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위생의 중요성
손 위생(Hand-hygiene)은 감염병 예방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로나 19처럼 호흡기로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도 실제로는 환자에서 배출된 침방울이 어딘가에 떨어져 묻고 이를 손으로 만짐으로써 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코나 눈을 하루 평균 15회 이상 만진다고 하니까요(J Occup Envir Hyg 2008).
손 위생을 위해 가장 먼저 손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한데요, 사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매일 손이 닿는 휴대폰처럼 물세척을 할 수 없는 생활 용품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손소독제, 알코올 스왑 등의 위생 제품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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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위생의 첫번째는 손씻기 |
알코올로 코로나19 소독될까
소독(Disinfection)은 비교적 약한 살균력을 이용하여 병원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파괴하여 감염의 위험성을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알코올은 강력한 항균력과 빨리 휘발하는 특성으로 인체의 피부나 점막 또는 건강한 피부와 접촉하는 물품의 소독하는데 널리 사용되는 소독제죠.
알코올 중 메틸 알코올(Methyl alcohol)은 살균작용이 약해 소독제로 사용하지는 않으며, 소독액으로 사용되는 알코올은 일반적으로 이소프로판올(Isopropanol; IPA)과 에탄올(Ethanol; EtOH)입니다. 이소프로판올은 석유 유분 내의 분해가스에 존재하는 프로펜의 수화반응로 얻어지며, 에탄올은 석탄 가스 또는 석유 유분 내의 에텐을 가수 분해하여 얻어집니다. 최근에는 70% IPA의 가격 상승과 함께 인체 유해성으로 인한 농도 관리 문제로 에탄올을 보다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고요.
그러면 이러한 알코올 재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할 수 있을까요? 바이러스는 외피가 있는 것(enveloped virus)와 외피가 없는 종류(non-enveloped virus)가 있습니다. 외피(envelope)는 숙주 세포막의 지질과 바이러스 특이 단백질로 구성됩니다. 외피 보유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무게의 20-35%가 지질인데, 이 중 50-60%는 인지질로 지질 용제에 민감하여 노출되면 쉽게 불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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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코로나19(왼쪽)처럼 외피가 있는 것과 아데노바이러스(오른쪽)처럼 외피가 없는 종류가 있다 |
코로나19는 외피보유 바이러스로 외피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붙어있는 모양 때문에 코로나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요, 알코올은 친유성 용제로 인지질을 녹여 스파이크 단백질을 제거하는 원리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킵니다. 알코올이 코로나19를 소독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외피 보유 바이러스가 감염에 지질 외피를 이용하는 반면, 아데노 바이러스와 같은 외피 비보유 바이러스는 감염을 위해 단백질 코트를 사용하므로 불활성화시키려면 캡시드 단백질이나 증식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변성이 필요합니다.
알코올 제제 중 에탄올은 단백질 변성의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 외피 비보유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으나, 이소프로판올은 효과가 없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J Hosp Infect. 2018).
이소프로판올 제제도 코로나 19 바이러스에는 효과적이지만 안전성 측면에서나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에탄올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나아 보이네요.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독 용도이면서 핸드폰 등 전자기기에 알코올 스왑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이소프로판올 제제가 더 빨리 휘발되기 때문에 기기 고장 예방차원에서는 더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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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제제는 이소프로판올을 사용한 제품(왼쪽)과 에탄올을 사용한 제품(오른쪽)이 있다 |
알코올을 주성분으로 하는 소독제는 다방면에 사용되지만 표면을 손상시킬 수도 있고 효과가 제한적이라 보통 환경을 소독하는 데에는 사용하지 않고요(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CDC, 2019), 환경 소독용으로는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 등이 권장됩니다(VIEW 2020).
알코올 제제는 지질을 녹이는 특성으로 소독효과를 갖지만 피부에서는 유분(인지질)을 제거함으로써 피부 건조와 접촉성 피부염 등이 유발시킵니다. 저도 실험실에 있을 때 알코올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손끝이 갈라져서 피를 꽤 많이 봤었거든요. 요즘은 글리세롤 등 피부 연화제가 첨가된 제품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알코올 소독 후에는 핸드크림 등 보습제를 가볍게 바르는 것도 팁입니다. 😊
에탄올 함량이 83%인 이유
에탄올은 1분 이내에 모든 바이러스, 세균, 진균에 모두 우수한 살균력을 나타내는데 흔히 알콜 함량이 높을수록 살균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알코올은 단백질을 변성시켜 살균시키는 원리로 단백질은 물이 있을 때 더 빨리 변성되기 때문에 수분이 제거된 순수 알코올 100%는 물과 알코올이 혼합된 용액보다 살균력이 떨어집니다. 수분 함량은 증발 속도를 늦춰 표면 접촉 시간을 증가시킴으로써 살균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60-80%로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는데(WHO 손 위생 가이드라인, 2007), 보통 70% (w/v) 알코올이 가장 효과적이며 안전한 농도로 입증되어 있습니다(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CDC, 2011). 80% 이상의 농도에서는 소독제의 효과가 오히려 감소해요(Archives of Surgery, 1939). 그래서 병원이나 실험실 및 일상생활제품에서도 일반적으로는 70% 에탄올이 사용됩니다(Martindale, 32nd Ed.).
저도 실험실에서 70% 에탄올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런데 알코올 스왑 제품을 하나 살까 싶어 검색해보니 에탄올 함량이 83%라고 되어 있더군요. 왜 70%가 아닐까요? 더욱이 80%도 아니고 85%도 아니고 83%는 너무 애매하잖아요? ㅎㅎ
대한민국약전(KP)에 수재된 에탄올의 규격은 95.1~96.9 vol% 입니다. 순수한 에탄올을 95.1~96.9% 함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독용 에탄올은 에탄올 830ml에 물 170ml을 넣어 1000ml로 만든 에탄올 수용액을 말합니다. 즉, 에탄올과 소독용 에탄올은 KP에 따라 모두 부피 단위(v/v)를 표시한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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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용 에탄올 제제(알콜스왑)의 에탄올 함량 |
에탄올 100ml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에탄올(KP) 83ml 중 순수 에탄올의 양은 KP에 따른 에탄올 95.1%를 쓴다면 83ml x 95.1% = 78.933ml이고, 에탄올은 비중이 0.789g/ml로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78.933ml x 0.789 = 62.278137g이 됩니다. 에탄올 원료 83ml 중 순수 에탄올 78.933ml을 제외한 나머지 부피 4.067ml와 희석용 증류수 17ml은 물 비중 1.0로 무게도 동일하게 4.067g와 17g이 되고, 계산하면 (62.278137g/ 4.067g+17g+62.278137g) x 100 = 약 74.7%, KP에 따른 에탄올 96.9%를 쓰는 경우에는 계산하면 약 76.4 % 정도가 되네요.
부피를 무게로 환산하니 소독용 에탄올의 에탄올 함량은 약 75 % w/w 내외가 됩니다. 보통 의약외품의 완제품의 함량은 품질보증을 위해 표시량 대비 90 ~ 110%로 설정하는데 에탄올은 휘발성이 강하여 수용액 상태에서도 계속 날아가기에 70%보다 약간 더 높게 들어간 것이라면 말이 됩니다. 그런데 품질기준은 제조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거라 이렇게 KP에 고시되는 것은 아니라서요. ㅎㅎ
식약처 고시 외용소독제 표준 제조기준에 따르면 손소독제처럼 피부에 바로 사용하는 제품은 에탄올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경우 54.7~70% (w/w, v/v)로 함량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실제로 손 소독제 제품은 에탄올 70%로 표시하고 있네요.
살균·소독제는 사용 목적, 용도에 따라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는데, 표면 소독용으로 사용되는 알코올계 소독제는 환경부에서 관리하고 에탄올의 함량은 70~90%로 기준이 고시되어 있습니다(ECDC, 2020에 따라 설정). WHO에서는 최대 60~80%까지는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보통 감염위험이 높은 의료기관에서는 80% 에탄올 제제가 권장되지요.
환경부 기준, WHO 기준, 식약처 외용소독제의 기준을 고려할 때 손소독제는 피부에 넓은 부위에 적용하는 특성으로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농도인 70% 이하로 설정된 것이고, 소독용 알코올은 피부 국소 부위에 적용하거나 피부 외 범용으로도 사용하는 것이라 아마도 83% v/v로 설정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알코올 스왑도 형태가 다를 뿐 소독용 에탄올이나 마찬가지니 효과는 똑같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