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주민은 똥을 3배나 많이 싼다
영국의 의사 Burkitt은 1940년부터 오랫동안 아프리카에서 외과의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인이 선진국보다 변의 양이 3배나 더 많고 더 빨리 장을 통과하는데, 선진국에서 많은 대장암 발병률이 적은 것을 발견하게 되죠.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음식물의 장 통과 시간과 대변 부피, 음식의 섬유질 함량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식이섬유 섭취가 적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발표하고(Cancer 28, 3-13, 1971), 이후 'Fibre man'으로도 유명해지게 됩니다('The Fibre Man'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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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re man (출처=Nutri Res Rev 2018) |
Burkitt의 식이섬유 가설을 완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Trowell은 1970년대에 심장계 질환, 장 질환을 비롯한 비만, 당뇨, 담석 등의 질병들도 식이섬유의 섭취 부족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합니다(Rev European studies Clin Biol 1972; Am J Clin Nutr 1976).
식이섬유(Dietary fiber)는 1953년 Hipsely에 의해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난소화성 성분으로 처음 정의되었으나(Br Med J 1953), Trowell이 식이섬유란 인간의 소화효소에 의한 가수분해(소화)에 저항성을 가지는 식물 세포의 잔류물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Atherosclerosis 1972). 구체적인 구성성분은 Cellulose, Hemicellulose(식물세포벽에 함유된 celluose를 제외한 불용성 다당류의 총칭), Lignin, oligosaccharides(pectins, gums, waxes 등)입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식이섬유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소화도 흡수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양학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Burkitt과 Trowell 이후로 식이섬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그 자체는 비영양소지만 여러 가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이 밝혀지게 되고 이제는 제6 영양소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식이섬유 하루 권장섭취량
WHO는 1,000kcal당 14g을 기준으로 섭취하는 음식 전체에서 총 식이섬유 섭취량은 1일 27-40g을 권장되나 생활습관병 예방을 위해서나 치질 수술을 한 후라면 더 많은 식이섬유 섭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변비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인데 하루 아침만에 좋아하는 음식을 끊기란 참 쉽지 않죠. 아무리 곡류, 채소, 과일류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해도 현대인은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에(모든 동물성 식품은 식이섬유가 0g입니다) 상대적으로 식이섬유의 섭취가 저하되어 변비가 쉽게 생길 수 있어요.
음식으로 식이섬유 섭취가 힘든 경우 식이섬유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국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변비 치료를 위한 식이섬유 보충제의 권장섭취량은 하루 20-25g입니다(J Neurogastroenterol Moti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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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보충제 |
식이섬유의 종류
식이섬유는 크게 불용성 및 수용성 식이섬유로 구분되는데(Anita & Abraham 1997), 이들의 생리적 효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과일, 보리, 두류 등에 주로 함유되어 있으며, Gel 형성능이 우수해 음식물의 점성을 높여 줍니다. 또한 위에서의 체류시간을 증가시키고, 포만감을 제공하여 영양분의 흡수를 느리게 하며 담즙산(bile acid)과 결합하여 분변으로 배출됨으로 체내 담즙산 보충을 위한 콜레스테롤의 소모를 유도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립니다(Am J Clin Nutr 1984; J Am Diet 1986).
불용성 식이섬유는 주로 식물 세포벽 구성성분으로 밀기울, 옥수수 겨, 곡류에 많은데 수분 보유능이 커서 변괴를 무르고 크게 하며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시켜 배변을 원활하게 합니다. 일부는 대장에서 유익균의 먹이로 발효되어 짧은 사슬 지방산(SCFAs)으로 변환되면서 장관 내 pH를 낮춰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영양분 흡수를 도와 대장 환경을 개선시킵니다(Front Microbiol 2016).
중등도의 수용성이면서 발효성의 식이섬유와 불용성이면서 느리게 발효되거나 비발효성의 식이섬유가 배변원활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는데(Kor J Med 2016; Am J Gastroentrol 2013), 중등도 수용성이면서 발효성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차전자피, 불용성이면서 느리게 발효되거나 비발효성의 식이섬유 함유 식품은 채소, 곡류, 호두와 씨, 과일류(건대추, 프룬 등)가 있습니다.
그러니 곡류, 채소, 과일을 많이 먹으면서 식이섬유 보충제로 차전자피를 추가하면 변비에 좀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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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전자피 식이섬유 보충제 |
차전자피 식이섬유 복용 방법
질경이(Plantago L)는 쌍떡잎식물 질경이목 질경이과의 다년생 초본식물(여러해살이풀)로, 세계적으로 약 25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도 자라는 식물입니다. 한방에서는 질경이 잎을 차전(車前), 종자를 차전자(車前子)라고 하여 약재로 사용합니다(한국자생식물보존회지 2000). 차전자피(Psyllium Husk)는 질경이 종자의 껍질 부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 질경이 (사진출처=위키백과) |
차전자피는총 식이섬유 함유량이 98%이상으로 그냥 식이섬유 덩어리라고 보면 되는데, 주요 구성성분은 셀룰로오스, 리그닌, 헤미셀룰로오스, 펙틴, 검, 점액질 등입니다. 특히 차전자피의 Arabinoxylan 성분은 물에 닿으면 수분을 흡수해 겔과 같은 제형이 되는 수용성 식이섬유입니다(J Industrial Tech 2005). 그래서 장내에서 수분을 흡수하여 변괴의 부피를 크게 하고 배변 횟수를 증가시켜주는 대표적인 팽창성 완화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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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전자피 |
차전자피 제제는 성인의 경우 1회 3g-3.25g, 1일 1-3회 식전 또는 취침 전에 복용합니다(식약처 의약품 안전사용 매뉴얼 ⑮ - 변비). 배변 원활의 기능성은 차전자피 식이섬유로써 3.9g 이상이나 연령과 증상에 따라 적절히 증감합니다(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기준 및 규격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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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성 완화제인 차전자피 |
차전자피는 수분을 흡수하여 작용하는 부피형성 완화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충분한 물과 함께 섭취해야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Kor J Med 2015). 물을 많이 먹지 않으면 오히려 변비가 심해질 수 있어요. 저는 처음엔 귀찮아서 그냥 입에 털어 넣고 입안에서 대강 섞어 넘겼는데 그러면 덩어리가 목에 걸리거나 치아에 달라붙을 수도 있고(양치질로도 한동안 안 떨어짐) 물을 덜 먹게 되기도 하니까 꼭 물에 타서 드세요(최소 250ml 이상). 차전자피로 다이어트 하는 사람도 많은데 포만감을 위해서도 물에 타서 먹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는 식전에 먹고, 치질 수술 후 변을 굵게 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식후에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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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가루 타입의 차전자피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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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전자피는 물에 녹이면 겔을 형성합니다. |
똥은 원래 아래 그림(브리스톨 분변 척도)에서 4번 바나나 모양으로 매끈하고 굵기는 2-3cm가 좋습니다. 저는 평생 1-3번의 모양에 굵기 4-5cm는 되는 변을 봐와서 이게 정상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 치질 수술까지 하게 되었고.. 수술 후 차전자피를 먹게 되었는데, 만성변비라 그런지 차전자피를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매일 변을 보는 패턴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모양만큼은 4번에 가까워졌어요. 미사일 모양이 4번처럼 매끈하면 1초만에도 발사가 가능하고 그게 정상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됐답니다. 지금은 똥 박사 다 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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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stol stool scale (출처=J Neurogastroenterol Motil 2016) |
차전자피 복용시 주의사항
차전자피의 약효는 복용 후 1-3일이 경과해야 나타나는데, 심한 변비의 경우에는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차전자피는 발효성의 식이섬유이므로 심한 변비가 있을 때 갑자기 차전자피를 과다 복용하면 정체된 대변으로 인해 대장 내 가스가 나갈 길이 막혀 복부팽만, 복통 및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심한 변비 환자(대변 정체가 심한 경우)는 식이섬유를 늘리기 전에 삼투성 완화제를 처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Am J Gastroenterol 2013).
차전자피는 다량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다른 약물의 흡수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 복용해야하는 경우엔 차전자 복용 1시간 전, 또는 4시간 이후에 복용하고, 로페라마이드(Loperamide), 아편(Opitate)계 약물과 같이 장관 운동을 억제하는 약과 동시에 복용할 경우 장관 폐쇄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함께 복용하지 않습니다.
차전자피가 혈당을 낮춰 당뇨병 치료제와 병용투여시 저혈당이 나타날 수도 있고 차전자에 포함된 당성분이 혈당을 올릴 수도 있으므로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투약을 조절해야 합니다.
차전자피 장기복용시 일반식품에서 섭취되는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도 흡수가 억제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으나 아직 근거가 충분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니 변비 완하를 위해 차전자피의 도움을 받되 장기 복용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신체활동과 함께 균형된 식사를 통해 변비를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지 않나 싶네요.
동의보감에 따르면 차전자(종자 부위)가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법제(독성 성분을 줄이는 과정)하여 쓴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차전자피(종피 부위)에도 이런 독성이 있어 신장에 부담을 준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네요. 차전자피의 신장독성과 간독성에 대해서는 보고된 학술자료를 찾을 수가 없고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정보에서도 관련하여 언급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배변 원활 효과가 있는 차전자피 섭취량은 하루 '3.9g 이상'으로 고시되어 제한용량이 없습니다. 차전자피의 신장독성과 간독성에 대한 것은 근거 없는 낭설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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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전자(질경이 씨앗부위) |
차전자피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애초에 의약품(환자 대상)이 아니라 반건강인(치료가 필요하지 않은=환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당뇨, 신부전, 간질환, 그 어떤 종류든 본인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어떤 것이든 의사와 상담한 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