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재발 왜 내게 이런 일이
약 2년 전인 2021년 초에 치질 수술을 했습니다. 항문 가려움이 극심해서 회충약인 줄로만 알았는데 구충제를 복용해도 증상에 차도가 없어 병원에 갔더니 치질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내치핵과 외치핵이 다 있는 복합치핵 3도 판정을 받았습니다.
치질수술을 받고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낸 후 햇수로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저는 수술 부작용으로 약한 변실금을 항상 달고 살았고요, 다른 사람들처럼 수술 후 깨끗하게 완치된 것은 아니었지만 치질 수술 후 변실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문의 쿠션 조직이 다시 치핵화되면 증상이 좋아지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2년 차가 되던 작년 연말즈음부터 배변 시 출혈은 없어지긴 했어요.
그래서 고새 모든 걸 잊고 방심했었나 봅니다. 약 3개월 전에 밥 해 먹기가 귀찮아서 한 1주일 다이제만 먹고 산 적이 있어요. 커피에 과자에 신났죠. 장이 어찌나 정직한지 결국 대가를 치렀습니다. 치질 수술 후 잘라낸 살이 많아 안 그래도 항문이 좁아져있는 상황이었는데 대변이 평소보다 더 굵고 단단해지니까 견디질 못한 거죠. 정말 심하게 한번 찢어져서 치질 수술 직후의 고통을 다시 경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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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치열이 만성 치열이 되기까지
항문은 대장의 끝, 마지막 3~4cm를 말합니다. 항문 바로 위쪽에는 대변이 모이는 직장(Rectum)이 있고요, 직장에서 항문으로 연결되는 부분을 항문관(Anal Canal)이라 합니다. 항문관은 길이가 2.5~4cm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함께 근육, 신경, 점막 등의 여러 상호작용으로 체내로 유입될 수 있는 유기체에 대한 방어 역할과 고체, 액체, 기체를 구별하여 배변 및 가스 배출을 조절하는 생리학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합니다. 항문관의 윗쪽 2/3과 아래 1/3을 나누는 경계를 치상선(Pectinate line 또는 Dentate line)이라 하며 이 근처에 항문선이 있는데 미끌한 항문점액을 내보내어 대변이 잘 배출되도록 돕습니다. 항문은 보통 항문연(Anal Verge; 항문과 주위 피부의 경계)에서 치상선까지를 말하며, 치열(Anal fissure)은 이 부분의 항문상피가 찢어지거나 궤양을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항문의 구조 |
변비, 설사, 내항문괄약근의 긴장도 상승, 많은 출산 경험(Muliparity), 과거 수술 등이 원인으로 배변 때 심한 통증을 느끼고 배변 후에도 1~2시간씩 통증이 지속되며 출혈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항문 입구의 정후방(6시)에 삼각형 모양의 궤양이 발생하며 약 19%는 정전방(12시)에 위치합니다. 급성치열(Acute fissure)은 열상(laceration)처럼 보이며 보통 피부의 표피만 찢어져 보통 6주 이내에 표피가 재생되면서 쉽게 치유됩니다.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치유와 악화를 반복하여 6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치열(Chronic fissure)이라 합니다. 만성으로 진행되면 통증이 심하지 않게 되며 피부꼬리(Skin tag, 췌피) 및 비후화된 항문유두(Hypertrophield anal papillae, 자극이나 손상, 감염 등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짐)를 동반합니다.
저는 급성치열 단계는 이미 지났고 통증이 있으니 만성치열은 아닌, 만성치열에 임박한 단계인 것 같네요. 치질 수술 후 그 모진 고통을 견뎌냈는데도 2년 내내 배변의 어려움과 출혈과 변실금으로 고생을 하고 보니 병원 가기가 두려워서 셀프진단했습니다. 여러분은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으시길 바라고... 개인적으로 치질 수술은 기술의 발전이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발전하고 있는 와중인데 실험용 모르모트가 되기는 싫거든요. 이미 하나뿐인 동구를 한 번의 수술로 배렸기 때문에... 치루 또는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이 반드시 해결방법은 아닐 거예요. 수술해도 계속 불편하고 관리해야한다면 수술안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만성치열의 보존적 요법
급성치열은 온수좌욕, 고섬유질 식사, 국소 마취제 또는 스테로이드(topical anesthetics or glucocorticoids)을 통해 60~90%가 치유되므로 보존적 치료가 원칙입니다. 만성으로 가게되면 내괄약근의 섬유화가 일어나면서 신전성(늘어나는 능력)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대변이 딱딱하지 않아도 쉽게 찢어져 급성치열처럼 쉽게 호전되지는 않아요. 그러나 만성치열 또한 농양이나 누공이 없다면 일차적으로는 내과적 치료 또는 보존적 요법을 해보고 수술을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만성치열의 외과적 수술은 섬유화 된 내괄약근을 절개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약 9.3%에서 수술 후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90%의 치유율만 보고 수술할 수도 있지만 저는 동구 여유분이 없고 수술 부작용은 복불복이므로 치핵 절제 수술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실오라기같은 희망이 아직 남아있는 만성치열 직전의 상태이므로 보존적 요법으로 자연 치유를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인 거 다 아시죠. 제가 해보니 주식이 중요합니다. 원체 빵순이라 샌드위치 같은 거 만들어먹으면 채소 많이 넣어서 먹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녹색채소의 식이섬유와 곡물의 식이섬유가 종류가 달라요. 효과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주식을 빵에서 밥으로 바꿨습니다. 밥은 찰보리, 찰현미를 메인으로 귀리와 병아리콩을 조금 섞어 밥을 안치고 반찬은 버섯과 녹색채소 위주로 먹었어요. 빵과 라면을 아직 끊지는 못했습니다만 하루종일 빵만 먹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을 알기에...버섯을 넣은 100% 찰보리밥 |
고 식이섬유 식사가 필수입니다. |
그리고 커피, 홍차와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은 이뇨작용으로 인해 대변을 단단하게 만드므로 되도록 먹지않는 게 좋아요.
찢어지고 아무는 시기에 계속 가늘고 묽은 똥을 싸면 상처도 덜나고 고통도 덜하지만 항문 협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똥은 굵고(중요), 부드럽게(중요)...! 제가 모태변비였는데요, 치질수술 후 생전 처음으로 아, 나도 프리미엄 똥이 가능하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보는 그대도 프리미엄 똥 쌀 수 있어요....! 😭
식단에 걷기와 같은 장을 자극시켜 배변을 도와주는 운동도 중요합니다. 하루에 3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으로도 효과는 충분히 나와요. 근력운동도 병행하면 좋지만 무거운 기구를 들어 올리는 등의 복압이 상승하는 운동은 항문압도 높아지니 피하세요. 땀을 많이 흘리는 격한 운동도 항문이 습해져서 좋을 게 없습니다. 근력운동은 집에서 요가매트 깔고 가볍게 하는 홈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두번째는 온수좌욕입니다.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좌욕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는 사람이 잘 없어요. 저도 시행착오를 거쳤거든요. 병원에서도 좌욕하라고만 하지 자세히는 안 가르쳐 줍니다. 병원은 수술을 해야 돈을 버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혼자 공부하고 내 몸에 생체실험해서 터득했습니다.
저는 일단은 좌욕기를 쓰지는 않아요. 샤워기로도 충분합니다. 좌욕기도 엉덩이를 담가야 하는 거고 비데도 변기 안에 설치하여 쓰는거라 그렇게 위생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데의 경우 물살이 강해서 민감해진 항문이 찢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샤워기 온수좌욕은 40~42℃의 뜨겁지 않은 미온수로 수압을 약하게 해서 약 5분 정도 쏴주면 됩니다. 하루에 2~3번 정도가 적당한 것 같네요. 너무 자주 하거나 오래 해도 습해지고 좋지는 않더라고요. 온수좌욕 후에는 꼭 드라이기를 이용해 말려주세요. 거즈로도 습기가 흡수된다고 생각했는데 드라이기 사용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항문 부위의 특성상 통풍이 쉽지 않다 보니 잦은 좌욕으로 인해 자칫 곰팡이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드라이기는 냉풍으로 말리면 좋습니다.
내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 IAS)은 안정 시 항문관 압력의 55프로나 차지하며 액체와 가스의 배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만성치열로 인해 IAS에 문제가 생기면 종종 액상변의 실금 또는 방귀를 못참는 것, 점액성 직장 분비물이 흘러나와 항문이 자극받아 가렵거나 따갑고 염증을 유발하는 등의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어요.
저는 통증보다 가려움 때문에 고민이었는데요, 거즈에 묻어 나오는 색깔로 보면 대변실금보다는 점막 분비물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샤워기 온수좌욕으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온수좌욕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문지르기, 비누칠, 항문 속까지 완전히 씻어내려고 하는 일 모두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일시적으로는 가려움이 가시지만 항문은 손을 댈수록 점점 더 심하게 가려워지고 상태가 악화됩니다. 특히 항문 속까지 과도하게 씻어내면 배변 시 윤활작용을 하는 기름이 다 씻겨나가 좋을 것이 없고 내괄약근도 자극을 받기 때문에 점막분비물이 더 많아질 수 있어요. 배변 후 항문을 세척할 때에는 손가락에 힘을 빼고 항문을 살짝만 벌려서 항문 겉주름에 낀 오염물만 씻어낸다는 느낌으로 물로만 씻습니다. 비누는 계면활성제 등 화학성분이 상처 나고 민감해진 피부를 자극하여 가려움이 더 심해질 수 있고 그건 중성비누인 도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항문은 오로지 물로만 씻으세요. 세균은 물로도 충분히 씻깁니다.
약간의 가려움은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일반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지르텍 카피약 저렴한 걸로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저도 요즘 하루에 한 알씩 복용 중인데요, 가려움뿐만 아니라 염증이 가라앉는 효과도 있는 것 같네요.
항히스타민제가 도움이 됩니다. |
가려움과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좌약 또는 연고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이드로코티손(hydrocortisone)을 함유한 도포제 및 산화아연을 주성분으로 하는 연고제 등이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질환 없이 대변 실금 오염으로 인한 가려움이라면 바셀린을 소량 도포하여 피부와 대변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뭘 바르든지 외용제만큼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전 하에 쓰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잘못 쓰면 항문이 더 습해질 수도 있고 화학성분으로 인해 더욱 자극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만성치열의 보존적 요법의 기본 원칙은 청결 + 건조 + 자극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뭔가를 발라야 한다면 정확한 진단 하에 그리고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 쓰는 것을 추천할게요.
그럼 좋은 정보를 터득하면 또 돌아오겠습니다. 자, 치질로 고통받는 65만 치질인 분들 모두 예쁜 동구를 위해 건승하시길! 😭