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세린의 역사, 유해성, 얼굴 사용팁

바세린(Vaseline)이란

바세린(Vaseline)은 유니레버의 상표명이자, 석유에서 여러 기름을 증류하고 남은 잔여물을 탈색, 정제하여 만든 백색 또는 황색의 젤리 형태의 파라핀 계열의 혼합물로 Petroleum jelly 또는 Petrolatum이라고 부른다. 보통 페트롤리움 젤리 100%로 표기되지만 단일 물질은 아니고, 여러 가지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파라핀 계열의 복합물이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바셀린'이지만, 유니레버 코리아에서 사용하는 공식 상표명은 '바세린'이다. 바세린은 독일어로 물을 뜻하는 바썰(Wasser)과 올리브 오일을 뜻하는 그리스어 엘라이온(Elaion)이 합쳐진 것으로 스페인어로는 바세놀(Vassenol)이라고 불린다. 

바세린 (출처:www.sliceofhealth.in)



바세린의 탄생

석유 노동자들은 이를 상처와 화상에 연고처럼 바르곤 했는데, 이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 로드 왁스를 정제하여 상처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3중 정제 장치(triple-purification seal)이 부착된 기기 설계도와 마크 (출처: 바세린 홈페이지)

다시 5년이 흐른 1870년 추출 및 정제 공정을 마침내 완성하면서 브루클린에 첫 공장을 오픈하고 "Wonder Jelly"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그리고 1872년 기존의 정제 공정에 진공 프로세스를 추가하여 바세린의 품질을 개선시킨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게 되는데, 이 특허에서 원더 젤리를 '바세린 Vaseline'으로 등록하게 되면서 이후에는 공식 명칭이 바세린이 되었다.

Original US patent application for the Vaseline product (US127568A)


바세린은 탄화수소의 반고체 물질로 윤활 작용, 코팅, 보습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사람 체온과 가까운 37도에서 녹는 것이 특징으로 상처 부위에 바르면 그 부분을 코팅하여 세균 감염을 막고 보습 작용을 해 치료 속도를 높여 준다고 하며, 공기 중에서 산화되지 않는 장점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1859년 미국의 화학자 로버트 체스브로는 펜실베이니아의 유전 시설에서 석유를 시추(試錐)하는 과정 중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끈적끈적한 로드 왁스(Rod wax)라는 부산물을 알게 된다. 

석유 시추 장면 (출처: SK 에너지)

1865년 체스브로는 5년에 걸쳐 석유 젤리를 3중으로 정제하는 방법을 개발한 후 특허를 취득했다.

바세린을 발명한 로버트 체스브로 (출처:바세린 홈페이지)


초기에는 반응이 시큰둥하여 체스브로는 마차에 바세린을 싣고 뉴욕 전역을 다니며 자기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 화상을 입힌 후 바세린을 직접 바르는 것을 시연하고, 무료로 바세린 샘플을 나누어 주면서 홍보했다고 한다.



그 결과 1874년까지 바세린은 미국 전역에서 하루에 1400병 개씩 팔리며 대히트를 치게 된다.


100년 전 홍보를 위해 바세린을 싣고 다니던 마차와 바세린을 담았던 유리 제품병 (출처: 바세린 홈페이지)


이 인기에 힘입어 1880년대에는 수많은 모조품이 나왔는데, 체스브로는 혼동을 막기 위해 푸른색 뚜껑(Blue seal) 패키지를 출시하였고, 이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쓰이며 바세린의 상징이 되었다. 



바세린의 블루씰(Blue seal) 초창기(왼)와 현재(오)


1883년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바세린을 피부 보습제로 사용하면서 그 유용성을 인정해 체스브로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다. 바세린은 얼지 않아 1909년에는 북극 탐험 시에 보습제로도 사용되었다. 1917년 1차 세계대전에서는 병사들의 경미한 상처나 화상을 치료하는데 쓰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멸균 Vaseline® Jelly 코팅 거즈를 만들어 병사들의 상처와 화상치료에 사용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바세린 알루미늄 튜브(왼)와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쓰인 멸균 Vaseline® Jelly 코팅 거즈

사실 마스카라도 바세린 덕분에 탄생했다. 1915년 톰 라일 윌리엄스가 여동생 메이블이 눈썹을 더 풍성하고 짙게 보이게 하기 위해 석탄가루에 바세린을 섞은 것을 바르는 것을 보고 메이블린을 창업하게 된 것이다. 

 

바세린은 정말 안전할까

아래 그림처럼 6 각형의 동글동글한 벤젠 환(Benzen ring)이 2개 이상 연결된 구조의 화합물들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또는 다핵방향족 탄화수소라고 하는데, 원래 원유(Crude oil)와 석탄에 다량 존재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의 대다수는 이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여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과 체내에 축적되기 쉽고, 암을 유발하는 등의 독성이 보고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종류로 고기를 구울 때에 나오는 벤조피렌(benzo [a] pyrene)을 들 수 있다. 

바세린은 제대로 정제하면 안전상 문제가 없다바셀린이 발암물질이라는 이야기는 석유계 오일의 특성상 나프타 분해(Naphtha Cracking) 공정을 거치면서 발생되는 불순 잔여물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HAs: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에 오염되었을 경우를 말한다(Breast Cancer Fund. Web. 10 Aug. 2015).

 

PAH의 다양한 종류들

안전보건공단에서 Petroleum Jelly의 물질 안전보건자료(MSDS)를 조회해보면 발암성 1B로 구분되어 있다. 화학 물질은 UN에서 정하는 '화학 물질의 분류 및 표지에 관한 세계조화 시스템(GHS)'지침에 따라 1A, 1B, 2 등으로 분류되는데(고용노동부 고시 제2016-19호), 1B는 시험동물에서 발암성 증거가 충분히 있거나, 시험동물과 사람 모두에서 제한된 발암성 증거가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Petroleum Jelly를 1B로 분류한 것은 EU CLP regulation을 근거로 한 것인데, 유럽 연합(EU)은 분류 및 표지 법령(CLP regulation: classification, Labeling and Packaging Regulation) 1272/2008/EC에 따라 바세린을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으로 사용되는 경우엔 Regulation (EC) no. 1223/2009에 따라 적절한 정제 과정을 거쳐 PAHs와 같은 발암물질이 정제되어 0%인 경우에 한하여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화장품 용도로 쓸 때 바세린의 정제 및 PAH의 함량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FDA 21 CFR 172.880 규격을 충족하는 경우 식품으로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바세린 자체는 충분한 정제 과정을 거쳐 PHAs와 같은 불순물이 제거되었다면 식품으로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이야기이다. 



USP grade를 받았거나 유럽에서 유통되는 바셀린이라면 안전성은 보증된 것이니 써도 좋지만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바세린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규제가 없기 때문에 PAHs가 제대로 정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솔직히 없다.

다만 발암성을 가지려면 경피(經皮)든 경구(經口)든 체 내에 흡수되어야 하는데, 외용제로서 상처가 없는 피부에 보습 용도로만 쓴다면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바셀린은 분자량이 커서 피부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세린처럼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피부 표면을 코팅함으로써 보습 효과를 내는 보습제를 Occlusive moisturizer라고 한다

Occlusive moisturizer는 피부장벽처럼 피부 표면을 코팅하여 수분 손실을 방지한다.


그래서 유니레버에서 생산한 파란 뚜껑의 오리지널 바세린(150년의 세월이 안전성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함)을 외용제 용도로만 쓴다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화학물질을 피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바세린의 발암 가능성은 좀 과장된 면이 있는 듯하다.벤조피렌도 PHA이고 1급 발암물질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마시는 커피에도 있는 흔한 물질로 우리는 40-60mg 정도를 매일 섭취하고 있다. 다만, USP food grade가 아닌 이상은 핥아서 먹을 가능성이 있는 립밤으로 쓰거나, 상처에 바르는 등의 내용제로 쓰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 


백색 바세린 VS 노란색 바세린

유니레버의 파란 뚜껑 바셀린은 연한 노란색을 띠는데, 유니레버 제품 외에 백색 바세린으로 팔리는 것이 있다. 화장품 다이어트 하는 사람은 백색 바세린이 더 순하다고 하기도 한다. 황색 바세린을 더 정제하면 백색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USP food grade의 바세린이 백색이다. 그러나 시중에 팔리는 백색 바세린이 모두 USP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니, 백색이라고 무조건 PAH가 잔류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USP grade의 바세린은 백색이지만 백색 바세린이 모두 USP 등급인 것은 아니다.


미네랄 오일 vs 바세린

미네랄 오일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말하며(Japour, M. J. (1939), 그래서 광물유(鑛物油)라고도 한다. 주성분은 Alkane과 Paraffin이며 대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값이 아주 싸다. 흔히 존○○ 베이비오일로 판매되는 것이 미네랄 오일에 향을 첨가한 것이다. 석유는 반드시 정제 과정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데, 바세린은 시추 과정(고온 고압)에서 얻어지는 semi-solid wax 성분이고, 미네랄 오일은 가솔린을 정제한 후에 얻어진 liquid 형태의 부산물이다. 미네랄 오일과 바셀린은 모두 석유로부터 얻어진 것이지만, 얻어지는 단계가 다르고, 성상도, 탄소수도 다르다. 

원유의 증류 장치(오) (출처: SK 에너지)


그래서 둘은 다른 물질이라고 보는 게 맞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바셀린을 미네랄 오일의 하위 개념으로 쓰는 것 같다. 어쨌든 둘 다 석유에서 나온 오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정제되지 않았다면 PHAs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미네랄 오일도 피부에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극히 일부분만이 피부 각질층에만 흡착되는 것일 뿐, 더 깊이 침투하여 경피적으로 흡수된다는 증거는 어떤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Toxicology Letter 280, 2017, 70-78). 따라서 미네랄 오일도 건강한 피부의 보습제 용도(외용제)로만 사용한다면 건강에 해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화상에 바세린
역사적으로 바세린은 가벼운 찰과상이나 화상에 사용되어 왔지만, 바세린 자체가 상처 치유 기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습윤 밴드와 같이 상처 부위를 밀폐하여 상처가 낫는 동안 외부 이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수분을 유지시켜 상처가 빨리 낫도록 하는 원리이다(2011, Davis-Sivasothy, A. pp.83. SAJA). 그런데 물집이 생기는 2도 이상의 화상에는 바세린 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함부로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물집의 습윤환경은 균의 번식을 촉진하는데, 이런 상처에다 바세린까지 덧바르면 세균을 더욱 번식시키고 열기를 가둬 상처가 악화될 수 있다. 


얼굴에 바세린

바세린은 피부에 흡수되지 않아 모공을 막지 않는다(International J of Cosmetic Sci. 2012; Cosmeceuticals. 2nd ed. 2009). 그래서 바세린 홈피에서도 non-comedogenic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뭐 이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바세린과 같은 Occlusive moisturizer는 모공 위에서 산소를 차단시켜 여드름균과 같은 혐기성 세균을 더욱 증식시켜 트러블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정말 기름 한 톨 분비 안 되는 건성 피부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은 얼굴에 바를 때에는 사용량에 정말 주의해서 써야 한다.  모공을 막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드름은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 


한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크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바세린을 바르면 트러블이 없다. 크림에 방부제 등이 포함되어 있어 바세린을 덧발라 피부가 밀폐가 되어도 여드름 균과 같은 세균 증식이 저해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는 바세린과 크림을 섞어 바르는 것도 좋다. 

사람에 따라 얼굴에 듬뿍 발라도 트러블이 안나는 사람도 있고, 보습제로 이만큼 효과가 좋은 건 보질 못해서 테스트해보고 적절히 사용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