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이 미칠 듯이 가렵다! 항문소양증 자연치유 가능?

아, 회충에 감염되었나?

부끄럽지만 언제부턴가 항문 소양증상이 생기기 시작해서 처음엔 회충에 감염된 줄 알았다. 구충제를 먹은지도 오래됐고 해서 이번에 먹고 박멸해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확인사살을 위해 구충제를 1주일 단위로 2회 복용했다. 그런데 구충제 복용 후 2주가 흐르고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데다, 항문에 혹 같은 것이 만져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기생충 감염이 아닌 것을 직감했다. 설마.. 나 치질인가??? 

약은 약사에게 진단은 의사에게..ㅠ

참고로 회충 감염의 경로는 오로지 인분이다. 그래서 예전에 인분을 비료로 쓰던 시절에는 회충 감염이 많아 구충제를 먹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렇지만 요즘은 대부분 화학비료를 쓰고 위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현대인은 회충에 감염될 일이 거의 없다.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있는 구충제는 알벤디졸계 등으로 회충류에 효과가 있는 구충제이니 굳이 이걸 챙겨먹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회처럼 날 것으로 먹는 음식으로 감염되는 디스토마 류 등을 걱정해야하는데 이를 잡는 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여 예방 차원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기생충 감염을 진단받아야 살 수 있다.


치질 (Hemorrhid) 이란?

치질이란 항문부에 발생하는 양성(良性: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지 않으므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일종의 종양)질환 또는 염증성 질환을 통틀어 지칭한다. 치질에는 치핵(직장~항문 주위 정맥들이 모인 정맥총이 부풀어 오른 것), 치열(항문선이 찢어진 것), 치루(농양이 생겨 피부 속에 고름길이 만들어져 제일 약한 항문 부위로 분비물이 터져나오는 것)가 포함된다. 

치질의 종류(출처=나무위키)

이 중 항문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 치핵이므로 보통 치질이라하면 치핵을 뜻하는데, 치핵은 외치핵과 내치핵으로 나뉜다. 치상선을 중심으로 안에 있는 것이 내치핵(암 치질), 바깥쪽에 있는 것이 외치핵(숫치질)인데, 항문 바깥부위에 생기는 외치핵은 다시 일반 외치핵과 혈전성 외치핵으로 나뉜다.

치핵이 혈전성(thrombosis: 안에서 혈관이 터져 응고된 피덩어리)으로 발전하면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고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데, 통증은 완화될 수 있지만 방치하면 혈관을 막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

일반 외치핵은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항문 주위 자극감이나 가려움을 느낄 수 있고, 보존적 요법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그 땐 외과적 절제를 해야한다. 

외치핵과 혈전성 외치핵

치질,  생기나?

치질은 직립보행하는 유인원과 인간에만 있는 질환으로 분명한 것은 항문에 압력이 높아질 때 발생한다. 항문에 압력이 높아지면 항문관을 섬세히 밀폐시키는 항문 쿠션이 활주되어 내려와 비정상적으로 팽창되고 통증, 가려움, 출혈 등을 유발되며 배변이나 일상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J Surg., 1975)항문의 압력이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임신과 출산, 비만, 노화, 만성 변비, 설사, 식생활의 서구화,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유전적인 요인(가족력),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있는 업무 주세와 자가용문화 등에서 비롯된 운동부족 등 매우 다양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간한「2018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주요수술 중 치핵수술은 179,073건으로 1위 백내장수술(592,191건)에 이어 무려 2위를 차지하며 50대 이상의 절반이 치핵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흔한 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특히 한국인은 치질 발병률이 심각하게 높아 4명 중 1명(25-30%, 외국은 5-10% 안팎)이 치질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부위가 부위인지라 누구한테 쉽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병원에 가면 똥꼬를 까야하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대부분은 제 때 치료하지 못해 병을 키우기 일쑤다. 나도 예전에 누군가 치질에 걸렸다고 했을 때 낄낄 웃고 넘긴 적이 있지만 내가 걸려보니 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마음과 몸의 2중고다. 


치질, 자연치유 할 수 있을까?

치질의 치료방법은 보존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로 나누는데 외과적 치료는 다시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누게 된다. 치질 중 치루는 완치하려면 무조건 수술해야하고, 치핵과 치열은 심하지 않은 경우 보존적 치료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존적 치료라는 말은 수술이나 시술 없이 질환의 증상이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시행하는 방법으로 온수 좌욕, 약물 치료, 섬유질 식이, 배변습관 교정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보존적이라는 말처럼 단지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요법이지 한번 발생한 혹이 쏙 들어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치핵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병이 더 진행되거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받는 것이 좋겠다. 

물론 보존적 요법은 수술을 하든 안하든 기본적으로 꼭 필요하고, 임산부가 치질 증상이 있을 때 보존적 치료를 권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를 잠시 미루기 위한 것이지 보존적 치료만으로 정말 치료가 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니까 치질은 자연치유가 가능한 질병이 아니다. 항문 질환은 한번 발병하면 수술하지 않는 이상은 발병 이전의 예쁜 똥꼬로 돌아갈 수 없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 항문 소양증

항문 부위 오염이나 축축한 상태를 초래하는 질환들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데, 그렇다고 긁으면 절대 안된다. 긁으면 항문 주위 피부가 변형되어 아토피 피부처럼 딱딱하고 두꺼워지고 피부꼬리(Skin tag: 피부가 늘어져 매달려있는 것)라 불리는 혹도 생길 수 있고 가려움은 더 심해진다. 

피부태선화와 피부꼬리가 진행된 모습

항문 가려움증이 있다면 무엇보다 청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샤워기를 이용해서 씻어내어 관리한다. 샤워기 수압은 너무 세지 않게 하고 수온은 보통 40도 전후의 너무 뜨겁지 않은 것이 좋은데, 가려움이 심할 때는 찬물로 좌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문이 습하면 가려움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좌욕 후엔 마른 수건으로 살살 두드려 닦아 습하지 않게 한다. 사람에 따라 수건 대신 드라이어 등을 이용해서 충분히 건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나는 너무 건조해도 항문이 아파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배변을 한 후에는 휴지보다 물로 닦는 것이 좋고(외출시엔 물티슈 추천) 이 때에도 되도록 손으로 문지르거나 비누를 쓰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비누를 꼭 써야하는 경우에는 도브와 같은 자극이 적은 중성비누를 소량 사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샤워기좌욕을 할 때 수압이 너무 쎄거나 비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항문 주위가 건조해져서 크고 작은 열상이 발생해서 화끈거리고 따가울 수 있는데, 바세린을 소량 바르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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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칠은 필요한 경우 되도록 항문 바깥에만  소량 사용하도록 하고, 바세린은 항문 겉에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항문 속까지 골고루 바른다. 바세린도 너무 많이 바르면 혐기성 세균을 증식시켜 가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양을 바르되, 따뜻한 물로 적시면서 마사지하면 바세린이 부드러워져서 골고루 잘 펴바를 수 있다. 치질이 있는 사람은 배변을 할 때 항문이 찢어지면서 고통을 유발하고, 찢어진 상처로 감염되어 생긴 염증으로 가려움이 유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데, 바세린을 바르면 배변을 할 때에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항문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려워도 최대한 참는 것이 가장 최선이고, 비누든 바세린이든 좌욕이든 사용빈도를 줄여 항문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약도 만성적으로 먹는 게 답은 아니지만 정말 가려워서 잠도 못자고 우울하고 고통스럽다면 지르텍같은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것도 추천!

항히스타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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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핵만 항문 소양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고, 치열과 치루도 가려울 수 있고, 당뇨, 피부염, 황달, 설사, 백대하(Leukorrhea), 진균(곰팡이 질환) 감염, 요충 등도 원인이 다양하니, 혼자 판단하지말고 당장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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