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진다는 방탄커피의 진실

방탄 커피 왜 마시나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방탄 커피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살이 빠진다니까 마시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방탄 커피 레시피를 보니 보통 커피 1잔(약 200ml)에 풀을 먹인 소의 우유에서 나온 버터 1-2 tbsp, 코코넛 오일 또는 MCT 오일 1-2 tbsp을 넣고 블랜더 또는 거품기로 라테처럼 될 때까지 잘 섞어서 마신다고 합니다. 한 잔에 약 230kcal 정도의 고칼로리의 음료니 총알도 막아낼만큼 강한 에너지를 준다는 뜻의 방탄 커피라는 이름이 이해가 됩니다.

방탄 커피의 뜻은 이해가 되지만 사람들은 에너지를 얻으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살을 빼려고 마셔요. 그러면 방탄커피를 마시면 정말 살이 빠질까요?

방탄 커피

Dave Asprey는 방탄 커피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IT 관련 경영자로 성공하여 억만장자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130kg이 넘는 거구가 되었고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위한 명상법을 배우기 위해 티베트로 여행을 떠나게 되어요. Asprey는 티베트 여행에서 무수히 많은 산을 트래킹하면서 야크 버터를 넣은 차를 얻어마시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방탄 커피의 영감을 얻게 됩니다. 

사실 버터를 넣은 차나 커피는 히말라야, 에티오피아, 터키 등의 여러 문화권에서는 수세기동안 마셔왔습니다. 네팔과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과 중국의 특정 지역 사람들은 고지대에서 생활하면서 노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야크 버터를 넣은 차(Po Cha)를 매일 마십니다. 터키에서는 달여 만드는 이브릭 커피의 강한 맛을 중화하기 위해 버터를 섞어 마시기도 하죠.

Asprey가 영양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버터 커피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실 그는 영양학자도 의사도 아닙니다. 

티베트의 버터차(Po cha) : 찻잎, 우유, 소금, 야크 버터로 만든다 (출처=구글 이미지)

Asprey는 늙지 않기 위해 자신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정제하여 6개월마다 맞고, 하루에 100개의 보충제를 섭취하고, 적외선 목욕과 고압산소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현재까지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지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꿈은 180살까지 불로 장생하는 것이거든요. 

왠지 측은해보이는 현생판 진시황제 Dave Asprey (출처=구글 이미지)


방탄 커피는 그의 불로장생의 꿈을 위한 여러 방법 중 일부일 뿐입니다. 그는 버터차가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Asprey는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버터 차를 계속 마시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미국에는 야크가 없죠. 그래서 풀을 먹여 키운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가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차보다 커피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방탄 커피의 레시피가 탄생했고 이를 2009년에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후에 Bulletproof coffe®이라는 상표명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되죠. 

야크 (Yak) (출처=구글 이미지)

사실 그가 아침 대신 방탄커피를 마셨고, 45kg를 감량한 것은 맞지만 방탄 커피를 마셔서 살이 빠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방탄 커피의 건강상 이점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미약한데다 그는 건강 중독자이기 때문에 운동을 포함한 몸에 좋은 것은 다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방탄 커피의 재료를 팔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전세계적으로 방탄 커피 1억 6천만 잔 분량의 제품이 판매되면서 Bulletproof coffe®는 초히트를 치게 됩니다. 전후 사실의 검증없이 '이렇게 먹고 살이 빠졌다카더라!'는 입소문 마케팅이 바로 우리가 커피에 버터를 넣어 마시게 된 이유인 것입니다. 


방탄 커피 정말 살 빠질까

방탄 커피의 재료는 커피, 기버터, 코코넛 오일 또는 MCT 오일입니다. 

커피는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 효과로 에너지 증가, 집중력 증가, 지방 연소 증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기 버터는 베타카로틴, 오메가-3 지방산, 공액 리놀레산(CLA), 비타민 K2 등의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일반 버터보다 풍부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영양소를 지방에서 얻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모두 손쉽게 충족이 되는 영양소들이거든요. 

MCT 오일은 코코넛 오일을 한번 더 정제한 것으로 체내 흡수가 더 잘되기 때문에 보통 코코넛 오일 대신 사용합니다. MCT 오일도 여러 가지 생리활성 효과가 있어 몸에 좋은 오일로 알려져 있지요. 

광고를 보면 MCT 오일은 지방산의 길이가 짧아 쉽게 분해되어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는 것처럼 설명합니다. 하지만 방탄 커피에 MCT 오일을 넣는 이유는 일반 지방보다 빨리 분해되어 에너지화되기 때문에 케토 플루라고 불리는 저탄고지 식단의 부작용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입니다. MCT 오일이 살이 찌지 않는 마법의 음식이라서가 결코 아니예요.

어쨌든 방탄 커피의 세가지 재료가 각각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이네요. 그렇지만 각 재료를 조합하여 먹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무합니다. 방탄 커피의 이점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음은 Asprey 본인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방탄커피 한잔에는 탄수화물 0g, 단백질이 0g으로 오직 지방만 들어있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를 덜 자극해서 저탄고지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케토시스(Ketosis) 상태에 도달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지방이 인슐린 분비를 적게 자극하기 때문이지 방탄 커피라는 조합으로 마셔야만 케토시스 상태에 더 쉽게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한 끼 식사 대신 방탄커피 한잔을 마셔서 살이 빠졌다면 하루 동안 섭취하는 총칼로리가 줄어들어서 빠진 것입니다. 방탄커피 한잔의 칼로리는 한끼 식사의 칼로리에 비해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탄수화물을 제한하든 지방을 제한하든 간헐적으로 먹든 총 칼로리가 줄어들면 살은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이어트 이론에 대한 이견은 수없이 많지만 총 칼로리가 줄었을 때 살이 빠진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죠. 다시 말해 총칼로리가 줄어들어 살이 빠진 거라면 꼭 방탄 커피가 아니어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살 빠진다니까 방탄 커피 한번 먹어볼까 싶긴 했는데요, 자료 찾으면서 불로 장생하고 싶은 미친 억만장자가 돈 벌려고 만든 신화라는 깨달음을 얻었네요. --ㅋ 

 

다만 방탄 커피를 한번 먹어나보자 싶은 사람에게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방탄 커피를 식사에 추가하거나 간식으로 먹으면 안돼요. 고지방 고칼로리 음료라 이렇게 되면 체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사 대용으로 마신다면 아침 대용이든 점심 대용이든 저녁 대용이든 상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