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탄산소다를 세제 대용으로 사용가능?

과탄산소다란

미니멀 라이프 하면서 과탄산소다를 세탁 세제 대용으로 사용한지도 언 4년 차인데요, 별다른 불편 없이 잘 써왔는데 과탄산소다는 계면활성제가 없어 세제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미 4년을 써왔는데 말이죠. 예전에 공부하고 나서 이렇게 쓰기시작했던 것 같은데 내용이 기억이 안나네요. 늙었나바여. 요즘 세제를 다시 쓰고 싶기도 하고 몇 년 후에 또 까먹을까 봐 이참에 과탄산소다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봤습니다. 

과탄산소다(Sodium percarbonate)는 과수화물(Perhydrate)로서 물에 녹아 1차로 과산화수소와 탄산나트륨(탄산소다)으로 분해되며 이러한 과산화수소 표백 시스템은 19세기부터 사용되어온 가장 오래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과탄산소다는 2차적으로 결국 산소(O2)와 물(H2O)로 분해되기 되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며 락스와 달리 비부식성으로 섬유 손상도 적고 색깔있는 옷에도 물 빠짐이 적습니다. 물에 녹을 때 거품이 많이 이는데 이 거품은 산소 방울이며 이에 따라 표백효과가 나타나므로 산소계 표백제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세제 없이 과탄산소다 단독으로도 세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세제의 원리 

세제의 핵심성분은 계면활성제(Surfactant)이며 분자 구조는 친수성(Polar)의 머리 부분과 소수성(Nonpolar)의 꼬리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계면(界面, 서로 맞닿아 있는 경계면)에 붙어있는 때에 소수성 꼬리가 유인되어 들러붙으면 친수성의 헤드가 물과의 인력으로 때를 세척액 속으로 끌어올립니다. 소수성의 분자는 자가응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소수성 상호작용(Hydrophobic interactions)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계면활성제의 꼬리 끝에 붙은 소수성의 때가 서로 엉겨 붙으면 마이셀(Micelle)이라고 불리는 둥그런 입자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스스로 중합되기 때문에 Self-assembled molecular clusters라고도 합니다. 비누(Soap)가 대표적인 계면활성제 중 하나입니다. 

 

미셀(micelle)의 형성 (출처=PetroWiki)



그러면 계면활성제 성분이 없으면 세척효과가 없을까요? 


그 옛날 비누가 없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아궁이나 화로에서 나온 재에 물을 부어 침전시킨 후 걸러서 얻어지는 잿물(탄산칼륨이 주성분)을 세탁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조선말 개항 이후에는 수산화나트륨(NaOH, 가성소다)이 들어오면서 잿물 대신 세탁에 쓰였고, 서양에서 들여온 잿물이라 하여 양잿물이라고 불렀습니다. 비누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전인 1960년 초까지도 가정에서 세탁용으로 많이 사용했지요. 


잿물은 강알칼리성 수용액으로 여기에 기름을 섞으면 고체로 굳어지는데 이게 비누입니다. 이 액체를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리는 느낌은 손에 있는 피지 성분과 반응하여 비누가 생성되기 때문이죠. 요약하면 잿물은 기름때와 반응하여 비누(계면활성제)를 만들지만 그 자체에는 계면활성 성분이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탁 효과가 나타납니다.


잿물이 세척효과가 있는 것은 물에 녹았을 때 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입니다. pH가 높을수록 비누화 반응을 일으켜 탈지 기능이 강해지고 단백질이 용해됨으로써(단백질 구조상 pH가 높아지면 불안정해집니다) 세척 효과가 나타나는데 보통 범용으로는 pH 9~10 정도가 사용됩니다. 일반세제나 과탄산소다 수용액의 pH가 이쯤 됩니다. 따라서 과탄산소다는 단독으로 사용해도 표백효과뿐만 아니라 세척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4년 사용하면서도 불편함이 없었거든요. 제가 산증인입니다. ㅎㅎ


요즘은 옷이 더러워서 세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의류에 붙은 때가 수용성인 경우 세제 없이 물로만 세탁해도 때가 지워질테고 해봐야 피지와 같은 가벼운 기름때가 대부분일텐데요, 이 정도는 과탄산소다로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물론 50도 이상의 고온(최적의 온도는 60도입니다)이 필요하며 알칼리에 의한 세척효과이므로 손상은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면이나 리넨 등 열에 강한 옷감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또한 표백효과가 있어 흰색 의류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오래 사용하다보니 수건이며 옷이며 자연스럽게 흰색으로 맞춰지더라고요. 


백의 민족의 후예


과탄산소다는 찬물에 안녹기 때문에 온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고온은 물 분자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 자체로도 세탁 효과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비누가 없으니 빨래 방망이로 두드려서 빨래를 했잖아요. 이것은 물리적으로 때를 떨어뜨리는 원리입니다. 세탁기도 물과의 마찰력, 원심력, 낙하력 등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세탁이 되는데요, 빨래방망이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고온과 세탁기의 물리력 만으로도 세탁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기에 과탄산소다가 더해지면 세탁 세제 대용으로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