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포진이란
한포진은 손과 발의 표피내 잔물집을 형성하고 극심한 소양감, 열감, 소포성 발진을 나타내는 급성 또는 만성의 습진성 피부질환을 말합니다. 보통은 상태가 호전된 후에도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재발하죠(Am J Clin Dermatol. 2010).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 7차(KCD-7) 질병 세분류(4단 상병) 통계 상 '(L00-L-99) 피부 및 피하조직의 질환' 중 '(L20-30)피부염 및 습진' 중 '(L301)발한이상[한포汗疱]'으로 정의되어 있는 질병입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포진(출처=Am J Clin Dermatol 2010)
손 피부병의 원인은 크게 외인성 요인(화학물질이나 물질적 자극물질에 대한 노출)과 내인성 요인(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유전적 요인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포진은 내인성으로 구분됩니다.
한포(汗疱, dyshidrosis)라는 용어는 1873년 수포가 땀의 발생부위와 일치해서 발한 장애로 인해 수포가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나, 이 후 병리조직 검사소견상 수포가 한관(땀관, sweat duct)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래서 현재까지 한포진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여름철에 더 악화되고, 정신적 또는 신체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아토피 피부염이 있었거나 니켈이나 크롬과 같은 금속에 대한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는 사람, 10-40세 사이의 여성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 외에도 아스피린, 경구피임약, 흡연, 피록시캄, 면역글로불린주사 등이 수포성 습진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학회지 2011).
한포진 증상
한포진은 초기에는 손바닥, 손가락 측면, 발가락 측면, 손발톱 주위처럼 피부가 가장 두꺼운 부위에 가려움증이나 불편한 느낌이 있다가 투명한 소수포들이 무리지어 급격히 발생하는데, 열감과 따가운 느낌이 선행된 후 심한 가려움증으로 이어집니다(Dermatology 5판, 2008).
양 손이나 양 발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무리지어 생기기도 하고, 가끔 잔 물집들이 서로 합쳐져 큰 물집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1-2mm의 맑은 물집이 생기는데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악화되면 탁해져 붉고 노랗게 변합니다.
손, 발은 다른 부위와는 다르게 투명층이라는 막성 구조물이 형성되어 있어 염증이 생기면 투명층 부위에 염증으로 인한 삼출물(진물이나 고름)이 차게 되어 부풀어 올라 수포의 모양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한포진의 염증이 손등이나 손목까지 번지는 경우엔 일반적인 습진성 피부염의 형태를 띠게 되죠.
조직학적으로는 작은 수포와 함께 피부세포가 스펀지처럼 성겨지는 해면화가 일어나며 해면화 부위에는 림프조직구의 침윤이 혈관 주위에 얕게 나타나고, 진피에서는 여러 종류의 염증세포로 이루어진 침윤이 관찰됩니다.
부위별로 다른 한포진 병변 (출처=Am J Clin Dermatol 2010)
한포진 치료
한포진은 원인을 모르니 병원에 가도 보통은 대증요법(對症療法, Symptomatic theraphy)으로 증상만 다스립니다.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제를 처방받아요. 그러나 한포진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corticosteroids는 외용 및 내복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고 특히 피부문제는 주된 부작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J Kor Med Opthalmol Otolaryngol Dermatol 2016) 만성 재발성 한포진에는 적절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증상이 멈추지 않을 경우는 자외선 광선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한포진은 물집을 터트린다고 치료가 빨리 되거나 늦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물집은 2-3주정도 지나 염증이 호전되면 표피 탈락과 함께 자연적으로 소실되어 회복되거든요. 하지만 한포진은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긁다가 터지는 경우도 있고 수포가 너무 클 경우에는 터트려 삼출물을 빼주는 것이 피부 재생과 부종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집에서는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바늘이나 손톱깍기 등으로 터트리는 경우가 많아 2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런 경우 그 증상이 손목, 발목, 심한 경우에는 목과 얼굴까지도 확대될 수도 있고 2차 감염으로 인해 약해진 피부틈사이로 염증 유발 물질이 계속 침투하면 계속 가렵고 또 계속 긁게 되고 피부는 더 손상되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일단 수포가 너무 크거나 이미 터진 경우에도 일단 병원에 가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저도 어느날 손가락이 너무 가려워서 긁다가보니 오른손 검지 손가락 부터 시작해서 그 주위로 피부 깊숙이 있는 것같은 수포들이 자잘하게 많이 올라와 있더라구요. 수포는 피부 깊숙히 있는 듯한 모양이라 터지지는 않았고 저는 심한 편은 아니라 시간이 지나니 그냥 사그라들었는데 나은 후에는 습진처럼 껍질같은 것이 벗겨지면서 완전히 원래 피부로 회복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리고 한번 생기니까 몇개월마다 같은 부위에 재발하고 점점 부위 반경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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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후 울퉁불퉁하고 퉁퉁부은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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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 후 습진처럼 보이는 부위 |
한포진이 생기면 심한 사람은 심적 고통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려움이 가장 큰 고통일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뭔지 몰라서 엄청 긁어서 퉁퉁 붓기도 하고 상태를 악화시키곤 했는데, 지금은 일단 뭐가 올라오는 것 같고 가렵다 싶으면 지르텍을 한알 먹습니다. 지르텍은 세티리진 염산염 성분으로 카피약이 저렴하게 많이 나와있으니 지르텍 카피약 저렴한 걸로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효과는 똑같아요.
한포진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서 증상이 완화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먹는다고 수포가 들어가지는 않아도 일단은 즉각적으로 붉은 기가 가라앉고 가려움도 사라져서 저는 도움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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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텍 복용하고 15분 후 |
정 가려울 때는 불 가까이에서 살짝 뜨겁게 지지는 것도 괜찮습니다. 해보니 이것도 효과가 꽤 있습니다. ^^
한포진은 내인성이라 전염되는 것은 아니고 물리화학적 자극이 직접적 원인도 아니지만 악화시키는 요인일 수는 있다고 하네요. 대한피부과학학회지에서 제안한 손피부병 예방수칙에 따르면 표백제, 세정제, 기타 화학성분과 채소, 과일즙, 생고기 등도 직접 손에 닿지 않게 조심하고 손이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은 일단 습관을 바꾸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