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도 복합치핵 치질 수술 1일 차
내치핵이 오래 경과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와 외치핵과 합쳐져 한 덩이처럼 보이는 혼합 치핵은 전체 치핵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고 합니다. 치핵을 절제하면 항문 괄약근이 손상되어 변실금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사 선생님이 치핵은 혈관이 변성된 것이라 괄약근의 근육조직은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치핵 근본 술로 절제하고 나면 재발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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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핵의 종류 |
의사 선생님 말을 믿고 3도 혼합 치핵의 치핵 근본술을 받았고 하반신 마취를 하니 하나도 아프지 않게 수술을 잘 마치고 입원실로 실려왔습니다. 그동안 집에서는 불편감이 있어서 계속 옆으로 누워 잘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하반신이 마취된 상태라 수술 직후임에도 똑바로 누워도 괜찮더군요. 입원실에 오자마자 무통주사를 달았습니다. 무통주사는 압력 차이에 의해 서서히 들어가는 거라 위에 높게 달아놓지 않더라고요.
하반신 마취는 5-6시간 후면 풀린다고 하는데 머리를 들면 심각한 두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2시간 정도는 베개도 베지 말고 12시간 동안은 머리를 들면 안 된다고 합니다.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시간은 병원마다 다른 것 같아요. 수술 후 마취가 풀려도 12시간은 누워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 화장실에 꼭 다녀오시고 수술 당일 물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간호사가 소변이나 대변이 정 급하면 12시간 동안은 누워서 배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반신이 마취되니까 별로 소변이 마렵지도 않아요.
3시간 정도가 지나니 다리가 저린 느낌이 나면서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고 5시간 정도 되니 다 풀린 것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누군가 엉덩이를 절구 방망이로 심장박동에 맞춰 내려 찧는 듯한 묵직한 통증이 시작되었어요. 무통주사를 달고 4-5시간 정도마다 엉덩이에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는데도 이게 효과가 있는 건가 싶고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프더군요. 마취+무통주사+진통제 주사에 취해서인지 계속 졸다 깨다 비몽사몽이었는데 잠이 깨 보면 식은땀이 쭉 나와있었고 오한과 경미한 두통과 메스꺼움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오후 1시경에 수술을 했기 때문에 저녁식사가 나왔습니다. 치질 수술은 잘 먹고 잘 싸야 예쁘게 아물기 때문에 따로 죽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누워서 먹어야 해서 첫 식사는 소화 잘되라고 죽으로 나왔어요. 아직 머리를 들면 안 되기 때문에 제 침대 밑에 있는 보호자 침대에 식판을 두고 엎드려 누운 채로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 자세로 밥을 먹는 제 모습이 거렁뱅이같아서 좀 수치스럽기도 하고 서럽더군요. 😭 제가 입맛이 없는 날은 1년에 며칠 되지 않는 사람인데 입맛이 없고 메스껍기도 하고 반찬마저 사람이 먹는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이 없어서 1/3 정도만 먹고 남겼습니다. 수술 후 식사는 잘 먹어야 하는 건 맞지만 억지로 많이 드실 필요는 없어요.
여러모로 치질 수술은 그냥 오후 늦게 받으시고 다음날 아침까지 주무시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오후 1시쯤 수술해서 새벽 1시에 간호사가 부축해줘서 첫 소변을 봤습니다. 척추마취를 하면 방광도 마취될 수 있고 항문이 부으면서 방광을 누를 수도 있어서 소변은 처음엔 시원하게 나오진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마렵지 않다고 안 가면 안 되고 적당히 텀을 두고 소변을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소변보고 나오는데 귀가 갑자기 안 들리고 식은땀이 쭉 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잠시 졸도할 뻔했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몸에 무리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통증도 간단한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무통주사는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것이지 없애주는 것이 아니에요. 정 아프면 저처럼 참지 말고 진통제 주사 센 걸로 놔달라고 하셔야 푹 주무실 수 있습니다. 소변을 보고 돌아와 다시 고통 속에 2시간 간격으로 깨다 자다 반복하다 보니 다음 날이 밝았습니다. 영원 같던 하루가 힘들게 지나갔네요.
2-3일차까지 쓰려고 했는데 지금 너무 힘들어서요..ㅠㅠ
👉🏻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