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도 복합 치핵 수술 후 한 달 차
3도 복합 치핵(외치핵+내치핵) 근본 절제술을 받고 2박 3일 입원 후 퇴원했습니다.
퇴원 당일엔 무통 주사와 진통제 주사의 약발이 남아있기 때문에 별로 아프진 않았는데 두 번째 변을 보고 나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리고 걸음을 뗄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더군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크기는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그 옛날 독립투사들이 고문을 당할 때 이것보다도 아팠으면 대체 어떻게 견딘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때가 영하 15도씩 떨어지던 한파가 왔던 시기였는데 여러분, 겨울에 치질 수술하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습니다. ㅈㄴ아파서 추운 줄도 모르거든요. ㅋㅋ 밤새 자다 깨다 고통의 시간이 더디게 지나가고 4일 차의 날이 밝았네요.
입맛이 없으나 약을 먹어야 하니 억지로 밥을 먹습니다. 혼자 살면 스스로 챙겨서 먹어야 하는데 4일 차까지는 요리를 한다거나 집안일을 할 수가 없어요. 아픈데 대강 차려서 먹으면 서러우니까 혼자 살면 치질 수술 전에 밑반찬을 좀 만들어놓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쿠팡로켓프레시로 쌈채소와 반찬을 주문하고 밥만 겨우 해서 먹었어요. 치질 수술 후 식사는 따로 밀가루를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밀가루만 먹는 건 안되고 식이섬유 많은 채소나 과일과 같이 먹으면 괜찮습니다. 되도록 고식이섬유 식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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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후 4일차 식사 |
밥 먹고 병원 진료를 가려고 준비하는데 또 신호가 오더군요. 의사 선생님한테 동구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쩌지 고민하다가 자동으로 막 나오려고 해서 결국 변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엉덩이가 반으로 쪼개지는 듯해서 엉덩이를 오므려도 봤는데 똑같이 아프더군요. 오므리든 벌리든 서든 앉든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똥 싸느라 병원 예약 시간에 늦었네요. 버스나 택시를 타는 것은 불가능하니 누가 실어다 줘야 합니다. 창피하다 생각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면 요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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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엉덩이 한쪽으로 겨우 앉아서 대기 |
병원에서 진통제 주사 맞으니 좀 살만해집니다. 정말 아프면 참지 말고 매일 병원에 가서 진통제 주사 놔달라고 하세요. 병원은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습니다. 퇴원 후에 병원까지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1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1주일만 참으면 된다고 했는데 정말 1주일이 가장 아픕니다. 그런데 7일이 지났다고 뿅 하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어요. 통증은 계속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왔다갔다합니다. 물론 7일까지가 가장 아팠던 것 같긴 한데, 7일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묵직한 통증이었다면 이후에는 고슴도치 낳는 듯한 따가운 통증으로 바뀌더군요. 따가운 것도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
치질 수술 후에는 항문관이 자극을 받아 제 기능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변의가 갑작스럽게 강하게 오고 참는 것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변을 지리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게 저일 줄은 몰랐네요. 좌욕기에 엉덩이를 담그고 좌욕하면서 변을 보면 덜 아프다고 해서 5천 원짜리 좌욕기도 구입했는데 엉덩이 담그기가 찝찝해서 쓰진 못했고 한 번은 갑자기 변의가 와서 변기까지 1m거리를 가는 중에 서서 지렸습니다. 미사일이 자동으로 발사되려고해서 도저히 뛰어갈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아프니까 더러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7일까지는 그냥 밥 먹고 진통제 먹고 계속 누워있어서 기록해놓은 것도 없네요. 4일 차에 회사에 출근했다는 사람도 있던데 초사이언이 아니고서야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존경합니다. 보통 사람이면 출근을 해도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으니 최소한 10일 정도는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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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귤까먹는 나날들.. |
좀 앉아있으려고 도넛 방석도 샀습니다. 확실히 도넛 방석이 있으면 편안하긴 한데 2주까지는 도넛 방석 위에 앉아도 오래 앉아있기는 힘들고 2주 후에는 굳이 도넛 방석이 없어도 앉을 수 있거든요. 도넛 방석은 가격도 저렴하니 있으면 도움도 되고 좋으나 필수는 아니니 그냥 옵션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도넛 방석이 없으면 무릎 꿇고 앉아야 해요.
치질수술 후 10일 차
10일이 지나니 수술 후 부기가 쏙 빠졌습니다. 밥을 평소보다 더 먹는데도 얼굴이 핼쑥한 것이 수술 후엔 체력 소모가 심하긴 한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채식을 지향하는 식사를 주로 하는 편인데 수술 후 갑자기 생전 안 먹던 음식들이 많이 당기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입에 당기는 걸 드시면 되지만 단백질 식품 많이 챙겨 드세요. 새살 나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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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이긴 하네요.^^; |
변은 굵고 부드럽게 봐야 상처부위를 한 번씩 늘려 줘서(찢는 것 아님) 협착을 방지할 수 있고 상처도 예쁘게 아물어요. 변이 하루에 한번 나오지 않으면 직장에서 수분을 뺏겨 단단해지고 그러면 상처부위를 찢으면서 나옵니다. 그러면 아프고 상처 치유도 지연되게 됩니다.
저는 우엉 하고 버섯을 넣은 보리밥을 주식으로 많이 먹었어요. 보리는 찰보리로 지으면 맛있습니다. 우엉도 폴리페놀 함량도 많고 섬유질도 많아 보약이나 다름없으니 많이 드세요.
병원에서 하이실이라는 차전자피 가루(질경이 껍질)를 식이섬유 보충제로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300g, 3만 원에 샀습니다. 표기사항에는 하루 3회 먹으라고 되어있는데 병원에서 하루 2회 먹되, 시간을 놓친 날에는 한 번에 2스푼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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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산 차전자피 |
초기엔 변이 직장에 도착하는 데로 나오기 때문에 식이섬유도 필요 없으나 상처가 치유되면서 변을 정상적인 횟수로 보기 시작하면 변을 굵고 무르게 보기 위해 식이섬유는 먹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2달 정도는 먹으라고 하더군요. 식이섬유도 병원에서 바가지쓰고 사지말고 인터넷으로 사세요.
그리고 차전자피 드실 때는 물을 정말 많이 드셔야해요. 변비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을 하제라고 하는데, 차전자피는 팽창성 하제로 분류되며 장내에서 수분을 흡수하여 대변의 부피를 크게 하기 때문에 복용 후 충분한 물을 섭취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물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 오히려 변비가 심해지고 효과가 없다고 느낄 수 있어요.
치질 수술 후 2주 차
2주 차 정도 되면 똥만 안 싸면 평소에는 통증이 거의 없어집니다.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쿡! 하고 쑤실 때가 종종 있고 잔변감은 아직 있어요. 실비가 약값은 8천 원 이상, 진료비는 만원 이상 되어야 청구가 가능해서 몇 푼 아끼려고 4일 차에 내원하고 3일 치 약을 타오고 나서는 병원을 안 갔습니다.
2주 차에 잘 낫고 있는지 불안해서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 선생님한테 혼났네요. 항생제가 계속 들어가야 하는데 염증이 생기면 일이 커진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염증 소견은 없었으나 사실 많이 불편한 것이 없다면 진료를 자주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동구 보여주고 소독하고 거즈 붙여주는 것이 다거든요. 그러니 처음에 진료받을 때 가능하면 약을 길게 처방해달라고 하시고, 아니면 그냥 3주까지는 의사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데로 약 먹고 병원 가는 게 좋습니다.
저는 2주 차에 진료받을 때 변 볼 때 통증이 견딜만하다고 했더니(안 아프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ㅠㅠ) 진통제를 빼고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그동안 진통제가 독해서 두통때문에 계속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막상 진통제를 끊으니 불안하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첫똥, 둘째똥, 셋째똥, 정말 팔뚝만해서 식겁했던 넷째똥도 견뎌낸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2주차부터 진통제는 끊었고 약은 항생제만 먹었습니다.
수술 후 초기에 나오는 진물은 악취가 심한데 2주차부터는 진물은 나오나 냄새는 거의 없습니다. 2주차부터는 크게 웃을 수도 있고 기침하는 것도 가능하고 도넛 없이 앉아있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15일차에 반찬도 만들고 청소도 하고 샤워도 깨끗하게 하고 처음으로 인간다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요. 변을 볼 때는 여전히 두렵고 고통스럽지만 변 본 후의 통증은 많이 줄어들어서 살만합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환부가 근질근질 가렵기 시작하는데 가려워도 되도록 건드리지 않아야 피부꼬리가 안 생깁니다. 많이 가렵다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괜찮지만 저는 물티슈나 거즈를 따뜻한 물에 적셔 손에 힘을 빼고 환부를 조심스럽게 살살 닦아주니까 도움이 되더군요.
배변 후에는 마른 휴지 사용은 안됩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피부꼬리를 유발할 수 있어요. 집에서는 물로 씻고 외출할 때에는 물티슈는 필수로 들고 다녔어요.
거즈는 퇴원할 때 병원에서 50장 6천원에 구입했는데, 인터넷에서 200매 4~5천원대에 판매하고 있어요. 그냥 인터넷에서 사는 게 이득입니다. 거즈는 멸균거즈는 필요없고 그냥 일반 거즈 사시면 되요. 병원에서도 멸균거즈 안씁니다.
치질수술 후 3주 차
3주차부터는 비누로 살살 씻는 것도 가능하고(비누는 사용안하는 편이 자극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5천보 정도 산책도 했어요. 되도록 집에서 배변하려고 하지만 그 분이 언제 오시는지 저도 모르니까요. 외출할 때는 갑자기 변의가 오는 난감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외출 준비물로는 물티슈와 거즈, 손수건을 챙겨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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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후 외출 준비물 |
거북이에서 인간 사람의 속도로 걸어서 병원 진료도 다녀왔습니다. 병원 갈 때마다 항생제 주사를 놔주는데 항상 멍이 들어서 열흘은 가고 내내 아파요. 항생제를 4일치 더 처방받아왔지만 주사도 싫고 약도 싫어서 3주차부터 그냥 약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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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에 똥을 쌌더니 병원에서 또 한쪽 엉덩이로 대기 |
치질수술 후 4주 차
4주차가 되면 거즈도 떼고 통증도 없을 줄 알았으나, 여전히 변볼 때도 찢어지는 통증으로 아프고 피도 나고 변 본 후에는 일시적으로 진물양도 늘고 갈색 진물도 나오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평소에는 진물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몇 시간씩 앉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바나나 모양의 무른 변을 매일 보는 것이 상처를 찢지않고 협착도 방지하는 최고의 치료법이라지만 똥이라는 게 보고 싶다고 매일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흔히 변비 환자들이 식이섬유 없는 식사를 해서 변비에 걸린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원래도 보리밥이 주식이고 채식을 지향하는 식사를 하지만 1주일에 2회 변을 보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변볼 때 똥이 굵을 뿐 불편하지는 않아서 제가 변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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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수술 후 식사 |
처음에는 매일 똥이 안나와서 협착 올까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언젠간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받아서 상처치유에 좋을 것도 없으까요.
통원치료는 3주 차까지이고 2달 차에 한번 더 진료받으러 오라고 했으나 불편함이 없으면 꼭 갈 필요는 없습니다. 계속 아프거나 피가 많이 나거나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언제든지 당장 가야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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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으로 당근도 먹고 물도 많이 먹었는데 똥이 안나와요.. |
치질 수술 비용 총 결산
치질 수술은 입원이 불가피한 수술인데 입원비가 비급여인 것이 이해가 잘 안되지만, 수술 전 진료비+검사비 27,700원, 좌욕기값에 실비보상을 받은 것을 빼고 치핵 수술부터 한달 차까지 쓴 총 비용은 429,316원입니다. 실비 보상을 받았지만 입원비 보상이 안되고 통원 치료 등으로 생각보다 비용이 꽤 들어갑니다.
그래도 항문을 만져보면 튀어나온 것 없이 플랫한 것이 수술 잘했다 싶고 올해 투두리스트 중 하나였던 치핵 덩어리를 잘라버려서 홀가분합니다. 아직 완치된 건 아니지만 이제 계속 좋아질 일만 남았으니까요. 치질이 있으시다면 저처럼 병을 키우지 마시고 초기에 수술하면 상처부위가 작아 고통도 적습니다. 예쁜 동구를 위해 모두 건승하시길..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