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수술 후 3개월차 후기
작년 12월 말에 치핵 근본술을 받고 올해 1월 1일 퇴원한 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까지는 하루하루가 영원 같았거든요.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매일 비슷비슷해서 그냥 습관이 되었습니다. 어떤 것을 백일만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더니 좌욕과 거즈 갈기가 습관이 될 줄은 몰랐네요.
저는 원래 주식이 보리밥 100%이고 채식 지향의 식사를 하기 때문에 치질 수술을 했다고 딱히 주 식단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잘 차려먹을 때도 있는데 보통은 반찬 차리기 귀찮아서 보리밥 + 쌈채소 조합으로 많이 먹었어요. 누군가 미역과 다시마로 치질수술 후 변비를 해결했다는 후기를 보고서 곰탕처럼 미역국을 한솥을 끓여서 1주일 내내 먹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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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후 식사 |
저는 밀가루를 끊거나 하진 않았고 1주일에 2-3번은 디저트도 먹고 치킨도 먹었어요. 먹고 싶어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먹고 싶은 건 적당히 먹으면서 식이섬유 잘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풀만 먹고 살겠어요. 😭
운동을 열심히 안해서 그런지 2개월까지도 화장실에서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피도 계속 나고 변이 항문에 걸려서 안 나와서 변 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랬네요. 변이 항문에 걸렸을 때 힘주면 안됩니다. 기다리면 조금씩 서서히 나오긴 나오거든요. 치질 수술 후엔 똥 누는 습관이 좀 바꼈어요. 저절로 나올 때까지 힘을 안주고 싸려고 하고 좀 덜 나와도 억지로 누려고 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한 달까지는 똥이 매일 안 나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하루에 차전자피를 수북이 10스푼씩 퍼 먹기도 했습니다. 물도 매일 2리터 이상은 먹은 것 같아요. 차전자피를 먹으면 확실히 똥 양이 늘고 좀 물렁해져요. 지난번 의사 선생님이 식이섬유를 두 달까지는 먹는 게 좋다고 한 것이 두 달이 보통 거의 완치되는 기간이라서 그런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식이섬유는 상처가 낫고 완치될 때까지 계속 먹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뭘 먹어도 똥을 매일 싸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구요. 지금은 1일 1똥은 포기한 상태이지만 변 모양은 좋아졌습니다. 보통 바나나이고 가끔은 구렁이도 낳아요. 평생 이런 똥 모양을 몇 번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설사끼가 있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게 바로 프리미엄 똥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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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똥모양의 예(사진출처=영산강유역환경청) |
치질수술 후 3개월간의 내 몸에 임상시험 결과 변비에 가장 좋은 음식은 100% 찰보리밥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국산이어야 효과가 있어요. 원래 미국산을 먹다가 최근에 국산으로 바꿨는데 이때부터 화장실에 뱀이 계속 출몰하더라고요.
치질 수술 후 운동은 언제부터
치질 수술은 수술 후 경과에 개인차가 큰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한 달 반까지는 동구가 아파서 운동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때까지도 똥 쌀 때 신음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고 똥 싸는 시간도 오래 걸렸거든요. 그래서 밖에 나갔을 때 그분이 오시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서 산책도 길게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밥을 많이 먹어야 변을 잘 본다고 해서 평소보다 좀 많이 먹기까지 하니 한 달 반 만에 오동통하게 살이 올라서 옷이 끼더라고요.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살까지 찌는 2중고..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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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찐자 |
저는 수술 후 46일 차에 드디어 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려고 요가매트도 구입했네요. 항문이 조금 당기고 살짝 통증이 있었지만 복근 운동과 엉덩이 운동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때부터 1주일에 2-3회 정도는 집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50일 차부터는 하루에 만보를 걸어도 괜찮더라고요. 한 달 반 이후부터는 똥 눌 때 빼고는 통증이 없어서 모든 일상 활동이 가능합니다. 살도 살이지만 규칙적인 운동도 배변활동에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백일이면 곰도 사람이 된다는데
치질 수술 후 한 달 반부터는 항문 근육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조여질 때가 있어서 그때 좀 아프고요. 2개월 정도 지나면 똥이 항문에 걸려서 오래 앉아있어야 하거나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의 통증은 없어집니다. 안 아픈 건 아니고요.
여전히 똥 눌 때 아프고 항문도 만져보면 좀 단단하게 느껴지지만 항문 겉의 상처는 다 나아서 비누로 살살 문질러 씻을 수 있게 되었어요. 2개월 차에 처음으로 밖에서 똥을 싸는데 물티슈를 안가져가서 휴지로 닦아봤더니 닦을만 하더라구요. 그래도 완치될 때까지 피부꼬리가 생길 수 있으니 휴지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밖에서는 물티슈로 부드럽게 닦고, 집에서는 물로 씻고 있어서인지 피부꼬리는 안 생겼습니다. 저는 완치 후에도 이렇게 관리할 생각이예요. 동구는 소중하니까요.
2개월차에 병원에 오라고 했는데 또 안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 귓등으로 듣는 환자입니다. 솔직히 병원 가도 항문 보고 소독하는 게 다이기도 하고 두 달이면 완치될 줄 알았네요.
백일이면 곰도 사람이 된다는데 3개월이 지나고도 계속 변볼 때 아프고 피도 항상 조금씩 비치고 진물도 아직도 나옵니다. 거즈도 200매짜리 두통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4통째예요. 그러다가 치핵 절제 수술 후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치루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후기를 보고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그래서 치질 수술 후 백일 만에 병원에 진료받으러 다녀왔습니다.
![]() 이제는 두 엉덩이로 앉아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개월 차에 안 와서 또 혼났습니다. 헤헤. 이번엔 계속 피나고 통증도 있다고 했더니 항문 내시경을 했습니다. 헉 소리 나게 아프더군요. 와우😱
아무는 과정에서 항문협착이 온 분은 손가락으로 항문 직경을 늘리는 수지 마사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괄약근이 손상될 수 있어 요즘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다행히 항문 협착은 없었고 똥이 단단해서 항문 안에 상처가 계속 찢어져서 회복이 지연되는 거라고 마그밀과 항문 안에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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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먹기 시르다 =_= |
보통 치질 수술 후 3개월이면 상처 흔적만 남고 완치되는데, 변비가 있다면 3개월이 지나도 빨간 줄이 그어진 똥을 볼 수 있어요. 똥을 바꾸는 건 사람이 변하는 것만큼 어렵더군요. 완치가 되기 전까지는 진물도 계속 납니다. 저처럼 회복이 지연되면 심한 경우 치루로도 발전될 수 있어요.
계속 프리미엄 똥을 싸고 있어서 왜 계속 피가 나고 아직도 아픈지 궁금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변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1일 1 똥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하루를 넘기면 변 앞머리가 단단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틀에 한번 싸도 찢어지지만 않으면 1-2주 안에도 금방 낫는다고 했습니다. 매일 뱀똥을 싸다가 한 달에 2-3번만 찢어져도 한달 내내 피나고 아플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1일 1똥하지 않으면) 계속 치유가 지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나으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하시더군요.
수술 전 항문소양증으로 괴로웠던 시간보다 수술 후 회복시간이 더 걸릴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들지만 치질 수술을 한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직 피나고 아프긴 해도 이제 어디서든 영역표시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 걸 보면 더디지만 계속 좋아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1일 1똥에 집착하면서 스트레스받아서 좋을 것 없으니 처방받아온 약 부지런히 먹고 바르고 4월부터는 등산도 하면서 꾸준히 관리하려고 합니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