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의 기능
피지선(Sebaceius gland)은 피부의 구조와 기능에 필수적이며, 피부 표면 피지의 90%를 공급하는데요, 피지선의 피지세포(Sebocyte)는 스스로 파괴되어 죽은 세포와 잔해(Cell debris)와 함께 세포질 물질(=피지)을 분비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를 홀로크린 분비(holocrine secretion)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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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크린 분비 (출처=위키피디아) |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피지(Sebum)은 여드름의 원인이기도 해서 종종 없애버려야할 존재로 생각되는데요, 사실 피지는 수분을 밀봉하고 피주의 건조를 방지하며, 세포의 잔해와 지질 외에도 항균 물질, 유리 지방산, 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MMPs)가 포함되어 있어 피부 항상성, 윤활, 환경과 감염성 손상에 대한 생리적 방어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Hautarzt.2010).
피지세포는 수많은 호르몬 수용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세포의 지질 합성 및 대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피지선은 호르몬 표적이자 내분비 기관으로도 간주될 수 있는데요(Histology, Skin, 2021), 실제로 콜레스테롤을 부신 전구체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모든 효소는 피부에서 발견됩니다.
피지선은 안드로겐(남성 호르몬 작용을 나타내는 모든 물질)의 처리 및 조절에 중요한 부위로, 흥미롭게도 안드로겐형 탈모증(androgenetic alopecia)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향을 받은 부위는 피지선의 크기가 현저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피지선의 과증식이 탈모의 요인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죠(Ezra Hoover et a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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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피지선(지질은 검은색으로 염색됨)과 연결된 모낭의 해부학적 구조 (출처=L' Oréal Research) |
피지가 돌처럼 딱딱한 이유
몇년 전까지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 피지가 딱딱해져서 모래알 같습니다. 염증은 없어 곪지는 않는데 피부 요철을 만들고 가만히 둔다고 없어지지도 않아서 자꾸 손톱으로 긁게 되어요. 긁으면 피지 알갱이가 쉽게 딸려나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피지는 왜 이렇게 딱딱해지는 걸까요?
피지는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 60%), 왁스 에스터(Wax esters, 25%), 스쿠알렌(Squalene, 15%)로 구성되는데요, 홀로크린 분비를 통해 피지세포가 완전히 분해된 후 모공을 통해 일정한 비율로 배설됩니다.
![]() 피지가 모공을 통해 배설되고 피부와 모발 표면에 퍼지는 모습 (출처=Intern. J Cosmetic Sci, 2015) |
피지의 성분 중 스쿠알렌은 탄소 이중결합(C=C)이 6개로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합니다. 피부표면으로 분비되어 산소와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산화되기 때문에 피부 표면의 과산화지질 중 대부분을 차지하죠.
정상적인 피지는 피부표면으로 '흐르는' 형태로 분비되나 스쿠알렌이 산화(squalene peroxide)되면 황색을 띠는 고체 물질로 점진적으로 변화하여(Br. J. Dermatol. 1986) 쉽게 배설되지 못해 모공 속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피지가 딱딱해지는 이유이며 면포성(좁쌀) 여드름이라고 합니다. 스쿠알렌은 자외선 노출, 담배연기,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산화가 촉진되며,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피부병,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화 스쿠알렌은 항균력을 상실하여 피부에 존재하는 친유성 상재균(Lipophilic skin flora, 여드름균 포함)의 먹이가 되어 이를 증식시키고 강력한 염증 매개체로 작용하여 새포독성, 염증유발, 면역학적 반응을 유도하여 트러블을 유발하고 피부 노화를 가속화시킵니다. 산화 스쿠알렌은 실제로 면포성 여드름의 피지 성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코메도제닉(Comedogenic, 여드름 유발) 화합물로 분류되어요.
산화된 스쿠알렌의 일부는 모공 속에서 모래알과 같은 결정 형태로 발전하기도 합니다(Acta Derm. Venereol. 2004). 이렇게 화농성으로 발전하지 않으면서 모래알처럼 딱딱한 피지를 피지 결석(Lipidic calculus)이라 부릅니다. 피지(Sebo) + 돌(Lithos)를 합성하여 Sebolith라고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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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포성 여드름 병변에서 늘어난 모공과 함께 정체된 피지 덩어리 속의 구슬같은 피지결석의 모습. 왼쪽 조직검사에서 구슬 모양으로 보이는 부분과 오른쪽 편광 현미경 검사에서 빛나는 구슬 모양 부분 (출처=Med Cutan Iber Lat Am 1996) |
피지 결석은 대부분의 여드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결정이 형성되면 피지 덩어리의 응집력을 증가시켜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여 여드름을 계속 지속시키고, 모낭 내벽을 팽창시키고 외부의 마찰이나 충격에 취약하도록 만듭니다. 정말 돌과 같은 경도를 가지지 않았지만 모낭을 손상시키기엔 충분히 단단한 것이죠.
여드름의 발병기전은 복잡하지만 피지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피지선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커집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여성호르몬의 감소와 함께 견제의 대상이 없어진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이 자유롭게 피지선에 작용하여 피부의 기름 분비를 촉진시키고 모공의 입구를 넓어지게 하기 때문이지요. 이를 피지 과형성(Sebaceous Hyperplasia)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만이 원인은 아니고요,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등 여러가지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피지선의 증식과 분화가 촉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피지가 과다분비되면 피지 구성성분인 리놀레산(linoleic acid)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되며 이는 모낭의 과각화(hyperkeratosis)을 유발하게 되는데, 모공 상단(infundibulum)에 각질 마개(Keratinous plug)가 생겨 출구가 막히면서 안에서 피지가 정체되어 면포를 형성하고 피지 결정화가 가속화되게 됩니다.
![]() 모낭의 구조 (왼쪽 성장기, 오른쪽 휴지기), 각질마개가 생기면 피지가 흐르지 못하고 안에서 정체되어 폐쇄성 좁쌀여드름이 된다 (출처=Developmental cell, 2005) |
피지결석은 크기가 크고 병변이 오래된 폐쇄형 면포(화이트헤드 좁쌀여드름)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데, 피지가 정체되면 여드름균(P. acnes)과 같은 혐기성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며, 여드름균의 증식에 의해서도 또다른 산화스트레스가 유발됨으로서 피지결석이 생기고 피부를 늙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Br J Dermatol 2001).
피지 결석의 개선방법
결론부터 말하면 피지결석을 개선하려면 과다분비되는 피지를 잡고 피지의 산화를 억제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네요.
저는 미니멀 라이프에 심취해서 근 2년 정도 화장품 단식을 했는데요, 보통은 아무것도 안 바르고 가끔 바세린을 소량 바를 때도 있었어요. 어쩌다 한번씩 트러블 한개씩 나는 요철없이 깨끗한 피부였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즈음부터 피부요철이 심해지고 모래알같은 피지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크림을 다시 바르기 시작하면서 좁쌀 여드름이 많이 개선되었어요. 뇌피셜이지만 크림 속에 포함되어있는 항산화제 성분으로 인해 스쿠알렌 산화가 억제되어 좁쌀 여드름이 좋아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세린의 얼굴 사용팁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우츠기 박사는 화장품에 의존해야하는 피부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화장품을 적절하게 써서 도움을 받는 것이 뭐가 나쁜 일일까 싶기도 합니다.
비타민 A (=레티놀, retinol)는 피지선에 작용하여 피지 과다를 완화시키고 모낭 과각화, 여드름균 증식, 염증반응 모두에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피지결석처럼 비염증성 면포 여드름에 좋아요. 레티노이드(비타민 A 전구체) 함유 화장품으로 바르거나 섭취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용하다 말면 상태가 다시 악화되기도 하더군요. 레티노이드 약제로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관리하는 것도 지속가능해서 좋은 것 같아요. 비타민 A는 동물성 식품에도 많지만 식물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 형태로 먹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피지 과산화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입니다. 가장 간단하면서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저도 최근 자외선 차단제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화장품 단식을 그만둔 것도 있지만 자외선 차단제 때문에 피부가 개선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산화 관리는 만병을 예방하는 기본이니 잊지 마시구요. 저는 매일 1일 1당근, 케일 5장 정도를 먹으니 안색도 맑아지고 좁쌀 여드름도 좋아지고 도움을 많이 받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