피부관리하는 비법인 것 같아요. 화장품을 아예 쓰지 않는 화장품 단식은 난이도가 높아 정신건강에 별로 안좋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