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이란
햇빛은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등의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자외선(Ultra-Violet; UV)은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을 가지는 광선을 말합니다. 자외선은 다시 파장 길이에 따라 자외선 A(UVA), 자외선 B(UVB), 자외선 C(UVC)의 3가지로 나누어져요.
![]() 자외선(UV)에는 A, B, C의 3가지 종류가 있다 (출처=식약처) |
UVA는 UVB에 비해 에너지가 적지만 파장이 길어 옷을 입고 있어도 진피 하부까지 침투합니다. 그래서 피부 속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켜 그을리고(tanning) 기미와 주근깨를 만들며 면역체계에 작용하여 피부 노화를 일으킵니다. UVB보다 20배 더 많이 전달되지만 자각 증상이 별로 없어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지요.
이에 반해 UVB는 짧은 파장으로 대부분 오존층에 흡수되나 일부는 지표면에 도달하게 되는데, 피부에 노출되면 표피 기저층 또는 진피 상층부까지 침투하며 고에너지 광선으로 단시간 내 홍반(erythema) 또는 화상(burnnig)을 일으킵니다.
UVC는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오존층에서 완전히 흡수되므로 피부에 큰 영향이 없지만 사람이 쏘이는 경우 염색체 변이를 유발하고, 눈의 각막을 해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무균 실험대(Clean bench)에 UVC 램프를 장착하여 내부를 살균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할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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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햇볕은 비타민 D 생성을 도와주고 우울감을 완화시키는 등 건강을 개선할 수 있으나, 피부 노화와 피부암, 머릿결 손상 등 피부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득 보다 실이 더 커 보입니다. 자외선은 피지의 산화를 촉진시켜 여드름을 악화시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야외 활동은 하되 자외선 차단제는 꼭 바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디선가 자외선 차단제 피부에 좋을 것이 없으니 바르지 마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자외선 차단제에 대해서 좀 찾아봤습니다.
자외선 차단지수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 기능은 자외선 B 차단지수(SPF 지수)와 자외선 A 차단 등급(PA)으로 표시됩니다. 먼저, SPF 지수(Sun Protection Factor; SPF)는 자외선 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며, 한국에서는 50까지 표시할 수 있어 50 이상이라면 50+로 표기되어요. SPF는 제품을 피부에 발랐을 때와 바르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최소 홍반량(Minimum Erythema Dose; MED)을 측정하여 계산합니다. 얼마 동안이나 피부를 태우지 않는가를 나타낸 수치로 SPF 지수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습니다.
PA등급(Protection grade of UVA; PA)은 자외선 A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며, 제품을 발랐을 때와 바르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최소 지속형 즉시 흑화량(Minimal Persistent Pigment Darkening Dose; MPPD)을 측정하여 계산하고, 한국에서는 PA+(낮음), PA++(보통), PA+++(높음), PA++++(매우 높음)의 4단계로 표시합니다.
무기자차 VS 유기자차
자외선 차단제(Sunscreen)에는 자외선을 산란시키거나 흡수함으로써 자외선을 차단시키는 성분들이 들어있으며 이러한 성분에 따라 무기 또는 유기 성분으로 나뉘어집니다.
무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은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산란시켜 자외선을 차단합니다. 국내에서 허가된 무기 자차 성분으로는 징크옥사이드와 티타늄옥사이드가 있어요. 무기 자차 성분은 백탁 현상이 있는 편이나, 브로드 스펙트럼(Broad-spectrum)으로 자외선 A와 자외선 B 모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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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자차의 백탁 현상 |
반면 유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은 자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외선을 차단합니다. 자외선 B를 흡수하는 성분이 많고 무기자차에 비해 백탁 현상은 적으나 민감한 피부에는 눈 시림, 피부 트러블 등의 자극이 있을 수 있죠. 시중에 판매되는 선크림은 각 자외선 차단 성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무기자차 성분과 유기 자차 성분이 혼합된 형태가 많습니다.
유기자차와 무기자차가 혼합된 자외선 차단제 유기자차와 무기자차가 혼합된 자외선 차단제
선크림 발라 말아?
자외선 차단제의 안전성과 사용감 향상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외선 차단제 사용 후 접촉성 피부염, 알레르기, 광독성, 트러블 등의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접촉성 피부염인데, 자외선 차단제 사용 1시간 내에 붉은 발진 등으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거나 기존에 있던 아토피 및 지루성 피부염 등이 더 악화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피부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도 있지만 잠재적인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어요.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인체의 외적 부위(external part)에 사용하는 것으로 피부 표면에 남아 장벽 기능을 돕거나, 피부 진피까지 흡수되어 피부 세포를 활성화시키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화장품 성분이 피부를 투과하여 혈류로 유입된다면 의약품처럼 인체 내 대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이 커집니다.
예전에는 화장품 성분이 입자의 크기가 커서 혈류로 들어가기가 힘들었지만 현재는 나노화 기술의 발전으로 입자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혈류로 흡수(uptake)되는 경우 전신으로 확산되어 전위(translocation)와 수송을 통해 제2차 표적 기관에서의 축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장품을 반복 사용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죠.
선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리적 UV 필터인 티타늄옥사이드와 징크옥사이드는 과거 ㎛ 사이즈에서 지금은 ㎚ 사이즈로 작아졌습니다. 나노화되면서 화장품의 배합 물성이 향상되고, 백탁 현상이 줄고, 발림성이 좋아져 사용감이 개선되고, 자외선 차단 효과도 상승했습니다. 대신,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자유 라디컬의 생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것이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 인체에 흡수되는 경우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체 흡수에 대한 연구들은 상반된 결과들이 많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고요.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노제이트(Octinoxate)는 UV 필터로 널리 사용되는 유기 자차 성분으로 연구자료에 따르면 생체 내 축적되어 거의 모든 미국인의 혈액 또는 소변에서 검출되며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는 없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최근 대규모의 산호초 백화현상의 원인으로 선크림의 옥시벤존 성분이 지목되어, 하와이를 시작으로 옥시벤존과 옥티노제이트를 함유한 선블록에 대한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경로로든 생체와 환경에 축적되기 쉬운 것은 명확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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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벤존과 옥티노제이트의 화학구조 (출처=ACS Cent Sci. 2018) |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이 금지되면서 이러한 UV 필터들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없게 되었고, 상반된 결과들 속에 결정적인 안전성 연구가 아직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선크림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불안하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편이 좋을까요?
갑자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떠오릅니다. 천연두를 앓아 얼굴에 흉터가 있었던 여왕은 백납으로 만든 베니스 분(Venetian Ceruse)을 두껍게 발라 이를 가리고자 했었죠. 베니스분의 백납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피부가 푸르게 변하고 치아와 머리카락이 빠져 여왕은 납중독으로 결국 일찍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20세기 초까지도 납에 대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피부에 착 달라붙는 사용감이 좋아 소량의 납성분이 여성용 파우더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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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얼굴로 유명한 앨리자베스 1세 여왕 (영화 속 재연이미지) |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선크림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인은 화학물질에 어떻게든 노출될 수밖에 없고 득과 실을 따져 좀 더 이득이라면 적당히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환경오염으로 오존층이 파괴되어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도 점차 증가하고 있고, 면역계의 약화와 피부암 발생률 증가, 광노화 등 선크림의 유해성보다 자외선의 유해성이 더 큰 것 같으니 저는 선크림을 다시 바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화장품 단식을 몇 년간 하면서 선크림도 다 끊었었는데 잡티 하나 없이 그 좋던 피부에 주근깨가 생긴 것을 보고 꽤 충격을 받기도 했고요.
영유아도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할까
다만 6개월 미만의 영유아라면 얘기가 조금 다를 수 있겠네요. 아기는 멜라닌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햇빛은 유아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데, 특히 유아의 눈은 미성숙하여 더 취약합니다.
그렇지만 연약한 아기 피부에는 자외선 차단제도 자극이 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고요, 양산, 옷 등 물리적으로 햇빛을 가리는 게 좋습니다. 얼마 전 야외로 놀러 갔을 때 유모차에 태운 아기 얼굴에는 직사광선이 내려쬐는데 아기 엄마는 선글라스에 양산까지 장착하고 걷는 모습을 보고 깜놀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가지 선크림뿐만 아니라 일반 화장품도 나노화된 성분들이 사용되는 경우라면 영유아에서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높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Lorenz et al, 2011).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방법
식약처에서 인정을 받아 '기능성 화장품' 표시가 된 제품을 선택하세요. 식약처를 전적으로 믿지 않지만 우리가 믿을 곳은 식약처밖에 없잖아요. ㅎ
선크림을 꼭 바른다면 무기자차를 추천합니다. 피부에 자극이 적을 뿐만 아니라 브로드 스펙트럼으로 단일 성분으로도 UVA와 UVB를 차단할 수 있고 유기 자차보다 잘 지워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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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자차 |
SPF 지수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성분이 많이 들어가 피부에 주는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에 선크림은 강한 것 하나만 사용하는 것보다 자외선의 강도에 따라 골라 쓰는 것이 피부를 위한 베스트인 것 같습니다.
자외선의 강도는 시간, 기후, 계절, 위도 및 고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도시보다 시골에서, 겨울보다 여름에, 내륙보다 해안지역이, 오후 10시~3시까지가 강합니다. 그리고 흐린 날에도 자외선이 구름에서 반사되어 맑은 날의 50% 정도는 되는데 이를 Broken-cloud effect라고 해요. UVB의 경우에는 맑은 날 보다 흐린 날에 25% 더 많고 DNA 손상을 최대 40%까지 증가시킨다고 하니 날씨가 흐릴 때에도 선크림은 꼭 챙겨 바르세요.
집에서도 바른다는 사람이 있는데, 일상생활 속에서도 창문을 통해서, 세탁물을 너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자외선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으니 현명한 방법이라 사료되옵니다. 잘 때도 바른다는 분도 있던데 그건 득 보다 실이 크지 않나 싶네요. ㅎ
일상생활 속에서는 SPF20, PA++ 이상, 휴양지나 레저활동 등으로 장시간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우 SPF30 PA+++제품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외출 30분 전에 바르고 매 3시간마다 덧바르기. 무기자차는 바른 즉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바르고 바로 외출해도 되고요.
선크림은 땀이나 물에 지워지기도 하지만 선크림이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자외선 차단 효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을 추천합니다(J. Am. Acad. Dermatol 2001; Photochem. Photobiol 2011).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덧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타거나 기미 주근깨가 생기진 않는 것 같아요. 화장을 하는 경우는 덧바르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요. 자외선이 강해서 덧바르는 것이 필요한데 먼지, 피지, 노폐물로 인해 트러블이 날까 봐 걱정되거나 화장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크림 타입 대신 파우더로 된 제품도 괜찮습니다. 분말형은 스프레이나 파우더 팩트 제형으로 나오는데 피부 밀착성이 떨어지니 수정 용도로 사용하거나 기초화장을 잘해서 촉촉하게 한 후에 충분히 도포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요.
자외선 차단제는 권장량 2㎎/㎠으로 사용하면 실제로 비타민D의 합성을 손상시키도 합니다(Adv Exp Med Biol 2014). 그렇지만 실제 생활 조건에서 바르는 양은 1.5㎎/㎠ 미만이며 보통 몸에는 잘 안 바르는 경우가 많아서 자외선 차단제 때문에 이로 인해 구루병이 걸리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걱정된다면 비타민 D 보충제를 섭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안 바르거나 선택사항이지만 양산으로는 광노화를 억제할 수가 없더군요(피부를 희생하여 얻은 깨달음). 피부 노화의 70%는 자외선 때문이라고 하니 자외선 차단제는 가장 쉽고 효과적이면서 돈도 안 드는 피부관리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