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 2일 차 첫 똥의 추억
2일 차 아침이 되니 신기하게도 어제보다 어쩐지 살만합니다. 8시쯤 아침식사가 나왔는데 2일 차부터는 아침저녁 식사에 식이섬유(차전자피 100%)와 먹는 약을 같이 줍니다. 반찬이 두가지는 어제저녁과 복붙이고 부서진 돈가스 조각이 추가되었는데 말라비틀어져 있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더군요. (맛이 없어서)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가 않지만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니 반 정도는 먹으려고 억지로 먹고 있는데 한 숟가락 뜨니 슬슬 신호가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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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2일차 아침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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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
사실은 수술 당일 아침에도 변의가 있긴 했는데 앉아있어도 나올 생각을 안해서 그냥 수술을 받았어요. 간호사가 오전에 의사 선생님 회진이 있으니 급한 것이 아니면 회진 후에 변을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변의가 급작스럽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와서 밥 먹다 말고 뛰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여러분, 치질 수술 하기 전엔 꼭 식이섬유 많은 식사로 식단 관리하셔서 변이 너무 딱딱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을 때 하세요. 고백하자면 하필 치질수술 할 때 갑자기 식빵에 꽂혀서 치질 수술 전날까지 삼시세끼 식빵만 먹었고 수술 당일 아침식사를 컵라면으로 하고 갔습니다.
저는 제가 고통에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똥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네요. 애 낳는 사람처럼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고 두 다리는 안마기에 앉은 것처럼 저절로 쉐이킹이 되면서 식은땀을 머리가 젖을 정도로 한 바가지를 흘리고 나서야 메추리알 두 개 합친 것 같은 똥 몇 개를 눴어요. 원래 똥이 나올 때 항문샘에서 윤활유가 나와서 부드럽게 숙 나와야하는데 이건 메마르고 상처 난 길을 물리적으로 억지로 긁으면서 내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변은 나올 때보다 나오고 나서가 훨씬 아파서 걸음을 떼기가 힘들고 등을 펼 수도 없더군요.
첫 변을 볼 때에는 무통주사 달고 있어도 전혀 효과가 없으니 여러분은 치질 수술 후 첫 변을 보기 전에 진통제 주사 꼭 놔달라고 하세요. 안 아팠다는 사람도 있긴 하던데 그건 수술부위의 상처 크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무른 변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딱딱한 변이라 더 아팠던 것 같아요.
첫변이 가장 아프기 때문에 되도록 병원에서 보는 게 좋습니다. 병원에 있으면 아프면 진통제 주사 맞으면 되니까요. 수술 후 2-3일 후 상처가 좀 아물면 집에서 봐도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2-3일 후에도 아프긴 마찬가지예요. 저는 사후 진통제 주사를 맞고 서서히 약효가 도니까 견딜만해지더라고요. 그리고서는 갑자기 급 피곤해져서 잠이 들었습니다. 2일 차부터는 진통제 주사 효과가 좀 느껴지더군요.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점심밥이 나왔네요. 보기에는 뭔가 맛있어 보이지만 신선한 반찬은 하나도 없고 막상 먹으려니 손이 잘 가지 않아서 1/3만 먹고 남겼습니다. 치질 수술 후 잘 먹어야 잘 낫는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밥은 그냥 먹고 싶은 만큼만 먹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입맛이 없어서 잘 들어가지도 않고 계속 누워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되서 오히려 안좋아요. 그리고 수술 후에는 항문관이 자극을 받은 상태라 똥이 직장에 도착하는대로 나오기 때문에 조금 먹어도 큰 영향은 없습니다.
점심을 먹고 넷플릭스 보다가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나니 저녁 식사가 나옵니다. 점심과 복붙이네요. 맛이 없습니다. 2일 차 오후부터는 좀 견딜만해져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세수도 하고 양치도 했어요.
치질 수술 3일 차 퇴원
3일 차엔 아침 먹고 8시에 퇴원합니다. 아침밥은 첫날의 반찬 복붙이라 역시 맛이 없어서 대강 몇 숟갈만 떴습니다.
3일 차가 되니 주사 꽂은 손과 팔목이 엄청 부었습니다. 이틀 동안 먹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얼굴도 몸도 엄청 붓더라고요. 수술 후에는 상처 치유를 위해 자연적으로 몸이 붓는데 이게 1주일 정도 가는 것 같습니다. 하도 아파서 무통주사도 들어가고 있는 게 맞나 했는데 3일 차에 보니 무통 주사 캡슐 안에 풍선이 20프로 정도로 쪼그라들어있네요. 퇴원하기 전에 진통제 주사를 맞지만 무통주사도 빼고 집에 가서 약발이 떨어지면 좀 많이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정 자신이 없으면 퇴원할 때 무통주사를 달고 퇴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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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3일차에는 몸이 많이 붓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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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주사 |
저는 2박 3일 입원해서 총 565,360원 나왔습니다. 실비는 원래 입원비 보상이 되지만 치질은 비급여 보상이 안돼서 수술비만 보상받았어요. 305,360원의 90%로 274,824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실비 가입하실 때는 비급여 보상못받는 질환도 보상받는 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면 꼭 추가해서 가입하세요.
캅사이신 성분은 대사가 안돼서 항문까지 그대로 내려가 따가울 수 있으나 너무 맵지만 않다면 고춧가루 들어간 빨간 음식 드셔도 됩니다. 수술 후 몸이 많이 붓는데 짜게 먹으면 순환이 안돼서 상처 치유에 좋을 것이 없으니 좀 싱겁게 드시는 것이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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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퇴원 후 주의사항 |
다음날 또 내원해야해서 먹는 약(항생제, 위보호제, 진통제)은 하루치에 수술부위에 바르는 연고, 반창고, 거즈를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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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부위에 바르는 연고, 거즈, 반창고 |
반창고는 거즈가 빠지지 말라고 붙이는 건데 떼어낼 때 너무 아프기도 하고 안붙여도 진물 때문에 빠지지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레이저로 지져놓았기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것과 다름이 없어 피와 진물은 한달까지도 많이 나올 수 있어요. 거즈가 의외로 많이 필요하니 퇴원일에 맞춰 넉넉히 준비해두세요. 생리대 착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엉덩이골을 따라 주르륵 흐르기 때문에 거즈는 꼭 필요합니다. 거즈를 끼워놓아야 농 배출도 잘되고 피부가 짓무르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병원은 거즈같은 거랑 건강기능식품 환자한테 마진 엄청 붙여서 팔려고 하거든요. 인터넷에서 구입해도 사이즈, 두께 다 똑같고 가격은 비교도 안되게 저렴합니다. 거즈는 8겹에 직경은 7.5cm 사이즈가 적당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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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산 수성거즈(오른쪽)가 병원거즈(왼쪽)보다 색도 더 뽀얗네요. |
좌욕기도 준비해놓긴 했는데 저는 샤워기 수압 약하게 해서 씻어내니까 생각보다 상처가 아프지 않아서 좌욕기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좌욕이라는 게 엉덩이를 담구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대변하고 분비물이 떠다녀서 위생적이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저는 좌욕하는 방법이 정말 엉덩이를 담그라는 건가 했는데 정말 그렇게 쓰는 거더군요. 따뜻한 물은 진통제보다도 효과가 좋지만, 사람따라 좌욕기는 꼭 없어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저는 샤워기로 충분했습니다.
3일차 퇴원 후 집에 와서는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좀 피곤하긴 했지만 무통주사와 진통제 주사의 기운이 남아있어 별로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원래 변을 1주일에 2번 정도 보는 편이라 수술 2일 차에 첫 변을 봤으니 며칠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3일 차 밤에 자다가 갑자기 신호가 와서 두 번째 변을 봤습니다. 딱딱하고 작은 메추리알 몇 알 나오는데 첫 변을 볼 때처럼 식은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숨도 안 쉬어지고 비명도 안 나올 정도로 아프더군요. 그래도 첫 변보다는 나은 고통입니다. 똥을 쌀 때마다 견딜만해집니다. 견딜만한하다는 거지 안 아픈 건 아니고요. 정말 정말 아픕니다. ㅠㅠ
두 번째 변을 보고 나서는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더군요. 병원에서 매시간 먹는 약 외에 정말 아플 때 먹으라고 쎈 진통제를 주긴 했는데 독해서 구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먹지않고 고통 속에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3일이 지나갔네요.
👉🏻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